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전쟁=국채 매수’가 아니었다
지정학적 충격이 발생하면 투자자들이 국채 같은 안전자산으로 몰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 미·이란 충돌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교전 재개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웃돌자 에너지 비용이 인플레이션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고, 주요 중앙은행이 금리를 더 오래 높게 유지하거나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부각됐다. 투자자들은 국채를 팔았고, 채권 가격은 하락하는 대신 수익률은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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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아니라 ‘인플레이션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걸프 지역의 공급 차질과 유가 상승이 소비자물가를 자극하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기 더 어려워진다. 미·이란의 공격이 재개된 뒤 브렌트유는 배럴당 92달러를 소폭 웃돌았고, 8월 말 하루 거래에서는 유가가 약 3%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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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수익률은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향후 금리와 물가, 장기 채권을 보유하는 데 요구하는 위험 보상을 반영한다. 금리가 ‘더 오래 높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지면 장기채 투자자는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한다. 이에 따라 기존 채권 가격은 떨어지고, 정부와 기업의 차입 비용은 높아진다.
미국·유럽·일본에서 확인된 수년 만의 고점
이번 매도세는 특히 장기 국채에서 두드러졌다.
- 미국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약 **5.32%**까지 올라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중 고점은 보도에 따라 5.321~5.327%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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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9월 초 약 **4.78%**로 상승해 약 20개월 만의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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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30년 만의 고점을 기록했고, 2년물 수익률도 8월 말 31년 만의 최고치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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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10년물 분트 수익률은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며, 프랑스 10년물 수익률은 17년 만의 고점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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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의 고점은 서로 다른 날짜와 만기를 기준으로 한 수치이므로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미국·유럽·일본의 장기 국채가 동시에 매도됐다는 점은 이번 움직임이 특정 국가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케빈 워시의 잭슨홀 메시지가 시장을 더 자극한 이유
연방준비제도 의장 케빈 워시는 잭슨홀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재확인했다. 그는 Fed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기준 2% 목표를 계속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고, 높은 물가에 중앙은행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미국 금리가 높은 수준에 더 오래 머물거나 추가로 오를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실제 7월 PCE 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3.7%,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물가상승률은 **3.3%**였다. 두 수치 모두 Fed의 2% 목표를 웃돌았다.
앞선 지표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5월까지 12개월간 PCE 물가는 4.1% 올랐고, 같은 기간 PCE 에너지 가격은 24% 급등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가가 다시 오르면 일시적인 가격 변동에 그치기보다 목표 수준으로 돌아오지 못한 인플레이션을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ECB와 일본은행에도 커진 긴축 압력
유가 상승과 전쟁 장기화 우려는 유럽과 일본의 금리 전망에도 영향을 미쳤다. 투자자들은 주요 중앙은행이 빠른 금리 인하에 나서기보다 긴축적인 정책을 더 오래 유지해야 할 가능성을 다시 계산했다.
유로존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국채에 요구되는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특히 만기가 긴 채권에서 인플레이션과 재정 위험에 대한 보상이 커졌다. 독일과 프랑스 국채 수익률이 각각 수년 만의 고점을 기록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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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채시장도 압박을 받았다. 일본의 금리 상승은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금리 수준의 재평가를 반영하는 동시에, 일본은행이 과거의 초완화 정책에서 계속 벗어날 수 있다는 전망과도 맞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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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에도 번진 충격
국채금리 상승은 유럽과 미국 주식시장에도 부담이 됐다. 주식의 가치는 미래에 발생할 기업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해 평가하는데, 무위험 금리가 오르면 할인율도 높아져 미래 이익의 현재 가치가 낮아진다.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고, 채권이 주식보다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는 효과도 발생한다.
로이터는 전쟁 초기 국면에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자 전 세계 주식시장이 압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6월 충돌이 고조된 시기에는 MSCI 세계주가지수가 1.5%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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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번 사태에서 에너지주가 구체적으로 얼마나 올랐는지를 보여주는 검증된 성과 수치는 제시된 자료에 없다. 원유 생산기업은 이론적으로 유가 상승의 수혜를 받을 수 있지만, 전쟁으로 인한 위험 회피 심리가 업종 전체와 개별 종목에 미치는 영향은 다를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에너지주가 시장을 웃돌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장기채가 특히 취약했던 또 다른 이유: 재정 부담
이번 매도세에는 물가와 통화정책뿐 아니라 각국 정부의 차입 부담에 대한 우려도 작용했다. 투자자들은 정부가 발행해야 할 채권 물량과 이를 소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수익률을 함께 따졌다. 전쟁, 경기, 정부 재정에 대한 불안이 겹치면서 장기채에 더 큰 매도 압력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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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국채금리가 오르면 만기가 돌아온 정부 부채를 차환하는 비용이 늘어난다. 이자 지출이 커지면 재정 부담이 커지고, 정부가 더 많은 국채를 발행해야 할 수 있다. 물가 전망까지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투자자들이 장기 국채 보유에 더 큰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게 된다.
자료는 정부의 차입과 장기채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당장 전 세계적인 국가채무 위기가 불가피하다고 결론 내릴 근거까지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로서는 재정 공급, 인플레이션 위험, 유가 충격이 장기 국채시장에서 서로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더 타당하다.
주택시장과 기업 금융에 미치는 영향은?
미국 국채금리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비롯한 각종 금융상품의 기준 역할을 한다. 따라서 국채금리 상승은 일반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차입 비용을 높여 주택 구매 여력을 약화시키고, 주택 판매와 대출 신청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다만 이번 에피소드와 관련한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주택 판매, 대출 신청 건수의 동시기 실측 수치는 제공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정부뿐 아니라 기업도 영향을 받는다. 기준금리와 국채금리가 상승하면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기업, 특히 인공지능 관련 투자를 확대하는 기업의 회사채 조달 비용도 높아질 수 있다. 다만 자료는 AI 관련 기업 금융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일반적인 경로를 보여줄 뿐, 이로 인해 광범위한 국가채무 위기가 임박했다는 전망이나 구체적인 금융 압력을 독립적으로 입증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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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방향을 가를 두 가지 변수
첫 번째 시험대는 금요일 발표될 미국 고용보고서다. 고용이 강하게 유지되면 Fed가 금리를 높은 수준에서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 힘을 얻어 채권 매도세가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노동시장이 뚜렷하게 약화되면 향후 금리 인하 기대가 되살아나 미 국채가 일부 반등할 여지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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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유가와 전쟁의 향방이다. 과거에는 평화 협상 진전이나 약한 경제지표가 인플레이션 전망을 누그러뜨리면서 급등했던 국채금리가 빠르게 되돌아간 사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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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도 각국의 재정 규율, 국채 발행, 에너지 안보와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대응 신호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 다만 회의 자체가 시장 방향을 결정한다고 단정하기보다는, 각국 정부가 재정과 물가 위험에 어떤 대응을 제시하는지가 중요하다.
결국 핵심은 전쟁이 지정학적 위험에 그칠지, 아니면 물가가 이미 목표를 웃도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에너지 가격 충격으로 번질지에 있다. 유가가 빠르게 안정되고 경제지표가 약해지면 채권 매도세는 되돌려질 수 있다. 반대로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중앙은행의 긴축 전망이 강해지면 높은 국채금리가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