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사기는 이제 한 조직이 모든 수단을 직접 갖춘 범죄라기보다, 여러 역할과 서비스가 연결된 국경 간 산업에 가까워지고 있다. 범죄자들은 필요한 역량을 모두 직접 만들지 않고도 탈취한 정보와 디지털 도구, 전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인터폴은 2025년 금융 사기 피해액을 4,420억 달러로 추산했고, 앞으로 3~5년 사이 범죄 규모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5 금융회사와 기업의 대응도 개별 계좌나 거래 하나만 들여다보는 데서 벗어나, 여러 사건을 잇는 신호를 찾아야 한다.
피해액 추산은 무엇을 말해 주나
인터폴의 2026년 평가 보고서는 2025년 금융 사기 피해액을 4,420억 달러로 추산했다. 사기 피해는 신고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아 정확한 규모를 집계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수치는 모든 피해를 빠짐없이 확인한 최종 합계가 아니라 추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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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2차 보도에서는 4,420억 달러와 함께 5,730억 달러라는 수치도 제시한다. 하지만 인터폴 보고서는 금액을 미국 달러로 표기하고 있다. 다른 수치의 통화와 환산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므로, 두 수치를 서로 다른 세계 피해액으로 간주하기보다는 인터폴이 제시한 미국 달러 기준 추산치를 참고하는 편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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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서 프린스 그룹과 관련해 이뤄진 자산 압류는 전 세계 피해액이 아니라 수사·집행 조치의 규모를 보여주는 사례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당국은 이 그룹과 연관된 1억5,000만 싱가포르달러 이상, 당시 환산액으로 약 1억1,590만 미국 달러 상당의 자산을 압류했다. 압류 자산 규모를 전체 사기 피해액이나 유죄 확정의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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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도 ‘공급망’처럼 분업화된다
범죄의 산업화란 사기에 필요한 역량을 여러 행위자와 서비스가 나눠 맡는다는 뜻이다. 예컨대 도난당한 로그인 정보는 범죄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다. 영국의 2026년 사기 대응 전략에 따르면, 제네시스 마켓플레이스에는 피해자 200만 명 이상에게서 탈취한 로그인 정보와 디지털 지문 8,000만 개 이상이 올라와 있었다. 인터폴 역시 금융 사기가 점차 조직화되고 다른 형태의 초국경 범죄와 연결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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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구조는 방어하는 쪽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계정 탈취, 가짜 신원 사용, 의심스러운 송금은 따로 살펴보면 서로 무관한 사건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정보나 기기, 중개자가 여러 사건에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조사는 “이 계좌에 무슨 일이 있었나?”에서 그치지 않고, “다른 활동에도 같은 신호가 나타났나?”까지 살펴야 한다.
AI가 바꾸는 사기의 수익성과 설득력
인터폴은 AI를 활용한 사기가 전통적 수법보다 수익성이 4.5배 높다고 추산했다. 또 AI 이용이 쉬워지고 범죄에 뛰어드는 문턱이 낮아지면서, 향후 3~5년 동안 범죄 규모가 크게 늘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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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이는 전반적인 위협 평가이지, AI를 쓰는 모든 사기가 똑같은 수익을 낸다는 뜻은 아니다.
인터폴은 AI 기반 합성 신원 사기가 늘고 있으며, 생성형 AI가 사회공학적 수법을 더 그럴듯하고 확장하기 쉽게 만든다고도 설명한다. 조직 입장에서는 디지털 도구로 신원과 소통 내용을 만들거나 바꿀 수 있는 상황에서, 익숙한 확인 단서만으로 진위를 판단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AI는 위협의 조건을 바꾸지만, 어떤 신호 하나만으로 사기를 확정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아니다.
한 곳을 폐쇄해도 네트워크가 남는 이유
범죄 조직은 이용하는 특정 플랫폼이나 웹사이트, 장소 하나보다 더 오래 버틸 수 있다. 네트워크 일부에 압박이 가해지면 운영자가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조직을 재편할 수 있다. 캄보디아의 사기 단속을 다룬 보도에는 일부 운영자가 더 작고 분산된 장소로 이동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인터폴과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가 금융 사기 확산에 맞선 국제 공조 강화를 촉구한 것도 범죄가 국경을 넘나드는 현실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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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서비스 하나를 없애거나 사이트 하나를 폐쇄하는 것만으로는 네트워크를 무너뜨리기 어렵다. 수사기관과 기업은 신원, 디지털 기반시설, 자금 흐름 사이의 연결고리를 살펴야 한다. 다만 관찰된 연관성은 추가 확인을 위한 단서이지, 그 자체로 범죄의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은행과 핀테크 기업이 할 수 있는 일
고객 여정 전체에서 행동을 살핀다
가입, 로그인, 계정 복구, 수취인 변경, 송금 등 고객 여정의 여러 단계에서 활동을 점검한다. 계정 사용 패턴, 신원 정보 재사용, 공유 기기, 자금 이동 신호를 함께 살펴보면 개별 사건만으로는 놓치기 쉬운 연결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여러 신호가 겹치면 추가 확인을 고려할 수 있지만, 단일 신호만으로 사기를 확정해서는 안 된다.
변화하는 수법에 맞춰 대응을 조정한다
사기 탐지 규칙과 모델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공격 방식이나 활동량이 바뀔 때 담당 팀이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위험 수준에 따라 추가 인증, 맞춤형 경고, 일시 보류, 담당자 검토 등 비례적인 조치를 활용할 수 있다. 오탐도 추적하고, 정상 고객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명확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대응한다
금융회사, 핀테크 기업, 플랫폼, 관계 당국 사이에 필요한 위협 정보를 적법하고 개인정보를 고려하는 방식으로 공유할 절차를 마련한다. 새롭게 드러난 연결고리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보고·상향 전달과 피해금 회수 절차도 정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인터폴과 UNODC가 국제 공조 강화를 촉구한 것은 각 기관의 대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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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 모든 고객 거래에 불편을 더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신호를 서로 연결하고, 근거가 뒷받침될 때 개입하며, 변화하는 범죄 네트워크에 맞춰 방어 체계를 조정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