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테논의 곡선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 곡선이 ‘착시를 보정하려는 장치’였다는 해석은 구분해야 한다. 옥스퍼드대 수학자 알랭 고리엘리는 2026년 Royal Society Open Science에 발표된 연구에서, 파르테논의 미세한 비직선성과 불균일성이 의도된 것일 가능성까지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것들이 사람들이 느낄 것이라고 가정된 시각 왜곡을 상쇄해 건물을 반듯하게 보이도록 만든 보편적 광학 보정이었다는 주장에는 설득력 있는 근거가 없다고 결론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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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재검토했나
파르테논의 대표적 사례로는 기단 상부인 스타일로베이트가 중앙에서 약 6cm 올라가는 곡률, 그리고 기둥 몸통 가운데가 약 18mm 불룩해지는 엔타시스(entasis·배흘림)가 꼽힌다. 오랫동안 이 특징들은 평평한 수평선이 처져 보이거나, 곧은 기둥이 오목하거나 가늘어 보이는 착시를 바로잡기 위해 넣은 것이라고 설명돼 왔다.
고리엘리는 이런 설명을 포함해 적어도 12가지 ‘광학 보정’ 주장을 검토했다. 그의 결론은 보정 대상이라고 제시된 착시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거나, 통상적인 관람 거리와 시점에서는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작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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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문제는 관람 조건이다. 시각은 사람마다 다르고, 거리·시선 각도·조명·머리의 기울기 등에도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하나의 고정된 기하학적 조정이 모든 관람자와 모든 조건에서 같은 착시를 교정한다는 전제 자체가 의심스럽다고 연구는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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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시 보정’ 설명은 어떻게 정설이 됐나
이 이야기의 오래된 뿌리는 고대 로마의 건축가 비트루비우스에게 있다. 현존하는 고대 건축 문헌인 *건축십서(De architectura)*에서 그는 주변 공기에 고립돼 보이는 모서리 기둥이 더 가늘어 보이므로, 이를 더 두껍게 해야 한다는 취지의 처방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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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에는 영국 건축가 프랜시스 펜로즈가 파르테논을 정밀 측량해, 건물에 실제로 미묘한 곡선과 규칙성에서의 이탈이 있음을 보여줬다. 그는 엔타시스를 곧은 기둥이 가늘어지거나 오목해 보인다는 것으로 추정된 불쾌한 착시를 보정하는 중앙부 팽창으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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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놀라울 만큼 정교한 측량 사실에 오래된 해석이 결합하면서 널리 알려진 서사가 됐다. 그러나 고리엘리는 건축가들이 실제로 그런 목적을 가졌다는 직접적인 역사 기록도, 해당 지각 문제가 보정을 필요로 했다는 과학적 증거도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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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와 목적은 같은 말이 아니다
이 연구가 파르테논의 기술력이나 미학적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곡선과 미세한 차이가 정교하게 구현됐다는 사실은 그대로 남는다. 다만 “정교하게 만들었으니 틀림없이 인간의 시각을 계산해 보정하려 했을 것”이라는 추론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리엘리는 고대 그리스인을 수학·공학·예술·심리학을 모두 꿰뚫은 거의 초인적 존재로 이상화하고, 모든 특징에서 숨은 천재적 의도를 찾아내려는 경향을 ‘최고 지식의 오류(supreme knowledge fallacy)’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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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설명이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
파르테논의 ‘착시 보정’ 이야기는 교양서, 수업, 대중 콘텐츠에서 반복되며 사실처럼 굳어졌다. 연구는 이처럼 매력적이고 익숙한 설명이 일차 자료나 실험적 검증 없이도 권위를 얻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생성형 AI의 답변 역시 그럴듯한 서사를 반복할 수 있지만, 언어모델의 출력만으로는 지식의 정당화가 되지 않는다는 철학적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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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엘리의 더 큰 메시지는 단순하다. 널리 반복된 아름다운 해석을 입증된 사실과 혼동하지 말자는 것이다. 파르테논의 곡선은 실재한다. 하지만 그 곡선이 무엇을 위해 만들어졌는지는, 현재로서는 ‘착시 보정’이라는 한 가지 답으로 단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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