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와 아조프해를 둘러싼 전쟁은 이제 단순한 군사 충돌을 넘어 상대국의 수출 수입과 전쟁 수행 능력을 겨냥한 경제전으로 전개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관문인 항만과 상선을 압박하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정유시설·석유 물류·선박을 타격하는 방식이다.
당장의 효과는 선박 운항 위험, 보험료와 운임 부담, 곡물·연료 물류 차질이다. 장기적으로는 상대의 외화 수입과 재정 여력을 줄여 전쟁을 지속할 능력을 약화시키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항만·상선 공격
러시아 국방부는 2026년 8월 25일 흑해의 피우데니(러시아식 명칭 유즈니) 항에서 군수 보급품을 실은 화물선 3척과 유조선 1척을 타격했으며, 인근 오데사에서도 화물선 1척을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피우데니·오데사의 항만 기반시설과 초르노모르스크의 연료 저장시설도 타격 대상에 포함됐다고 러시아 측은 밝혔다. 다만 해당 선박들이 군수물자를 수송했다는 러시아 측 주장은 독립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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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에도 러시아는 초르노모르스크 항에서 하역 중인 건화물선과 항만 시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시기 오데사 지역에서는 러시아의 미사일·드론 공격으로 민간·산업·항만 인프라가 피해를 입었고, 오데사에 대한 공격으로 사망자도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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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변화는 항만 시설의 물리적 파괴를 넘어, 민간 선박이 우크라이나 항구에 입항하는 것 자체를 위험한 선택으로 만드는 데 있다. 공격 강도가 높아지자 선주들은 우크라이나 흑해 항만으로의 선박 입항을 일시 중단했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핵심 곡물 수출 통로를 직접 제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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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피해도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항만 당국은 7월 한 달 동안 선박 공격 57건을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35건은 항만 내 선박을, 22건은 해상 선박을 겨냥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항만 시설에 대한 공격도 6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우크라이나 측의 공식 집계이며, 독립적인 전수 검증 수치와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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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반격: 러시아 정유와 해상 물류를 겨냥하다
우크라이나는 장거리 드론을 활용해 러시아의 정유·에너지 물류시설을 공격하는 작전을 확대해 왔다. 8월 21일 드론 공격 뒤 러시아 페름 정유공장은 가동을 멈췄다. 이 공장은 처리량 기준 러시아 7위 규모이며, 화재와 설비 손상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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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코일 소유의 NORSI 정유공장도 드론 공격 이후 원유 처리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 시설은 러시아 4위 규모 정유공장이다. 노보샤흐틴스크 정유공장 역시 8월 공격 뒤 운영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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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정유공장은 광범위한 피해로 최소 6개월간 생산 재개가 어려울 수 있다는 업계 소식통의 평가도 나왔다. 이 공장은 모스크바 지역의 주요 연료 공급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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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이 러시아 전체 정제 능력의 일정 비율을 영구적으로 제거했다는 식의 단정은 주의해야 한다. 개별 정유공장의 가동 중단은 상당한 충격일 수 있지만, 러시아는 예비 설비 활용과 복구 작업을 통해 전체 생산 감소를 일부 완화할 수 있다. 보다 중요한 효과는 반복되는 가동 차질, 정비 비용, 방공 비용, 일부 지역의 연료 부족, 원유 수출 경로 조정과 같은 누적 부담에 있다.
곡물·연료 시장이 받는 충격
우크라이나 경제에서 흑해 항로의 비중은 매우 크다. 우크라이나가 수출하는 밀·옥수수·해바라기씨의 약 90%가 흑해를 통과하며, 농업은 이 나라 수출 수입의 거의 60%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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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항만과 상선에 대한 공격은 곧바로 수출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러시아의 공격과 해운 차질 속에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은 8월 첫 2주 동안 75% 줄었다. 앞서 업계 관계자들은 공격이 지속될 경우 월간 곡물 출하량이 최대 3분의 1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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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는 러시아에도 돌아간다. 러시아 곡물 수출업체들은 흑해와 아조프해에서의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으로 남부 항로 위험이 커지자, 발트해 항만과 발트해 연안국 항만을 통한 출하로 물량을 우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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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모두 세계 곡물 공급에서 비중이 큰 나라들이다. 양국의 수출 차질은 밀 선물 가격을 3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보도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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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측면에서도 영향은 간접적이지만 광범위하다. 정유시설 손상은 원유를 디젤 등 석유제품으로 전환하는 능력을 떨어뜨려 공급을 긴축시킬 수 있다. 다만 현재 자료만으로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러시아 전체 디젤 수출 감소 폭이나 특정 세계 디젤 가격 변동을 단독으로 결정했다고 수치화하기는 어렵다.
시장 참가자들은 정유시설 가동 중단뿐 아니라 러시아 수출항, 흑해 항로, 다른 분쟁 지역의 원유 생산·수송 위험을 함께 가격에 반영한다. 로이터 분석에 따르면 2025년 생산 기준 분쟁 영향을 받는 국가들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약 4,500만 배럴로, 세계 공급의 43%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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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겨냥하는 것은 ‘전쟁 경제’
이 공방의 본질은 항만이나 정유시설 하나하나의 파괴에만 있지 않다. 우크라이나에는 안정적인 흑해 항만이 농가 소득, 외화 획득, 수입 결제와 국방 재원에 필수적이다. 러시아에는 석유·석유제품 수입, 정유 능력, 수출 물류망과 해외 시장 접근성이 중요하다.
양국은 상대의 전쟁 경제를 지탱하는 기반시설을 겨냥하고 있다. 그 비용은 교전 당사국을 넘어 식량 가격, 연료 공급, 해상보험, 운임과 세계 상품시장의 불확실성으로 확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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