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항공(SIA)이 해외 항공사 지분을 사들인 이유는 분명하다. 싱가포르를 경유하는 노선만 늘리는 것보다 다른 항공사의 국내선과 현지 허브를 활용하면 더 넓은 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 문제는 시장에 접근할 기회와 경영을 좌우할 권한이 같은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지분 투자자는 파트너 항공사의 손실을 떠안을 수 있지만, 기대했던 운항 허가를 얻거나 경영 방향을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다. 지분 25.1%를 보유한 에어인디아를 둘러싼 논쟁도 이 문제와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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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투자는 왜 기대에 못 미쳤나
가장 선명한 사례는 버진애틀랜틱이다. 싱가포르항공은 1999년 6억 파운드를 들여 지분 49%를 샀다. 런던에서 대서양을 건너는 노선을 운항할 수 있는 허가를 기대했지만, 허가는 나오지 않았다. 2012년 델타항공에 지분을 판 가격은 2억2400만 파운드였다. 다만 매입가와 매각가만으로 이 투자의 전체 수익률을 계산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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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뉴질랜드에서는 다른 위험이 드러났다. 싱가포르항공이 지분 25%를 취득한 뒤, 2001년 뉴질랜드 정부가 경영난에 빠진 항공사를 구제하며 과반 지분을 확보했다. 그 과정에서 싱가포르항공의 지분율은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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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에어 오스트레일리아와 버진오스트레일리아 투자는 경쟁이 치열한 호주 시장에 노출됐고, 태국 합작사 녹스쿠트도 경쟁 압박을 받다가 팬데믹으로 여행 수요가 급감하는 충격을 맞았다. 버진오스트레일리아 역시 팬데믹 기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 사례들을 하나의 실패 원인으로 묶어서는 안 된다. 시장 경쟁과 재무 취약성, 이례적인 여행 수요 붕괴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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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에어인디아 지분을 보유하는 이유는
에어인디아 지분 25.1%는 싱가포르항공에 인도 국내 수요와 인도 내 허브를 통한 국제선 여객 수요에 접근할 가능성을 준다. 성장을 싱가포르 경유편 확대에만 의존하지 않는 ‘다중 허브’ 전략의 근거다. 그러나 큰 시장에 들어간다는 것과 투자에서 이익을 낸다는 것은 별개다. 에어인디아의 손실이 주목받는 가운데, 소유주들에게 15억 달러의 신규 자본을 요청하려 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싱가포르항공이 전략의 성과를 보기까지 자금을 얼마나 더 투입해야 할지가 핵심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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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판단 기준은 인도 시장의 성장성만이 아니다. 에어인디아가 재무 실적을 개선하면서 싱가포르항공의 기존 투자와 향후 자금 투입을 정당화할 만큼의 노선망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 따져야 한다.
지분을 사지 않고도 성장할 수 있나
싱가포르를 경유하는 승객을 늘리고, 공동운항(코드셰어)이나 합작사업, 상업적 제휴로 다른 항공사의 노선망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이런 방식에도 사업 위험은 있고 지분 보유만큼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반면 파트너 항공사의 손실을 지분율에 따라 떠안지 않으면서 연결편을 늘릴 여지는 있다.
카타르항공의 행보는 정답이라기보다 비교 대상이다. 카타르항공은 버진오스트레일리아 지분 25% 인수 계획을 도하 노선망으로 이어지는 항공편 등 폭넓은 제휴와 연계했다. 또 캐세이퍼시픽 지분은 약 8년 만에 정리했다. 싱가포르항공에 중요한 것은 투자 자체가 아니라 그 투자가 노선망에 무엇을 더하는지, 그 효과를 얻기 위해 추가로 얼마를 써야 하는지, 투자 근거가 약해지면 방향을 바꿀 수 있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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