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집행위원회는 중국과의 공급망 연결을 일괄적으로 끊기보다, 핵심 산업에서 특정 국가·공급처에 과도하게 쏠린 조달 구조를 바꾸려 한다. 핵심은 기업에 공급업체 다변화를 요구할 수 있는 새 ‘다변화 수단’과, 공공자금이 투입되는 시장에서 유럽 생산품의 수요를 키우는 산업가속화법(Industrial Accelerator Act)을 함께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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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적 디리스킹’에서 공급망 의무로
집행위가 초안을 마련 중인 다변화 수단은 핵심 분야 기업들이 공급업체 수를 늘려 중국 의존도를 낮추도록 요구하는 방안이다. 이는 생산을 모두 유럽으로 되돌리는 전면 리쇼어링을 뜻하기보다는, 공급망 집중 위험을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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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대상 업종, 의존도 판단 기준, 기업별 의무 수준, 제재·집행 방식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이 제도가 어느 기업에 얼마나 강하게 적용될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공공조달로 ‘유럽산’ 수요를 만든다
수요 측면에서는 산업가속화법이 보완 역할을 한다. 이 법안은 공공조달과 공적 지원에서 저탄소 제품, 유럽산 제품, 넷제로 기술에 대한 수요를 확대하도록 설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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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정부나 공공기관의 구매, 보조금 등 공공자금이 쓰이는 영역에서 ‘EU에서 만든 제품’ 또는 저탄소 기준을 충족한 제품에 우선순위를 부여해 유럽의 제조 역량을 지키고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중국산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조치라기보다 전략 산업의 생산기반과 탈탄소 전환을 지원하는 산업정책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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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중국 문제가 더 급해졌나
브뤼셀이 정책 강도를 높이는 배경에는 공급망 리스크뿐 아니라 커지는 무역 불균형과 중국 기업의 고부가가치 산업 진입이 있다.
독일의 대중 무역적자는 2026년 8월 말 기준 893억 유로까지 확대됐다. 같은 해 1~6월 독일의 대중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12% 이상 줄어 370억 유로에 못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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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더 이상 유럽 기업에 값싼 부품을 공급하거나 유럽 제품을 사들이는 거대 시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자동차, 산업기계, 의료기술을 포함한 고도 제조업에서 독일 기업과 직접 경쟁하고 있다. 독일 제조업이 오랫동안 의존해 온 수출 중심 모델이 압박받는 이유다.
자동차는 변화가 가장 뚜렷한 분야다. EU가 2024년 10월부터 중국산 배터리 전기차에 상계관세를 부과했지만, EU의 중국과의 승용차 교역수지는 2025년 상반기 12억 유로 적자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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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문제도 정치적 압력을 키운다. 폭스바겐은 치열한 중국 경쟁과 대서양 양안의 통상 압박 속에서 약 5만 명을 추가 감원해야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독일 산업 고용이 겪는 더 큰 조정의 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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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협상과 10월의 분기점
EU는 국내 산업정책을 준비하는 한편, 중국과의 협상도 병행하고 있다. 데니스 레돈네가 이끄는 EU 협상팀은 중국 상무부 측과 베이징에서 무역 불균형과 중국산 수출 급증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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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위의 무역·경제안보 담당 사무총장인 디테 율 요르겐센은 레돈네 대표단의 방중 뒤 베이징을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중국이 협상에 참여하고는 있지만 과제는 “매우,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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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시한은 10월이다.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중국이 그때까지 “가시적인 결과”를 내놓았는지 평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진전이 없을 경우 브뤼셀은 일방적 무역방어 조치에 더 크게 의존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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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근본적 재균형은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의 산업 과잉생산, 보조금 기반 생산, 수출 주도 성장과 연결된 정책을 바꾸려면 일회성 구매 약속이나 단순 모니터링 체계를 넘어서는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EU와의 협상이 일방적 요구에 기초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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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EU의 접근은 외교와 압박 수단을 동시에 가동하는 전략이다. 중국이 10월 전까지 신뢰할 만한 양보를 내놓는지 시험하는 동시에, 그렇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공급망 회복력 규칙, 유럽산 우대, 무역방어 조치를 준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