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은 춤과 공중제비 같은 볼거리에서 벗어나 실제 작업 현장으로 한 걸음씩 이동하고 있다. 다만 지금의 로봇은 사람처럼 어디서나 일하는 범용 노동력이 아니다. 정해진 환경에서 감독을 받으며 반복 업무를 수행하는 단계에 가깝다.
먼저 들어간 곳은 물류와 제조 현장
베이징에서 열린 로봇 행사에서는 소포를 분류하고 휴대전화를 포장하는 작업이 시연됐다. 물류센터와 일부 조립라인에서는 로봇을 실제로 투입하는 사례도 나오고, 호텔에서 음식을 나르는 용도도 거론된다. 이런 작업은 업무 범위와 환경을 비교적 좁게 설정할 수 있어 상용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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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의료와 노인 돌봄은 아직 더 먼 과제다. 사람과 가까이 일하는 만큼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예기치 않은 상황에도 안전하게 대응해야 한다. 지금의 제한적 현장 시험을 의료·돌봄 분야의 본격적인 도입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대규모 산업 확산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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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연보다 어려운 것은 ‘계속 쓸 이유’를 만드는 일
업계 추산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판매량은 약 7,000대였다. 판매된 로봇 중 상당수는 고객의 생산 업무를 맡기보다 연구나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를 모으는 데 쓰였다. 자동차 업체의 공장 시험도 아직 한 자릿수 또는 두 자릿수 규모에 머무는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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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상용화의 기준은 로봇이 한 번 멋지게 작업하는지가 아니다. 같은 일을 반복해도 결과가 일정한지, 사람과 함께 일할 때 안전한지, 고객이 비용을 감당할 만큼 생산성을 내는지가 중요하다. 시범사업이 끝난 뒤에도 고객이 돈을 내고 계속 사용하는지가 더 까다로운 시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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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트리 IPO가 보여준 기대와 현실의 간격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는 동종 업체 다수와 달리 상장 당시 흑자를 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그러나 당시 유니트리 로봇 가운데 실제 상업 현장에서 활용되는 비중은 크지 않았다. 2026년 8월 상하이 증시 상장 첫날 주가는 공모가의 5배 넘게 오른 수준으로 마감했고, 기업가치는 약 500억 달러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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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은 투자자들이 휴머노이드 로봇의 미래를 얼마나 크게 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주가 상승만으로 현재 시장의 크기나 로봇 사업의 지속 가능한 수익성이 증명되는 것은 아니다. 수익을 내는 기업이라도 그 매출이 연구·개발용 판매에 집중돼 있는지, 반복 가능한 상업 수요에서 나오는지는 따로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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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과 스타트업 급증, 성장의 동력이자 거품 우려
중국의 로봇 육성 배경에는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 문제가 있다. 정부는 2024년 이후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최소 200억 달러를 지원한 것으로 보도됐고, 한 집계에서는 관련 기업이 150곳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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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과 투자는 기술 개발과 현장 시험을 촉진할 수 있다. 동시에 기업 수와 자금이 빠르게 늘면, 실제 고객 수요보다 보조금이나 정책 사업에 기대는 프로젝트가 많아질 위험도 있다. 중국 당국이 로봇 기업의 상장 심사를 더 엄격하게 하고 높은 기업가치와 국책 사업 관련 매출의 지속 가능성을 따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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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목은 하드웨어보다 현장에 대응하는 능력
빠르게 걷거나 균형을 잡는 능력은 로봇의 유용성을 보여주는 일부일 뿐이다. 낯선 물건을 다루고, 작업 조건이 바뀌거나 예상 밖의 상황이 벌어졌을 때 적절히 판단하는 능력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실제 환경에서 작업 데이터를 모아 로봇을 훈련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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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데이터 수집 자체가 곧 수익성 있는 사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로이터는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는 한 데이터 수집 센터가 높은 운영비와 낮은 데이터 가격 탓에 수익을 낼 뚜렷한 경로를 찾지 못한 사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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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업이 살아남을까
거품 위험은 분명 있지만, 산업 전체가 무너질 것이라고 단정할 근거도 없다. 가능성이 높은 기업은 시연이나 대형 수주 발표에 그치지 않고, 시험 운영을 반복 매출이 나는 배치로 전환하는 곳이다. 실제 작업 데이터를 쌓고, 안전 기준을 충족하며, 운영 비용을 낮출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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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트리는 흑자를 냈다는 점에서 유리한 출발선에 있다. 다만 다른 기업들이 실제 고객이 반복해서 비용을 지불하는 사업을 만들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결국 승자를 가를 질문은 로봇이 얼마나 화려하게 움직이는지가 아니라, 누가 현장에서 안전하게 일하고 꾸준히 돈을 벌 수 있느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