기존 건물의 배전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회로 차단기는 내부에 스프링이 있어 과전류가 흐르면 스프링이 튕기면서 물리적으로 회로를 끊는 방식이다. 반면, 알프세미의 솔리드스테이트 차단기는 이러한 움직이는 부품을 완전히 제거하고, 광대역갭(Wide Bandgap) 및 초광대역갭(Ultra-Wide Bandgap) 반도체를 사용해 전자의 흐름을 전자적으로 제어한다. 이 방식은 기계식보다 수천 배 빠르게 회로를 차단할 수 있어 아크(불꽃) 발생 위험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유지보수 비용도 낮춘다.
알프세미의 CTO 파브리스 르테르트르(Fabrice Letertre)는 이 회사의 접근 방식을 "소재, 소자, 시스템을 아우르는 종합 엔지니어링(end-to-end engineering approach)"이라고 설명하며, 단순한 개선이 아닌 근본적인 혁신을 강조했다.
알프세미의 첫 번째 양산 제품은 AS800이라는 반도체 전력 스위치다. 이 제품은 주거용 및 상업용 건물의 110V 및 230V AC(교류) 환경에서 사용되는 소형 차단기(MCB, Miniature Circuit Breaker)에 최적화되어 있다. AS800은 높은 전력 밀도와 콤팩트한 크기를 자랑하며, 태양광 패널 같은 분산 에너지 자원을 기존 전력망에 쉽게 통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알프세미의 야망은 건물을 넘어 AI 데이터센터로 향한다. 회사는 AS800에 이어 AI 데이터센터에 특화된 800V DC(직류) 아키텍처용 고급 전력 스위치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는 현재 AI 데이터센터가 기존 교류(AC) 방식에서 더 효율적인 직류(DC)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는 글로벌 트렌드와 맞물려 있다.
나비타스 반도체의 CEO 크리스 알렉상드르(Chris Allexandre)는 "AI 데이터센터가 800V DC 시스템으로 전환되면서 더 높은 전력 밀도, 향상된 변환 효율, 그리고 정교한 보호 기능이 필요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알프세미의 반도체 차단기는 이러한 고전압 직류 환경에서 시스템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잡아주는 핵심 부품이 될 수 있다.
이번 투자 성사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거대한 시장 변화를 반영한다. 요타 캐피털의 대표는 "건물, AI 인프라, 산업 시스템의 급속한 전기화"가 더 스마트한 전력 보호 솔루션에 대한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SE벤처스 역시 솔리드스테이트 차단기의 대규모 채택이 "전기 배전의 완전한 디지털화"를 실현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