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나토·유럽연합(EU)은 유럽 안보 위기가 왜 심화됐는지를 놓고 정반대의 설명을 내놓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에서 나토가 냉전 종식과 함께 해체됐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과 유럽 내 하이브리드 활동 의혹이야말로 집단방위와 우크라이나 지원을 더 시급하게 만든다고 반박했다.
라브로프의 주장: 냉전이 끝났는데 나토는 왜 남았나
라브로프 장관은 소련 붕괴 뒤 바르샤바 조약기구가 해체된 것처럼 나토도 해체됐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토는 자신이 표현한 ‘완전히 인위적인 존재’를 연장하기 위해 새로운 명분을 찾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논리에서 유럽의 불안정 원인은 러시아가 아니라 냉전 이후에도 역할과 활동 범위를 확장해 온 나토에 있다. 러시아는 나토가 북유럽과 북극에 군사적 관심을 넓히는 일을 방어 태세 조정이 아니라 새로운 임무를 찾는 행보로 본다.
북극을 둘러싼 경고: ‘북극 센트리’가 쟁점이 된 이유
라브로프 장관은 2026년 2월 나토가 북극권 주둔과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출범시킨 ‘북극 센트리(Arctic Sentry)’ 임무도 비판했다. 그는 북극에서의 나토 활동이 러시아 안보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며, 러시아 북부 국경 인근의 군사화가 우발적 사건을 ‘파국적 결과’를 낳는 직접 무력 충돌로 번지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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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특정 작전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스크바는 북극을 러시아와 나토의 대립이 전개되는 또 하나의 전선으로 규정한다. 나토는 러시아와의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북극권에 대한 관심과 존재감을 강화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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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의 반박: 러시아의 행동이 억지력 강화의 근거
9월 2일 브뤼셀에서 뤼터 사무총장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유럽의 안보 우려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러시아의 계속되는 우크라이나 전쟁, 반복된 영공 침범, 공항 운영을 마비시키는 드론, 핵심 인프라에 대한 교란을 거론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런 상황이 유럽의 방위 역량 강화와 우크라이나 지원 지속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의 시각에서 나토와 EU의 안보 조치는 냉전 이후 존재 이유를 찾기 위한 것이 아니라 러시아의 행동에 대응하는 조치다. 뤼터 사무총장은 러시아의 위협이 동맹국들을 분열시키거나 우크라이나 지원을 단념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프치히/할레 공항 사건: ‘하이브리드 공격’의 시험대
독일 라이프치히/할레 공항에서 발생한 드론 사건은 이 논쟁에 구체적 사례를 제공했다. 독일 정부는 8월 4일 공항에서 우크라이나 항공기 인근에 폭발물을 실은 드론이 발견됐고, 사건 연루자들이 러시아 국가기관을 위해 행동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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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는 독일 정보기관과 경찰의 평가에 따른 공식 귀속 판단이지, 독립적 사법 절차로 확정된 사실은 아니다. 러시아는 혐의를 부인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독일이 증거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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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 사건은 정치적으로 큰 의미를 가졌다. 독일 당국은 드론의 구성과 부품, 폭발물, 기폭장치가 러시아의 과거 하이브리드 작전 및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알려진 요소들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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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유럽 지도부는 이를 우크라이나 전쟁의 안보 파장이 전장 밖 유럽의 교통·물류 기반시설까지 확장됐다는 증거로 제시했다.
우크라이나 지원은 안보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런 인식 차이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재정 지원의 지속으로 이어진다. 나토 동맹국들은 2026년 우크라이나에 군사 장비, 지원, 훈련을 위해 700억 유로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도 7월 우크라이나 지원 대출의 방위 부문을 통해 34억7000만 유로를 집행했으며, 이 자금은 방공 능력 등을 포함한 긴급 군사 수요에 쓰이도록 설계됐다.
뤼터 사무총장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메시지는 방어적이면서도 정치적이다. 압박과 파괴 공작 의혹, 위협이 키이우 지원을 끝내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이 공방이 보여주는 것
러시아는 특히 북극에서의 나토 활동을 적대적 포위와 충돌 위험의 확대라고 본다. 반대로 나토와 EU 지도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국경을 넘는 하이브리드 활동 의혹을 더 강한 억지력, 사회·기반시설의 회복력 강화, 우크라이나 지원이 필요한 이유로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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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양측은 개별 사건의 해석만 달리하는 것이 아니다. 유럽 안보 환경이 악화된 근본 원인 자체를 다르게 규정한다. 그 간극은 북극해에서 유럽의 공항과 물류망에 이르기까지 긴장을 낮추기 위한 공간을 더욱 좁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