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연기금이 미국 주식을 줄인다는 말은 미국 시장에서 철수한다는 뜻이 아니다. 이들은 여전히 미국 주식을 보유하되, 세계 주식시장 지수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보다 적게 담고 있다. 즉 ‘매도’보다는 기준지수 대비 비중 축소에 가깝다. 미국 기업의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몇몇 AI 관련 초대형주에 포트폴리오가 지나치게 기울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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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연기금의 조정은 어떻게 다른가
호주의 Australian Retirement Trust(ART)는 올해 MSCI World 지수 대비 미국 주식 비중을 낮췄고, 자체 전략적 배분 목표보다도 적게 보유하게 됐다. ART의 지미 루카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AI 관련 주식과 미국 주식 전반의 가격이 다소 높다고 봤지만, 닷컴 버블 붕괴와 같은 사태가 되풀이될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펀드는 일본·유럽 주식 비중을 높이는 한편, 지수 흐름을 그대로 따르는 패시브 투자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소수 대형 기술주에 노출이 집중될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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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La Caisse는 미국을 여전히 가장 큰 주식 투자 시장으로 두고 있지만, 초대형 기술주 바깥으로 투자를 넓히고 있다. 부사장 빈센트 들리슬은 단순히 주가가 비싸 보이는지만 따지기보다 기업의 이익 성장이 이어질 수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영국 People’s Pension의 경우 공개된 자료상 글로벌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미국 주식 비중이 지난해 말 53%에서 49%로 낮아졌다. MSCI ACWI 지수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4%여서, 이 펀드의 배분은 기준지수보다 상당히 낮다.
‘지수에 투자’해도 쏠림은 생긴다
시가총액 비중을 따라가는 패시브 펀드는 기업 주가가 오를수록 해당 종목의 지수 내 비중도 커진다. 그래서 미국 주식 여러 종목에 투자하는 지수 상품이라도, 상승을 이끄는 기업이 소수의 AI·기술 대형주에 집중되면 실제 위험은 보유 종목 수만큼 고르게 분산되지 않을 수 있다. 가격이 높은 상태에서 이들 기업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 지수 전체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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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비중을 낮추는 선택이 언제나 유리한 것은 아니다. 이 기업들의 이익이 높은 주가를 뒷받침하고 상승세가 계속되면, 미국 주식을 기준지수보다 적게 보유한 펀드는 수익률이 뒤처질 수 있다. ATP를 둘러싼 신중론도 이를 단순한 ‘미국 주식 매도’ 흐름으로만 해석해선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분산은 한쪽 위험을 낮추는 대신, 시장을 주도하는 자산의 상승분을 덜 누릴 위험을 감수하는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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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고민은 연기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Marsh가 430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관의 약 3분의 1이 향후 12개월 동안 미국 주식 비중을 줄일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는 전년도의 약 두 배에 해당하지만, 이미 그만큼의 기관이 실제로 매도했다는 뜻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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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연기금이 저울질하는 것은 기준지수 안의 종목 쏠림 위험과 기준지수보다 적게 보유해 생기는 수익률 격차다. 미국 주식 비중을 낮추면 AI 대형주 조정에 대한 완충 장치가 될 수 있지만, 상승장이 더 이어질 경우 그만큼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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