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DRAM 업체로 알려진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첨단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3E를 소량 생산하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알리바바의 칩 설계 자회사 T-Head와 중국 AI 반도체 설계업체 캠브리콘은 이 메모리를 자사 프로세서와 함께 테스트하고 있으며, CXMT는 2027년 생산 확대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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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소식은 중국 AI 반도체 공급망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진전이다. 다만 이를 곧바로 SK하이닉스·삼성전자·마이크론에 맞서는 상업적 경쟁자의 등장으로 해석하기에는 이르다. 핵심은 시제품을 만들었다는 사실보다, 고객 인증을 통과한 제품을 안정적인 수율과 의미 있는 물량으로 반복 공급할 수 있는지에 있다.
HBM3E는 어디에 쓰이나
HBM은 여러 개의 DRAM 다이를 수직으로 쌓아 AI 프로세서나 가속기 가까이에 배치하는 메모리다. 프로세서와 메모리 사이에서 데이터를 매우 빠르게 주고받도록 설계돼 AI 모델 학습과 추론처럼 대규모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작업에 사용된다. HBM3E는 HBM의 최신 세대 가운데 하나로, AI 칩셋에 쓰이는 첨단 메모리로 소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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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DRAM 생산과 달리 HBM 사업화는 메모리 다이가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메모리 컨트롤러, 첨단 패키징, 발열 설계, 펌웨어, 전력 특성, 장기 신뢰성까지 고객의 AI 가속기와 함께 검증해야 한다. 따라서 고객사의 테스트와 양산 인증은 상업화 과정에서 중요한 분기점이다.
누가 CXMT의 HBM3E를 시험하고 있나
현재 알려진 테스트 고객은 다음과 같다.
- T-Head: 알리바바 그룹의 칩 설계 자회사
- 캠브리콘 테크놀로지: 중국의 AI 칩 설계업체
두 회사는 CXMT의 HBM3E를 자사 프로세서와 함께 테스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증과 인증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27년부터 중국산 AI 칩 제품에 CXMT 메모리가 탑재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는 보도된 목표 시점이며, 확정된 상용 제품 출시 일정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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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테스트’와 ‘상용 채택’은 구분해야 한다. 테스트는 고객사가 기술을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지, 생산·신뢰성·공급 능력에 관한 모든 요건을 통과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소량 생산은 왜 시작에 불과한가
초기 생산은 CXMT가 기술적으로 진전을 이뤘다는 신호다. 하지만 파일럿 생산과 경쟁력 있는 HBM 사업은 별개의 문제다. AI 가속기 제조사가 메모리 공급업체를 장기적으로 의존하려면 일반적으로 다음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 일관된 제조 수율
- 대역폭과 전력 효율
- 완제품 패키지 안에서의 발열 특성
- 장기 신뢰성
- 고객 프로세서 및 소프트웨어 스택과의 호환성
- 반복 주문을 소화할 수 있는 공급 능력
HBM은 메모리 다이를 쌓고 이를 패키지로 조립하는 후공정도 필요로 한다. 작동하는 샘플을 만들 수 있어도 경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충분한 수량으로 생산하는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CXMT의 경우 제한적인 초기 생산량보다 고객 인증 완료와 반복적인 대량 주문이 상업적 생존력을 판단하는 더 중요한 지표가 될 전망이다.
기존 HBM 3강 구도에 미칠 영향
현재 글로벌 HBM 시장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주도하고 있다. 로이터는 CXMT를 세계 4위 DRAM 업체로 설명했지만, 특히 HBM을 포함한 첨단 메모리 기술에서는 선두 업체들을 따라잡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업계 보도와 분석에서는 CXMT의 HBM 기술 격차가 선두 업체보다 약 3~5년 뒤처져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기존 업체들은 더 새로운 HBM 세대로 이동하고 있다. CXMT가 HBM3E 생산 확대에 성공하더라도 경쟁사들이 차세대 제품 개발을 계속한다는 뜻이다.
