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반도체 자립 전략이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국산 침지 DUV(심자외선) 노광장비의 제한적 생산이 시작됐다는 보도가 나왔고, 메모리 업체 CXMT는 중국 AI 칩 개발사를 대상으로 HBM3E 소량 생산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를 중국이 최첨단 EUV(극자외선) 노광 격차를 메웠다는 신호로 해석하기는 이르다. 침지 DUV는 다중 패터닝을 통해 고도화된 공정에 활용할 수 있지만, EUV는 최선단 로직 칩을 경제성과 생산성까지 갖춰 만들기 위한 전혀 다른 수준의 제조 플랫폼이다.
EUV 판단: 진전은 있지만, 격차는 여전히 크다
독일 Zeiss 반도체 사업 책임자인 프랑크 로흐문트는 중국이 자체 EUV 노광장비를 개발하는 데 약 15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을 “합리적인 가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의 실제 진전 속도를 정량화하기는 어렵다고 단서를 달았다. UBS 역시 중국의 노광 역량을 ASML의 2004년 수준에 가깝다고 평가하며, 적어도 향후 10년 내 국산 EUV가 이를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이는 중국이 15년 동안 멈춰 있을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핵심은 작동하는 시제품을 만드는 일과, 팹에서 높은 가동률·수율·재현성을 갖춘 장비를 지속적으로 대량 운용하는 일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는 데 있다. EUV에는 광학계, 광원, 웨이퍼 이송, 소프트웨어, 계측, 유지보수 체계, 양산 수율과 공급 능력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ASML과 Zeiss 조합이 어려운 이유
ASML은 상용 EUV 노광장비를 만드는 유일한 기업이며, Zeiss는 이 장비에 들어가는 광학 장비의 독점 공급사다.
EUV는 엔비디아 AI 가속기에 쓰이는 프로세서처럼 가장 앞선 반도체를 제조하는 데 필수적인 기술이다. Zeiss는 EUV 광학계를 초정밀 미러와 메카트로닉스의 결합체로 설명하며, EUV 장비의 핵심 구성요소라고 밝힌다.
따라서 과제는 노광기 한 대를 설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초정밀 부품을 생산·통합하고, 대규모 팹의 실제 가동 환경에서 이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전문 공급망 전체를 구축해야 한다. EUV 격차가 깊은 이유다.
침지 DUV가 있어도 EUV가 중요한 이유
침지 DUV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기술이다. 렌즈와 웨이퍼 사이에 정제수를 넣어 해상도를 높이며, 다중 패터닝을 적용하면 한 번의 노광으로 가능한 범위를 넘어 더 미세한 패턴을 구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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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방식은 해당 층에 EUV를 쓸 때보다 공정 단계가 늘어난다. 중요한 것은 DUV로 첨단 칩을 시연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경쟁력 있는 비용·수율·속도·규모로 지속 생산할 수 있느냐다. 최선단 로직과 전력 효율이 중요한 AI 하드웨어에서 EUV가 주는 이점이 여기에 있다.
중국 침지 DUV의 ‘양산’은 아직 초기 물량 단계
로이터는 중국의 국유 지원 상하이 프로젝트가 국산 침지 DUV 장비 생산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계획된 생산량은 2026년 약 5대, 2027년 약 20대이며, 초기 고객에는 SMIC, 화훙, CXMT가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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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숫자는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 성과: 오랫동안 해외 공급사가 주도한 첨단 반도체 제조 핵심 장비군에서 중국이 자체 대안을 구축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 한계: 연간 5대는 시험적 증산 단계다. 초기 장비는 본격 양산 투입보다 생산라인 검증을 목적으로 하며, 추가 시험도 필요하다는 보도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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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 개발 주체를 구분해서 볼 필요도 있다. 새 침지 DUV 프로젝트는 상하이의 국유 지원 제조사 및 SMIC에서 시험 중인 위량성 장비와 연관돼 보도됐다. 반면 SMEE는 별도로 90nm급 DUV 장비를 양산하고, 28nm 침지 모델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MEE의 28nm 침지 플랫폼이 독립적으로 검증된 대규모 팹 배치에 들어갔다는 공개 근거는 아직 제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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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여기서 말하는 ‘양산’은 제한적 제조의 출발로 읽는 것이 적절하다. 이는 ASML 장비와 같은 처리량, 신뢰성, 오버레이 성능, 설치 기반, 공급망을 갖췄다는 의미는 아니다.
수출통제가 만든 제약과 국산화 유인
미국 주도의 수출 제한으로 중국은 ASML의 EUV 장비를 도입할 수 없게 됐다. 그만큼 중국 내부에서는 국산 장비 개발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졌다.
로흐문트는 구형 DUV 장비까지 수출 제한을 더 확대하는 것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그의 논지는 추가 규제가 중국의 대체 기술 개발 유인을 없애기보다, 오히려 국산화 혁신을 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수출통제가 영향이 없다는 주장은 아니다. 통제는 현 시점의 최고급 장비 접근을 제한한다. 다만 상대적으로 성숙한 DUV 영역까지 차단하면 중국이 대체재에 더 빠르게 투자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반대 논리다.
CXMT HBM3E도 AI 공급망에서는 중요한 전진
중국의 AI 칩 전략은 로직 공정뿐 아니라 고대역폭 메모리에도 달려 있다. CXMT는 HBM3E를 소량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알리바바의 칩 설계 조직 티헤드와 캠브리콘 등 중국 AI 칩 개발사가 이를 시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CXMT는 2027년 생산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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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중국 AI 가속기용 첨단 메모리를 자국 공급망에서 조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넓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현재 단계는 소량 생산과 고객 인증이다. 보도에 따르면 CXMT 제품은 글로벌 메모리 선도 업체들이 이미 양산 중인 제품보다 약 한 세대 뒤에 있으며, 대규모 생산 역량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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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중국은 더 이상 노광장비 자립을 연구실과 로드맵에만 두고 있지 않다. 국산 침지 DUV의 초기 생산과 CXMT의 HBM3E 시험은 첨단 반도체 공급망 일부가 실제 배치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EUV의 장벽은 훨씬 높다. ASML의 독보적인 EUV 장비 지위와 Zeiss의 독점 광학 공급 역할은 독자 EUV 장비가 단일 기술 돌파만으로 완성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로흐문트와 UBS의 평가를 기준으로 보면, 중국의 경쟁력 있는 대량생산 EUV 플랫폼 확보는 현재 DUV 생산 확대의 시간표가 아니라, 10년 이상을 단위로 보는 과제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