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핵융합을 단순한 실험실 과제가 아니라 국가 지원 아래 연구·장비·제조 공급망을 함께 구축하는 산업 프로그램으로 추진하고 있다. 큰 흐름은 EAST에서 플라즈마 물리를 검증하고, CRAFT에서 원자로용 기술을 시험한 뒤, BEST에서 시범적인 핵융합 전기 생산을 노리는 것이다. 그 다음 단계로 CFETR 같은 공학 실증로와 상업 발전소를 상정한다.
다만 ‘핵융합 전기로 첫 불을 밝힌다’는 표현은 아직 달성된 성과가 아니라 목표다. 현재까지 상업적으로 전력망에 전기를 공급한 핵융합 발전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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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 → CRAFT → BEST: 중국식 핵융합 사다리
**EAST(동방초전도토카막)**는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에 있는 플라즈마 물리 실험장이다. 여기서의 핵심은 전기 생산이 아니라, 초고온 플라즈마를 초전도 자석으로 가두고 안정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운전 조건을 확보하는 데 있다. 공개 보도에 따르면 EAST는 약 1억 ℃에서 1,066초 동안 고가둠 플라즈마 운전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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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융합 발전이 주로 겨냥하는 연료는 중수소-삼중수소(D-T) 플라즈마다. 플라즈마의 밀도와 가둠 성능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약 1억~3억 ℃ 수준의 조건이 요구된다. 중국은 강력한 가열 장치, 초전도 자석, 높은 열부하를 견디는 벽·디버터 소재, 불순물 제어, 플라즈마 불안정성 억제를 함께 해결하려 한다. EAST에서는 플라즈마와 원자로 벽의 상호작용을 제어해 밀도 한계 문제를 다루는 연구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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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AFT(Comprehensive Research Facility for Fusion Technology)**는 플라즈마 실험과 실제 원자로 사이의 공학적 공백을 메우기 위한 시설이다. 자석, 가열·전류구동 장치, 삼중수소 관련 기술, 블랭킷과 디버터 개념, 원격 유지보수, 고열유속 부품 등을 대형 규모에서 검증하는 것이 목적이다. 2026년에는 핵심 핵융합 시스템 시험을 완료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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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Burning Plasma Experimental Superconducting Tokamak)**는 시범 발전을 향한 연결 고리다. 허페이에서 본체를 조립 중이며, 400톤급 기반 구조물이 2025년 말 설치됐다. 2027년 말 조립 완료를 목표로 하고, 2030년 전후 순에너지 이득과 세계 최초의 핵융합 기반 전기 생산 시연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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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순서는 EAST → CRAFT → BEST → CFETR/실증로 → 상업 발전소로 정리할 수 있다. CFETR은 계획된 공학·실증 단계이지, 이미 운영 중인 상업 발전소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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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3억 ℃보다 어려운 일: 오래, 안정적으로, 발전소처럼 운전하기
핵융합에서 높은 온도에 도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태양 내부보다 훨씬 뜨거운 플라즈마를 자기장으로 벽에서 띄워 가둬야 하며, 작은 교란도 대형 불안정성이나 플라즈마 붕괴로 번질 수 있다.
중국이 집중하는 해결 수단은 다음과 같다.
- 고성능 자석: 고온초전도(HTS)·고자장 자석은 더 강한 자기장을 이용해 장치를 소형화하거나 플라즈마 압력 및 가둠 성능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중국핵융합에너지 주도의 장강삼각주 컨소시엄은 고온초전도 고자장 토카막 자석 개발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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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즈마 제어와 AI: AI는 플라즈마 붕괴를 미리 예측하고, 가열·연료 주입을 최적화하며, 빠르게 변하는 운전 상태를 제어하는 보조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AI가 중성자 내구 소재, 삼중수소 증식, 정비성 같은 원자로의 근본 난제를 대신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 원자로급 제조 기술: 정밀 초전도 자석, 진공용기, 고출력 고주파·중성입자빔 가열 장치, 플라즈마 대향 부품, 대형 극저온 설비, 로봇 원격 정비가 모두 필요하다. 중국의 전략은 국가 연구소 성과를 공급망과 연결해 핵융합을 실험실 기술에 머물지 않게 하는 데 있다.
정책과 산업 자본의 결합
정책 환경도 핵융합 산업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중국의 제15차 5개년 계획은 핵융합을 미래 산업의 하나로 포함하고 전 산업사슬 육성 체계 구축을 언급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는 2026년 3월 이 계획을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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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15일 발효된 중국 원자력법은 평화적 원자력의 연구·개발·활용을 위한 법적 틀을 제공하며, 통제 핵융합의 과학 연구와 기술 개발을 국가가 장려·지원한다는 방향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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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페이는 EAST, CRAFT, BEST와 중국과학원 산하 플라즈마 연구 역량, 전문 공급업체, 지방정부 자본, 스타트업이 모인 핵심 거점이다. 상하이 역시 핵융합 기업과 산업 자본을 끌어들이며 대형 생태계를 키우고 있어, 중국의 핵융합 경쟁은 한 연구소의 프로젝트를 넘어 다도시 산업 경쟁의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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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자본도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핵융합산업협회 조사에 따르면 2026년 7월까지 1년간 전 세계 민간 핵융합 기업의 조달액은 약 45억 달러였고, 조사 대상 56개사의 누적 투자액은 142억 달러에 달했다. 다만 중국 기업에 대한 조사 범위가 불완전하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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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는 2026년 상반기 핵융합 투자 유치가 72억6,800만 위안으로 추산됐다는 업계 집계도 있다. 이는 정부의 공식 국가 총계가 아니라 민간 업계 추정치다. 사례로는 스타토러스 퓨전의 10억 위안 규모 시리즈 A, 허페이 싱허 퓨전의 8억3,000만 위안 규모 시드 투자 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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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시범 전기’와 2040년 ‘상업 발전소’는 다르다
BEST의 2030년 전후 전기 생산 목표는 매우 공격적이다. 반면 상업화 시점을 2040년 무렵으로 보는 전망도 존재한다. 두 시간표는 반드시 모순되지는 않는다. 전자는 핵융합 전기 생산을 보여주는 시범 단계일 수 있고, 후자는 안정적인 이용률과 경제성을 갖춘 상업 발전소를 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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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핵융합 시장이 2026년 5억430만 달러에서 2031년 9억8,210만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는 시장 전망도 있다. 그러나 상업 발전소가 없는 단계에서 이런 ‘시장 규모’는 전력 판매액이 아니라 연구개발, 장비, 부품, 엔지니어링 서비스의 규모를 주로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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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승부는 ‘1억~3억 ℃ 달성’이나 짧은 핵융합 펄스에 있지 않다. 발전소 전체가 쓰는 전력까지 감안한 순전력, 장시간 안정적인 연소 플라즈마, 중성자로 손상된 부품의 교체 가능성, 삼중수소 자급, 충분한 가동률, 다른 저탄소 전원과 비교 가능한 비용을 함께 입증해야 한다. 중국의 진척은 빠르지만, 2040년 상업 발전소는 확정된 예측이 아니라 달성해야 할 목표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