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처음으로 영국 파운드화 표시 채권을 발행해 **42억5천만 파운드(약 57억6천만 달러)**를 조달했다. 당초 예상됐던 40억 파운드보다 2억5천만 파운드 늘어난 규모다. 투자자 주문은 120억 파운드 이상 모였다.
이번 거래는 아마존이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충에 필요한 자금을 달러 시장에만 의존하지 않고 여러 통화 시장에서 조달하려는 흐름을 잘 보여준다. 동시에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설비 투자를 위한 빅테크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을 시장이 어디까지 흡수할 수 있을지 시험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17
3년·6년·12년·19년물로 구성된 4개 트랜치
아마존의 파운드화 채권은 만기별로 나뉜 4개 트랜치로 발행됐다.
- 3년물: 12억5천만 파운드
- 6년물: 10억 파운드
- 12년물: 10억 파운드
- 19년물: 10억 파운드
총 조달액은 42억5천만 파운드다. 주문 규모가 120억 파운드를 넘어서며, 아마존은 단기물인 3년물 발행액을 늘릴 수 있었다.
17
이번 발행의 주관사는 JPMorgan, Barclays, HSBC, NatWest였다.
3
수요가 몰리자 가격 조건도 개선
채권시장에서 발행 조건은 보통 국채 금리보다 얼마나 높은 금리를 더 얹어 주는지, 즉 스프레드로 판단한다. 스프레드가 작아질수록 발행사 입장에서는 같은 만기의 국채 대비 더 낮은 추가 비용으로 돈을 빌릴 수 있다는 뜻이다.
아마존은 발행 초기 3년물에 대해 영국 국채(길트) 대비 약 70bp(1bp=0.01%포인트), 19년물에는 약 110bp의 스프레드를 논의했다.
3
이후 최종 가격은 3년물이 길트 대비 53bp, 최장기물은 93bp로 축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간 만기물별 최종 스프레드는 제공된 보도만으로 확정하기 어렵다. 다만 양 끝 만기에서 모두 조건이 개선됐고 발행 규모도 증액된 점은 수요가 강했다는 신호다.
왜 첫 파운드화 채권 발행이 중요한가
이번 발행으로 아마존은 영국 기관투자가와 파운드화 채권 시장을 새 자금조달 창구로 추가했다. AI용 데이터센터, 서버, 연산 장비처럼 투자 회수 기간이 긴 자산에는 여러 통화와 다양한 만기의 차입을 조합하는 방식이 유리할 수 있다.
특히 19년물 발행은 단기 자금 조달을 넘어 장기간의 자금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장기 인프라 투자와 장기 부채의 만기를 맞출 수 있는 반면, 투자자에게는 금리가 오를 때 채권 가격이 더 크게 하락할 수 있는 듀레이션 위험이 따른다. 일반적으로 만기가 길수록 금리 변화에 대한 가격 민감도가 높다.
유로·캐나다달러·미 달러로 이어진 다통화 차입
파운드화 발행은 아마존의 2026년 글로벌 차입 행보 중 하나다.
- 아마존은 3월 8개 트랜치 유로화 채권으로 145억 유로를 조달했다. LSEG 기준 유로 회사채 시장 사상 최대 거래로 소개됐다.
21
- 6월에는 5개 트랜치의 140억 캐나다달러 채권을 발행했다. 캐나다 회사채 시장 사상 최대 규모였다.
- 7월에는 AI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8개 트랜치의 250억 달러 미 달러 채권 발행을 추진했다. 주문은 한때 620억 달러까지 불어났지만, 발행 조건이 조정된 뒤 약 410억 달러 수준으로 마감된 것으로 보도됐다.
20
- 로이터는 8월 아마존이 처음으로 6개 트랜치의 스위스프랑 채권 발행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2
핵심은 통화와 투자자 기반의 분산이다. AI 인프라 지출이 커질수록 한 국가·한 통화의 채권시장에만 의존하는 대신, 여러 시장의 자금을 끌어오는 전략이 중요해진다.
달러 채권 때보다 더 강했던 파운드화 수요
파운드화 발행의 주문 열기는 7월 미 달러 채권 거래와 대비된다. 250억 달러 규모였던 당시 거래는 주문이 한때 620억 달러에 달했지만, 최종 주문 장부는 약 410억 달러였다. 발행액의 약 1.6배 수준이다.
20
그렇다고 달러 발행이 실패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250억 달러라는 큰 규모의 거래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다만 AI 관련 회사채 공급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발행사의 신용도뿐 아니라 가격, 만기, 새로 쏟아지는 물량까지 더 엄격하게 따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서 길을 연 알파벳의 파운드화 채권
미국 하이퍼스케일러가 파운드화 시장을 찾은 것은 아마존이 처음은 아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2월 5개 트랜치의 파운드화 채권으로 55억 파운드를 조달했다. 이는 총 315억1천만 달러 규모의 글로벌 채권 조달의 일부였다.
알파벳은 이 거래에서 100년 만기 채권도 발행했다. 해당 물량은 10억 파운드였고 표면금리는 6.125%였다. 아마존의 최장 만기는 19년으로 알파벳만큼 극단적으로 길지는 않지만, 이번 흥행은 파운드화 시장이 미국 대형 기술기업의 AI 자금조달 통로로 자리 잡고 있음을 재확인한다.
더 큰 질문: 채권시장은 AI 투자 물량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나
아마존의 성공적인 파운드화 데뷔와 별개로, 시장 전체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LSEG 데이터를 인용한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알파벳·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 5개 기업은 2026년 9월 초까지 약 2,200억 달러의 부채를 발행했다. 전년 같은 시점의 규모보다 두 배 이상이다.
공급이 늘면서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고, 발행사별·만기별로 선별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미국 기술기업의 유로화 채권 발행 급증이 다른 차입자를 밀어내고, 정부를 포함한 차입 주체의 자금조달 비용을 높이며 신용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거래가 남긴 신호
아마존은 첫 파운드화 채권 발행에서 투자자 기반을 넓히고, 발행 규모를 키우며, 최초 제시보다 나은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영국 파운드화 시장 진입 자체는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AI 투자 붐은 우량 기술기업 채권의 수요를 뒷받침하는 동시에 시장에 막대한 신규 공급을 만들고 있다. 아마존의 거래는 자본이 아직 उपलब्ध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음 관심사는 더 많은 장기물 하이퍼스케일러 채권이 나올 때 투자자들이 어느 정도의 추가 금리 보상을 요구할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