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2026년 9월 9~10일 열린 첫 국제우주정상회의의 핵심 성과는 ‘우주 자립’이라는 정치적 구호를 실제 계약으로 옮긴 데 있다. 가장 중심에 선 사업은 유럽연합(EU)의 보안 위성통신망 IRIS²였다. 유럽이 핵심 통신·안보 인프라를 자체적으로 구축하고 운용하겠다는 구상을 위성 제작 계약과 함께 구체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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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억 유로’는 전액 신규 민간투자가 아니다
주최 측은 정상회의에서 51건, 총 약 200억 유로 규모의 발표가 나왔다고 집계했다. 다만 이 수치를 그대로 신규 투자액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약 50억 유로는 계약 및 투자이고, 157억 유로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IRIS² 컨세션(사업권) 규모에 해당한다. 즉 200억 유로는 민간 자금만을 뜻하는 수치가 아니라, 정상회의에서 묶어 제시된 전체 패키지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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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계약과 투자가 실제로 나왔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유럽의 우주 독립 논의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산업 발주로 이어졌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IRIS²는 무엇을 위한 위성망인가
IRIS²는 Infrastructure for Resilience, Interconnectivity and Security by Satellite의 약자다. 유럽 각국 정부, 국방·보안 기관, 긴급구조 서비스와 상업 이용자에게 주권적이고 안전하며 신뢰도 높은 통신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EU 집행위원회는 이 사업을 유럽의 우주 분야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하는 핵심 인프라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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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같은 비유럽 위성 인터넷망에 대한 유럽의 대응으로 거론된다. 다만 초점은 일반 소비자용 초고속 인터넷 경쟁만이 아니다. 위기 상황이나 안보 수요가 발생했을 때 공공기관의 핵심 통신이 외국 기업 또는 외국 정부의 정책 결정에 구조적으로 좌우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데 정책적 무게가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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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된 IRIS² 주(主) 위성군은 348기로 계획돼 있다. 이 가운데 저궤도(LEO) 부문은 330기이며, 에어로스페이스랩이 264기, 에어버스 주도 초기 레이어가 최소 66기를 맡는다. 전체 체계에는 중궤도(MEO) 부문도 포함된다. EU 집행위원회는 2029년 운용 개시를 목표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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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으로 드러난 역할 분담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IRIS²를 설계 단계에서 대규모 배치 단계로 옮기기 위한 산업 계약이 공식화됐다.
- 에어로스페이스랩은 저궤도 위성 264기를 제작하는 24억 유로 규모 계약을 확보했다. 전체 348기의 76%에 이르는 물량으로, 공개된 제작 배정 가운데 가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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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어버스 디펜스 앤드 스페이스는 유텔샛과 첫 위성 레이어의 설계·제작 계약을 체결했다. 에어버스와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는 최소 66기로 구성된 초기 저궤도 레이어를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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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는 저궤도 IRIS² 위성 330기 전체에 들어갈 정부용 디지털·보안 탑재체 공급 계약을 맺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이는 약 5억 유로 규모의 발주분이며, 탈레스 측의 전체 계약 규모는 30억 유로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 OHB는 유텔샛에 따르면 중·저궤도 위성 사업의 낙찰 기업 가운데 하나다. 다만 제공된 자료만으로는 에어로스페이스랩·에어버스·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처럼 이번 정상회의 계약의 세부 범위와 금액을 확정하기 어렵다.
정리하면 저궤도망에서 에어로스페이스랩은 대다수 위성 플랫폼을 제작하고, 에어버스는 첫 66기 레이어 개발을 맡으며,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는 330기 전반의 보안 탑재체를 공급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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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만으로는 자율성이 완성되지 않는다
정상회의의 더 큰 메시지는 보안 통신망을 보유하려면 위성뿐 아니라 이를 제작하고 발사하며 운영할 산업 기반까지 유럽 안에 갖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유럽우주국(ESA)의 요제프 아슈바허 사무총장은 각국의 위성 계획이 서로 연동되고 중복 투자로 흐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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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유럽의 발사 역량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프랑스 외교 당국은 유텔샛이 원웹 위성군 발사 2건을 위해 아리안스페이스를 선택한 사례를 정상회의 성과 중 하나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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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된 보도는 위성·발사·거버넌스를 아우르는 유럽 역량을 더 긴밀히 조율해야 한다는 정책 방향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의 자체가 아리안 6 또는 베가-C에 대한 별도의 신규 재정 지원을 확정했다는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불참과 철회가 보여준 정치적 과제
행사는 프랑스와 독일이 공동 개최했지만, 독일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참석하지 않았고 독일 장관들이 대신 자리했다. 계약 체결에는 지장이 없었으나, 유럽 공동 우주 전략을 둘러싼 프랑스·독일의 최고위급 공조를 보여주기에는 아쉬운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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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블루 오리진, 스토크 스페이스, 스타클라우드 등 미국 기업들도 정상회의 전 참가를 철회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철회에는 미국 측 압력 또는 참석이 EU 정책 노선을 지지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이들의 불참은 유럽의 자율성 의제가 안고 있는 대서양 횡단 긴장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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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2029년까지의 실행력
파리 정상회의가 유럽의 발사 역량, 자금 조달, 회원국 간 정치 조율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다. 다만 IRIS²에는 고위급 정치적 지원이 확인됐고, 위성 생산 역할도 배정됐으며, 2029년 운용 개시 목표 역시 유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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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관건은 실행이다. 유럽이 사업을 조율해 위성군을 일정에 맞춰 생산·배치하고, 그 기반이 되는 발사 및 산업 역량을 계속 유지할 수 있어야 ‘우주 자율성’도 실질적 의미를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