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통신사 CEO 17명이 보낸 공개서한은 네트워크 보안 자체에 반대한다는 뜻이 아니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EU의 디지털 네트워크법(Digital Networks Act·DNA)이 광섬유, 5G, 6G 투자를 촉진하는 제도가 되어야지, 통신사가 보기에는 투자 자금을 빼앗는 의무를 늘리는 방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서한에는 오렌지, 도이체텔레콤, 텔레포니카 등 주요 사업자의 수장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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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쟁점: ‘고위험’ 공급업체 장비를 3년 안에 교체하라는 요구
CEO들이 가장 시급하게 문제 삼는 대목은 사이버보안상 ‘고위험 공급업체’로 지정된 기업의 장비를 교체하는 규정이다. 보도에 따르면 지정된 장비는 통신망에서 3년 이내에 단계적으로 퇴출해야 할 수 있으며, 업계는 이 비용이 최대 400억 유로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한다. 통신사들은 이 지출이 차세대 망 구축에 쓸 자금을 줄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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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400억 유로는 업계의 추정치이지, 확정된 공적 비용 평가가 아니다. 따라서 논쟁의 핵심은 장비를 교체할지 여부만이 아니라, 얼마나 빨리 교체할지, 비용은 누가 부담할지, EU 전역의 의무 적용을 뒷받침할 근거가 무엇인지에 있다.
집행위원회의 보안 우려에도 분명한 근거는 있다. 집행위원회는 2023년 화웨이와 ZTE가 다른 5G 공급업체보다 실질적으로 더 높은 위험을 제기한다고 평가했다. 국가정보·데이터 보안과 관련한 제3국의 강한 법적 요구에 이들 공급업체가 노출될 가능성을 이유로 들었다. 이에 따라 회원국이 두 회사를 제한하거나 배제하는 조치는 EU의 5G 사이버보안 툴박스에 부합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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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이 공통 규칙을 추진하는 배경
이번 제안 이전까지 EU의 5G 보안 툴박스는 주로 회원국별 이행에 의존했다.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24개 회원국이 공급업체 평가 및 제한 권한을 담은 법적 조치를 도입했거나 준비 중이었지만, 실제로 제한 조치를 부과한 국가는 10개국에 그쳤다.
이런 불균형이 더 구속력 있는 EU 차원의 규칙을 추진하는 배경이다. 브뤼셀의 관점에서 통신망은 서로 연결된 핵심 인프라이며, 국가마다 공급업체 정책이 다르면 공동의 취약점이 남을 수 있다. 집행위원회는 DNA를 연결성 규칙을 현대화하고, 고도화되고 회복력 있는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혁신과 투자를 뒷받침할 단일 규정으로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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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들은 공통 체계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국가별로 기존 장비 구성, 대체 장비 선택지, 투자 계획이 다른 만큼 일률적인 철거 시한은 비례적이지 않다고 경고한다.
CEO들이 요구한 통신 규제 개혁
장비 교체 논란은 더 넓은 ‘투자 친화적 통신 규제’ 요구의 일부다. CEO들과 업계 단체 커넥트 유럽(Connect Europe)은 EU 정책 결정자들에게 다음을 요구했다.
- 고속 네트워크 투자와 혁신을 막는 규제·행정 장벽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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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 또는 무기한 주파수 이용권 부여: 회수 기간이 긴 통신 인프라 투자에 장기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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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 통합에 더 큰 여지 부여: 규모 확대가 투자 역량을 높일 수 있다는 업계 논리를 반영한다.
- ‘규제 우선’ 접근에서 벗어나 통신 단일시장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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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요구의 바탕에는 통신망 투자가 거액이고 회수 기간도 길다는 업계의 전제가 있다. 예측 가능한 규칙, 안정적인 주파수 권리, 일정 수준의 사업 규모가 네트워크 고도화 재원 마련에 필수라는 주장이다.
구리망 종료 시한에도 반대하는 이유
서한은 기존 구리망을 폐지하는 시점을 브뤼셀에서 일률적으로 정하는 방안에도 이의를 제기한다. DNA는 구리망에서 광섬유로 단계적으로 전환하도록 하고, 정해진 광섬유 커버리지와 저렴한 서비스 제공 조건이 충족된 지역에서는 회원국이 2035년 말까지 구리망 종료를 보장하도록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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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들이 구리망에서 광섬유로 전환하는 방향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의 주장은 망 철거 시점이 지역별 구축 여건, 이용자 보호, 기술적 준비도, 네트워크 복원력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브뤼셀이 정한 포괄적 마감시한보다 유연성을 달라는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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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협상 대상은 무엇인가
이 사안은 흔히 ‘저렴한 중국산 장비냐, 안보냐’의 양자택일처럼 묘사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더 복합적인 문제다.
집행위원회는 고위험 공급업체 제한이 핵심 통신망을 보호하고, 자발적·불균등한 국가별 조치의 한계를 보완하는 데 필요하다고 본다.
17 반면 통신사들은 빠르고 획일적인 교체 의무가 유럽의 연결성을 개선할 투자 능력 자체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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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유럽의회와 회원국 정부가 풀어야 할 질문은 실무적이면서 전략적이다.
- 지정된 장비는 어느 속도로 철거해야 하는가?
- 교체 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
- 공동의 유럽 보안 체계 안에서 회원국별 재량은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 EU는 광섬유·5G·향후 6G 투자를 늦추지 않으면서 보안을 강화할 수 있는가?
결국 DNA가 보안 중심의 개입으로 인식될지, 투자 촉진 개혁으로 인식될지, 혹은 두 목표의 균형안으로 자리 잡을지는 이 협상에 달려 있다. CEO들이 원하는 것은 자본 투자와 운영상 유연성에 더 무게를 둔 법안이다. 집행위원회는 EU 전역에서 더 일관된 보안 기준을 만들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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