CXMT의 현실적인 강점은 당장 글로벌 기술 격차를 해소하는 데 있지 않다. 미국 주도의 수출 규제로 중국 기업이 일부 첨단 해외 반도체 기술에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 AI 칩 설계업체에 국내 메모리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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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단기적으로는 세계 HBM 시장의 과점 구도를 흔드는 ‘글로벌 4강’보다, 중국 내 AI 칩 생태계를 뒷받침하는 전략적 공급업체가 되는 시나리오가 더 현실적이다.
수율과 노광 장비라는 제조 장벽
CXMT는 첨단 HBM 생산에서 낮은 수율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업계 추정은 초기 HBM 전체 수율을 약 25% 수준으로 제시하지만, 이는 회사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수치와는 다르다.
노광 장비도 걸림돌이다. 미국 주도의 수출 규제로 CXMT는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에 접근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구형인 심자외선(DUV) 장비와 멀티 패터닝 같은 공정 기술에 더 의존해야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러한 방식은 공정 단계를 늘려 복잡도와 비용을 높이고, 수율에 압박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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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XMT 역시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과 비교할 때 기술 축적, 생산능력, 제품 구조에 격차가 있다고 투자설명서에서 인정했다. 이런 제약이 HBM3E 생산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경쟁력 있는 가격과 품질로 대량 생산하는 난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IPO와 실적은 HBM에 얼마나 투자할 수 있게 하나
CXMT는 상하이 커촹반 기업공개를 통해 579억2,000만 위안, 약 86억 달러를 조달했다. 상장 첫 거래일 주가는 공모가 대비 약 466% 상승했다. 회사는 IPO 자금을 주로 메모리 웨이퍼 양산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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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IPO 투자설명서에 명시된 사업은 기존 DRAM 생산능력 확대, 기술 고도화, 웨이퍼 라인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별도의 HBM 전용 프로젝트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7 따라서 IPO가 CXMT의 재무 여력을 크게 키운 것은 맞지만, 조달 자금 전액 또는 대부분이 이미 HBM3E 증산에 배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CXMT의 2026년 상반기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매출은 1,503억 위안, 순이익은 776억 위안을 기록해 전년 동기의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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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실적은 HBM3E가 이미 상당한 매출을 내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다. AI 수요로 컴퓨팅용 메모리 공급이 빠듯해지고 DRAM 가격이 급등한 시장 환경이 실적 개선의 주요 배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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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XMT는 HBM 시장의 ‘제4 경쟁자’가 될 수 있을까
중국 내에서는 가능성이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CXMT에는 국내 HBM 사업을 전략적으로 키울 수 있는 기반이 있다. 대규모 DRAM 생산 기반, 중국 시장에서의 고객 접근성, HBM3E를 테스트하는 AI 칩 설계업체, IPO를 통한 자금, AI 하드웨어에서 이어지는 메모리 수요가 그것이다. HBM 공급망이 자리 잡으면 중국 AI 가속기 업체들이 해외 메모리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상업적 경쟁력은 실행력에 달려 있다. CXMT는 수율을 높이고, 고객 인증을 마치고, 패키징과 적층 생산을 확대하며, 일관된 성능과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동시에 기존 업체들이 더 새로운 HBM 세대로 이동하는 속도도 따라가야 한다.
현재 가장 타당한 결론은 CXMT의 HBM3E 생산이 ‘초기 상용화 이정표’라는 것이다. 글로벌 HBM 과점 체제를 이미 뒤흔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2027년 증산이 성공한다면 CXMT는 중국 국내 AI 칩 생태계에서 물량은 제한적이더라도 전략적으로 중요한 공급업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SK하이닉스·삼성전자·마이크론과 동급의 글로벌 경쟁자가 될지는 초기 칩의 존재가 아니라, 고객 인증을 거친 제품을 높은 품질과 반복 가능한 물량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