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가 택한 해법은 ‘구형 DDR4를 새 DDR5 메인보드 슬롯에 끼우는 어댑터’가 아니다. 핵심은 퇴역 서버와 그 안에 있던 메모리 모듈을 분리한 뒤, 아직 쓸 수 있는 DDR4를 별도 메모리 계층으로 다시 편입하는 데 있다.
메타의 Vistara 설계는 회수한 DDR4를 자체 설계한 CXL(Compute Express Link) 메모리 확장 ASIC 뒤에 붙인다. 그러면 최신 DDR5 기반 호스트 서버는 이를 직접 연결된 메모리와 구별되는, 더 느린 추가 용량 계층으로 활용할 수 있다. 메모리 용량 부족이 더 큰 제약인 워크로드에서는 필요한 서버 수를 최대 25% 줄일 수 있다고 메타는 밝혔다.
1
DDR4-to-DDR5 어댑터가 아니라 CXL 메모리 확장이다
DDR4와 DDR5는 서로 다른 세대의 메모리 규격이다. 메타의 방식은 DDR4 RDIMM을 DDR5 소켓에 호환시키는 단순 변환기가 아니라, DDR4를 전용 메모리 장치에 장착하고 CXL로 호스트와 연결하는 구조다.
Vistara는 PCIe Gen5 x16 링크를 쓰는 CXL 2.0/1.1 Type-3 메모리 확장 ASIC이다. ASIC 하나에는 DDR4 채널 2개가 통합되며, 64GB DIMM을 사용할 경우 칩당 최대 256GB를 지원할 수 있다.
2
9
이 구조에서는 신형 서버가 빠른 로컬 DDR5를 유지하면서, 회수한 DDR4로 메모리 총용량을 늘릴 수 있다. 모든 서버의 최대 용량 요구에 맞춰 새 DRAM을 대량 구매하는 대신, 추가 용량이 필요한 곳에 CXL 연결 메모리를 배치하는 방식이다.
하드웨어만큼 중요한 것은 데이터 배치 정책
CXL로 연결한 DDR4는 지연시간이나 대역폭에 민감한 작업에서 로컬 DDR5를 대체할 수 없다. 메타의 운영 환경 관련 보도에 따르면 확장 메모리 계층의 대역폭은 로컬 DDR5의 약 10분의 1 수준이고, 지연시간은 약 60% 더 높았다.
4
그래서 시스템은 CXL 메모리를 별도의 NUMA와 유사한 계층으로 다룬다. 자주 접근하거나 반응 속도가 중요한 데이터는 로컬 DDR5에 남기고, 접근 빈도가 낮은 페이지는 비용 효율적인 DDR4 계층으로 옮긴다.
4
13
정리하면 이는 계층형 메모리 전략이다.
- 로컬 DDR5: 활발히 접근하는 데이터와 지연시간 민감 데이터용 고속 메모리
- CXL 연결 회수 DDR4: 낮은 대역폭과 높은 지연시간을 감수할 수 있는 데이터용 추가 용량
- 운영체제·워크로드 정책: 어느 데이터를 어느 계층에 둘지 결정하는 소프트웨어
따라서 이 접근법의 이점은 DDR4 자체를 빠르게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워크로드에 맞게 서버 한 대당 유효 메모리 용량을 늘려, 같은 일을 더 적은 서버로 처리하는 데 있다.
메타가 공개한 운영 효율 수치
메타는 CXL 메모리 확장 기술을 수백만 대 규모의 서버에 배포했으며, 일부 분리형 추론 워크로드에서 필요한 서버 수를 최대 25%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1
이는 특정 서버 부품의 성능 향상 수치라기보다 플릿 운영 효율에 관한 결과다. 각 서버가 더 많은 유효 메모리를 담을 수 있으면 같은 워크로드에 필요한 서버, CPU, 네트워크 장비, 랙 공간과 전력 수요를 함께 줄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메모리 대역폭이나 지연시간이 병목인 AI 작업에 이 수치를 일반화할 수는 없다. 그런 작업은 효과가 작거나 훨씬 정교한 데이터 배치 정책이 필요할 수 있다.
