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의 목표는 단순히 공장을 더 짓는 데 있지 않다. 당장 가동 중인 D램 생산과 패키징 역량을 HBM4로 전환해 단기 공급을 늘리고, 아시아의 신규 생산 거점 투자로 2027년 이후 물량을 뒷받침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월 10만 장’은 완제품 HBM 스택 수량이 아니라 HBM 생산에 투입되는 웨이퍼 기준 능력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HBM은 여러 D램 다이를 적층하고 첨단 패키징을 거쳐야 하므로, 웨이퍼 투입량이 늘어도 실제 출하량은 수율과 패키징 병목의 영향을 함께 받는다.
단기 해법: 기존 설비를 HBM4 중심으로 전환
업계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2026년 말까지 HBM 생산능력에 월 최대 6만 장을 추가해, 총 웨이퍼 투입 능력을 약 10만 장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2025년 수준의 두 배를 웃도는 규모다. 핵심 수단은 대규모 장비 투자와 12단 HBM4 비중 확대다. 신규 부지에 팹을 새로 지어 가동하기까지 기다리기보다, 기존 생산·후공정 자원을 AI용 고대역폭 메모리에 우선 배분하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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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식은 빠르지만 쉽지는 않다. HBM은 선단 D램 웨이퍼뿐 아니라 다이 적층과 검사 등 첨단 패키징 역량을 대량으로 필요로 한다. 업계에서는 HBM 공급능력 확대에 통상 12~18개월의 리드타임이 필요하며, AI 수요가 적어도 2026년까지 공급 증가를 앞지를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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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라 루빈’용 12단 HBM4가 핵심 제품
마이크론은 36GB 용량의 12단 HBM4를 앞세워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플랫폼인 베라 루빈(Vera Rubin) 공급 기회를 노리고 있다. HBM4는 HBM3E보다 세대가 바뀐 제품으로, AI 가속기의 대규모 연산에 필요한 메모리 대역폭과 전력 효율이 경쟁력의 핵심이다.
이 시장에서 설비 규모만으로 공급사가 결정되지는 않는다. 엔비디아 같은 고객의 플랫폼 인증, 안정적인 수율, 적기에 물량을 내보낼 수 있는 패키징 처리 능력이 모두 갖춰져야 한다. 마이크론은 2026년 HBM 물량이 매진됐다고 밝혔고, 2027년 생산능력의 일부도 장기 계약으로 확보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2027년 전체 물량이나 2028년까지의 예약이 모두 확정됐다는 수준의 주장은 공개 자료로 충분히 검증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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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 이후를 위한 아시아 투자
단기 전환만으로는 AI 메모리 수요를 장기간 감당하기 어렵다. 마이크론은 대만·싱가포르·일본에 생산 기반을 넓혀 중장기 공급 여력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 대만 통뤄: 마이크론은 PSMC의 통뤄 P5 부지를 인수했으며, 이 공장에서는 2027년 웨이퍼 생산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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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가포르: 향후 10년에 걸쳐 240억 달러를 투자하는 첨단 웨이퍼 팹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이 시설은 AI와 데이터 중심 응용에 따른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웨이퍼 생산은 2028년 하반기 시작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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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히로시마: 약 1조5,000억 엔(약 93억 달러)을 투입하는 공장 확장에 착수했다. 이 시설은 HBM을 포함한 첨단 메모리 생산을 목표로 하며, 출하는 2028년 여름께 시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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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월 10만 장 목표는 당장의 HBM4 공급 확대를 위한 조치이고, 대만·싱가포르·일본 투자는 그 공급 확대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만드는 후속 기반으로 볼 수 있다.
SK하이닉스 선두 속 삼성전자도 추격
마이크론의 확대 계획은 AI 메모리 시장에서 ‘의미 있는 제3 공급자’로 올라서기 위한 움직임이다. 그러나 순위 경쟁은 만만치 않다.
SK하이닉스는 2026년 2분기 HBM 매출 기준 약 50%의 점유율로 선두를 유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엔비디아 중심의 HBM 생산 경험과 규모가 강점이다.
10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점유율을 33%까지 끌어올렸고, 연말 약 38%를 목표로 HBM4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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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026년 1분기 기준으로는 SK하이닉스 58%,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각각 21%였다는 추정치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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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마이크론이 월 10만 장 수준의 웨이퍼 투입 능력에 도달하더라도, 실제 시장 영향력은 숫자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 HBM4 수율, 엔비디아의 공급 배정, 첨단 패키징 병목 해소, 계획된 증설의 일정 준수가 함께 검증돼야 한다.
마이크론은 공급 제약을 받던 후발 주자에서 AI 가속기 고객에게 필요한 복수 공급망의 한 축으로 이동하려 한다. 다만 SK하이닉스의 선도 지위와 삼성전자의 빠른 HBM4 램프업을 고려하면, 이는 단순한 추격전이 아니라 두 경쟁사를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경쟁 구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