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탕 껌이나 사탕에 쓰이는 감미료 자일리톨을 먹으면 심장병이 생긴다는 뜻일까. 현재로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유럽심장학회(ESC) 2026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분석은 혈중 자일리톨 농도가 높은 사람들에게서 이후 심근경색, 뇌졸중 또는 심혈관 사망으로 묶은 주요 심혈관 사건이 더 많이 관찰됐다고 보고했습니다. 자일리톨이 든 껌·민트·식품을 먹는 행위가 심혈관 질환을 일으킨다는 인과관계를 증명한 연구는 아닙니다.
8
10
ESC 2026 연구에서 나온 수치
독일 베를린 샤리테 대학병원의 마르코 비트코프스키 박사 연구팀은 캐나다 노화 종단연구(CLSA)와 영국 EPIC-노퍽 연구라는 두 전향적 인구집단 코호트의 참가자 1만 7,710명을 분석했습니다.
10
15
캐나다 CLSA에서는 6년간 추적한 결과, 혈중 자일리톨 농도가 가장 높은 상위 25% 집단의 주요 심혈관 사건 위험이 가장 낮은 하위 25%보다 57%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 결과는 알려진 심혈관 위험요인을 고려해 보정한 뒤의 비교입니다.
8
최대 30년간 추적한 EPIC-노퍽 연구에서도 최고 농도군의 위험은 최저 농도군보다 18% 높았습니다. 연구진은 최상·최하위 집단만 차이가 난 것이 아니라, 혈중 자일리톨 농도가 높아질수록 심혈관 사건률도 올라가는 용량-반응 양상을 보고했습니다.
분석은 연령, 성별, 흡연, 체질량지수(BMI), 혈중 지질, 당뇨병, 고혈압 등을 보정한 뒤에도 연관성이 남았다고 보고됐습니다. 다만 통계적 보정은 집단 간 알려진 차이의 영향을 줄여 줄 뿐, 측정되지 않았거나 아직 알려지지 않은 모든 요인을 없애지는 못합니다.
8
‘57% 높다’는 말의 정확한 뜻
57%는 캐나다 코호트에서 혈중 자일리톨 농도가 가장 높은 집단과 가장 낮은 집단을 비교한 상대적 위험 차이입니다. 자일리톨을 섭취한 사람의 57%가 심혈관 사건을 겪는다는 뜻도, 개인별 절대 위험을 알려주는 수치도 아닙니다.
8
또한 혈액검사에서 측정한 자일리톨 수치는 실제 식품 섭취량 기록과 같지 않습니다. 따라서 혈중 농도가 높았던 이유가 자일리톨 함유 식품 섭취 때문이었는지, 그 혈중 농도와 사건률의 차이가 자일리톨 자체에 의한 것인지는 이 분석만으로 알 수 없습니다.
혈소판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
이번 학회 발표은 같은 연구진이 2024년 발표한 동료심사 연구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당시 연구는 혈중 자일리톨이 높은 경우 새로 발생한 주요 심혈관 사건과 연관됐다고 보고했으며, 검증 코호트에서 자일리톨 최고 3분위군과 최저 3분위군의 보정 위험비는 1.57이었습니다. 실험에서는 자일리톨이 혈소판 반응성의 여러 지표를 높이고 혈전 형성을 촉진했습니다.
1
혈소판이 더 잘 활성화되고 혈전이 형성되는 현상은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혈전 관련 사건과의 연관성을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생물학적 가설입니다. 그러나 이 실험 결과만으로 장기간 코호트에서 관찰된 연관성의 원인이 밝혀진 것은 아니며, 일상적인 식이 노출이 임상 사건을 유발한다고 증명하는 것도 아닙니다.
1
결론을 서두르면 안 되는 한계
ESC 2026 분석은 관찰연구입니다. 혈중 자일리톨이 높은 사람과 이후 심혈관 사건이 함께 더 자주 나타났다는 연관성은 보여 주지만, 자일리톨이 그 사건을 일으켰다고 판정할 수는 없습니다.
8
9
또한 이 연구는 과학 학회에서 발표됐으며, 보도 당시 미출판 또는 아직 동료심사를 거치지 않은 연구로 소개됐습니다. 확정적인 식이 조언으로 이어지려면 전체 연구 방법의 공개, 독립적 검토와 다른 연구에서의 재현이 중요합니다.
9
15
핵심 불확실성도 남아 있습니다. 혈중 자일리톨은 무설탕 제품 섭취뿐 아니라 체내 대사 과정의 영향을 반영할 수 있는 대사산물입니다. 즉, 대사 상태나 기저 건강상의 차이가 혈중 자일리톨 수치와 심혈관 위험 모두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 또는 질병 위험과 관련된 상태가 수치 변화에 앞섰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지금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현재 근거가 뒷받침하는 것은 공포나 즉각적인 금지가 아니라 신중한 해석과 추가 연구입니다. ESC도 자일리톨과 다른 인공감미료의 안전성에 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심혈관 건강을 위해서는 한 감미료를 다른 감미료로 바꾸는 데만 집중하기보다, 가능하다면 고도로 가공된 단 음식과 음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쪽이 더 실용적인 방향입니다. 이 연구는 자일리톨을 설탕으로 대체하는 것이 심장 건강에 더 낫다는 근거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심혈관 질환, 당뇨병, 신장질환이 있거나 감미료를 नियमित적으로 섭취하는 것에 걱정이 있다면, 개인의 전체 식습관과 위험요인을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앞으로는 혈중 자일리톨이 어떤 경로로 증가하는지, 이번 연관성이 다른 집단에서도 재현되는지, 그리고 식이 섭취 자체가 심혈관 위험을 바꾸는지를 확인하는 연구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