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강한 엘니뇨’ 전망, 무엇이 달라졌나
미국 해양대기청(NOAA) 기후예측센터는 엘니뇨가 빠르게 강해지고 있으며, 20262027년 북반구 가을과 겨울에 매우 강한 엘니뇨가 발생할 확률을 90% 이상으로 제시했다. 특히 2026년 1012월에는 1950년 이후 관측된 이전 엘니뇨보다 강한 ‘역사적 강도’에 이를 확률이 75%다.
1
4
일부 전망에서 10~12월 태평양 온도 지수가 2℃를 웃돌 가능성은 97%로 제시된다. 다만 NOAA가 역사적 이벤트를 가르는 기준은 3개월 평균 상대 해양니뇨지수(RONI) +2.5℃ 이상이며, 이 기준을 충족할 확률은 75%다.
9
4
엘니뇨는 2027년 35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46월에는 ENSO 중립 상태로 전환할 확률이 55%로 제시돼, ‘2027년 중반까지 계속된다’는 가능성은 있지만 가장 중심적인 경로는 아니다.
1
식량 가격: 공급 충격은 국지적으로 시작해 세계 가격으로 번질 수 있다
엘니뇨가 경제에 영향을 주는 첫 번째 통로는 강수와 기온의 변화다. 동남아시아 일부, 호주, 남부 아프리카, 중남미 일부 생산지에는 가뭄 위험이 커질 수 있고, 다른 지역에는 홍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쌀·설탕·대두·옥수수·밀의 가격 상승 및 변동성 확대 위험이 생긴다. 다만 모든 지역이 같은 피해를 입는 것은 아니며, 강수 여건이 좋아지는 생산지는 높은 가격과 수확량 증가의 혜택을 볼 수도 있다.
12
13
특히 쌀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많은 저소득 국가에서 핵심 주식이다. 생산 감소나 수출 제한이 발생하면 가계의 식품 구매력은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2026/27년 세계 쌀 생산량을 5억5,310만 톤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전 시즌 수정치보다 1.9% 적은 수준이다. 생산자 마진 축소와 엘니뇨 관련 기상 여건이 감소 요인으로 거론됐다.
13
그렇다고 곧바로 세계적 식량위기를 단정할 근거는 없다. FAO의 2026년 세계 곡물 생산 전망은 29억8,000만 톤으로, 전년보다 2.0% 줄지만 여전히 사상 두 번째로 큰 수확량이다. 현재의 곡물 공급과 재고는 기상 충격을 흡수할 완충 장치다.
13
비료·에너지·물류가 겹치면 물가 압력이 커진다
세계은행의 기본 시나리오는 2026년 세계 식품 원자재 가격이 약 2.5% 오르는 비교적 온건한 경로다. 그러나 이 전망은 엘니뇨 심화, 에너지와 비료 가격 상승, 바이오연료 수요, 수출 제한이 겹칠 경우 크게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12
비료는 특히 중요한 변수다. 비료 가격이 오르면 농가가 투입량을 줄일 수 있고, 이는 시간이 지나 수확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세계은행은 중동 분쟁 속에서 2026년 2~3월 요소 가격이 한 달 새 약 46% 급등했다고 보고했다.
16
원유·액화천연가스(LNG)·해운 운임의 상승도 농업과 가계에 이중 부담을 준다. 농업 생산에는 연료와 비료가 필요하고, 식품은 운송돼야 하며, 가계는 식료품비와 에너지비를 동시에 부담한다. 유럽의 경우 따뜻한 겨울이나 풍력 발전 확대가 가스 수요를 낮출 수 있지만, LNG 재고·공급과 항로 여건이 나빠지면 가격 급등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에너지 충격의 크기는 엘니뇨 자체보다 실제 LNG 공급량과 해상 운송 경로에 더 크게 좌우될 수 있다.
인플레이션과 금융시장: 취약한 곳은 수입 의존국
JP모건은 슈퍼 엘니뇨만으로 세계 식품 물가 상승률의 정점이 약 0.7%포인트 높아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유가 충격과 결합할 경우 세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에는 약 0.3%포인트를 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공식 예측이 아니라 특정 충격을 가정한 시나리오 추정치다.
5
영향은 식품과 연료 비중이 큰 저소득·신흥국에서 더 클 수 있다. 식량 수입 의존도가 높고 통화가 약한 나라일수록 수입 물가가 빠르게 오르며, 성장세가 약해도 중앙은행이 금리를 오래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추가 긴축해야 하는 어려운 선택에 직면할 수 있다.
농산물 선물·옵션 시장은 실제 물량 부족이 확인되기 전부터 날씨 위험을 가격에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일방적인 장기 상승장보다는 특정 기상 전망이나 작황 발표 때마다 급등락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취약한 쪽은 식량 수입 비중이 높은 국가, 가격 헤지가 없는 식품 가공업체, 사료비에 민감한 축산업체, 비료와 불안정한 해상 운송에 크게 의존하는 기업들이다.
결론: ‘엘니뇨 단독’보다 복합 충격이 진짜 위험
매우 강한 엘니뇨가 곧 세계 식량위기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충분한 곡물 공급, 농가의 적응, 주요 수출국의 양호한 날씨, 유가 하락, 비료·해운 공급 정상화, 2027년 봄 ENSO 중립 전환은 충격을 줄일 수 있다.
1
13
다만 엘니뇨로 인한 지역별 흉작이 에너지·비료·물류·지정학적 불안과 동시에 발생하면, 국지적 기상 피해가 광범위한 식품 물가 상승과 인도주의적 부담으로 번질 수 있다. 현재 시장과 정책당국이 경계해야 할 핵심 시나리오는 바로 이 복합 공급 충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