메타는 특정 분산 캐시 워크로드에서 이 계층을 통해 캐시 용량을 늘린 뒤 평균 쿼리 처리 시간이 29% 감소했다고도 보고했다. 메모리 용량 확대로 캐시 적중률이 좋아지는 경우의 효과를 보여주는 사례다.
15
구글 등 다른 하이퍼스케일러의 움직임
공개 보도에 따르면 구글도 DRAM 수급이 빠듯해지면서 퇴역 서버에서 DDR4를 회수해 재활용하고 있다. 다만 구글의 구체적 구현 방식은 메타의 Vistara와 비교해 공개된 기술 정보가 훨씬 적다.
14
여기서 중요한 차이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사업자만이 가진 자산이다. 이들은 이미 보유한 퇴역 서버에서 호환 가능한 DIMM을 대량으로 확보할 수 있다. CXL 기반 확장과 메모리 풀링은 이 재고를 전자폐기물로 처리하는 대신, 최신 시스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메모리 용량으로 바꾸는 수단이 된다.
회수 메모리가 매력적인 이유: AI발 DRAM 압박
배경에는 AI 인프라 확대로 인한 메모리 수급 경색이 있다. 일반 DRAM 계약 가격은 2026년 1분기에만 전 분기 대비 90~95% 상승한 것으로 보도됐다.
1 JP모건 글로벌 리서치는 2026년 말 DRAM 가격이 2024년 초보다 400% 이상 높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20
메모리는 클라우드 인프라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TrendForce 기반 전망에 따르면 주요 클라우드 사업자의 하드웨어 설비투자 가운데 DRAM과 NAND를 합친 비중은 2026년 47%에서 2027년 68%로 높아질 수 있다.
18
이런 시장에서 회수한 DIMM은 단순한 친환경 수단이 아니다. 공급이 제한되고 가격이 오른 현물·계약 시장에서 새로 사지 않아도 되는, 전략적 메모리 용량이 될 수 있다.
공장을 더 지어도 부족 현상이 바로 해소되기 어려운 이유
AI 인프라는 일반 서버 DRAM과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동시에 필요로 한다. 메모리 업체들이 AI 시스템용 HBM에 생산 역량을 더 배분하면서 다른 메모리 제품의 공급은 타이트해지고 있다.
19
20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더라도 반도체 생산능력은 건설과 인증, 양산 안정화에 시간이 걸린다. 딜로이트는 현재 발표된 증설 계획에서 나오는 추가 공급이 2029년이나 2030년이 돼야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 집중도도 위험 요인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가 DRAM 시장의 약 3분의 2를 차지한다. 수요가 급증하거나 생산 차질이 발생했을 때 이를 흡수할 여유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CEO는 2027년이 업계 사상 최악의 공급 부족 시기가 될 수 있으며, 고객 수요가 2030년 이후에도 회사 생산능력을 웃돌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확정된 미래가 아니라 기업 경영자의 전망이지만, 하이퍼스케일러가 새 공장 물량만 기다리지 않고 메모리 재활용·계층화·분리형 설계를 서두르는 배경을 설명해 준다.
인프라 팀이 확인할 조건
메타의 모델이 유효하려면 세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 재활용할 만한 퇴역 메모리 재고가 있고, 플랫폼이 CXL 메모리 확장을 지원하며, 워크로드가 분명히 더 느린 두 번째 메모리 계층을 허용해야 한다.
이 조건이 맞는다면 구형 DDR4는 다시 유효한 서버 메모리 용량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지연시간이 핵심인 데이터에는 여전히 적합하지 않다. 메타의 진짜 혁신은 어댑터 하나가 아니라, CXL 컨트롤러와 회수 DIMM, 데이터 배치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레거시 메모리를 관리 가능한 자원으로 바꾼 시스템 설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