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8월 말 키이우 일대 공세는 단 한 번의 대형 공격보다 공격이 멈추지 않았다는 점에서 주목받았습니다.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러시아는 첫 나흘 동안 제트엔진형 샤헤드 계열 드론 약 800대를 발사했고, 미사일을 동원한 공격은 닷새째까지 이어졌습니다. 공격 대상도 특정 군사시설에 국한되지 않고 창고, 항만, 산업시설, 소매업체 물류 거점으로 확대됐습니다.
12
17
드론 공세가 ‘대규모·상시 압박’으로 바뀌다
샤헤드 계열 드론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장거리 공격에서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번 공세는 러시아가 더 크고 지속적인 공격 파도를 보내 우크라이나 방공망을 밤낮없이 소모시키려는 방식을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제트엔진형 기종은 기존 프로펠러식 모델보다 대응이 어렵습니다. 우크라이나 공군 관계자는 앞서 러시아가 발사하는 샤헤드의 약 15~20%가 제트엔진형이며, 이들의 속도가 시속 약 400㎞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18
일부 보도는 드론이 벨라루스 국경을 따라 비행하거나, 항법을 위해 벨라루스의 이동통신망을 활용했을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다만 이는 드론의 비행 경로를 설명하기 위한 분석으로 제시된 내용이며, 이번 닷새간의 모든 공격에서 실제로 해당 방식이 사용됐다는 사실이 독립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창고와 물류망을 때리며 민간 경제를 흔들다
이번 공세는 군사 목표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내 식품과 상품의 이동을 담당하는 기반시설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로이터는 러시아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이 키이우 일대와 다른 지역의 소매업체 물류시설, 항만, 산업시설을 타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17
우크라이나 농업부 장관은 최근 공격으로 소매 체인이 운영하던 식품 물류 역량의 약 90%가 파괴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당국의 추산치이지만, 창고와 배송 거점을 겨냥하는 공격이 갖는 전략적 효과를 보여줍니다. 슈퍼마켓 매장이 문을 열더라도 물류센터와 배송망이 손상되면 식료품이 정기적으로 공급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1
러시아 당국은 표적 가운데 일부를 군사 관련 물류시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쟁 당사국들이 공격 목표의 성격을 서로 다르게 규정하고 있는 만큼, 보도된 모든 창고와 물류센터의 실제 용도가 독립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8
미라 탄약 저장시설 공격, 사망자 38명으로 늘어
가장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건은 8월 28일 키이우 서쪽 미라에서 일어났습니다. 러시아 드론이 우크라이나 당국이 포탄과 지뢰 등 탄약 또는 폭발물을 보관하고 있었다고 밝힌 시설을 타격하면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후 폭발이 잇따르며 인근 주택과 건물이 파손됐고, 수백 명이 대피했습니다.
2
6
8월 30일 기준 사망자는 38명으로 늘었고, 실종자와 부상자도 남아 있었습니다. 우크라이나 및 국제 언론은 당시 이 사건을 그해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가장 치명적인 공격으로 전했습니다.
4
5
시설의 위치와 보관 방식도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논란이 됐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해당 장소에 탄약을 보관해서는 안 됐다고 밝혔고, 우크라이나 당국은 두 달 사이 발생한 이전 탄약고 사건에 이어 업무상 과실 가능성을 수사하기 시작했습니다.
3
7
겨울 앞두고 전력·난방시설 공격 우려
이번 공세는 러시아가 겨울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의 전력과 난방 인프라를 다시 집중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도 키웠습니다. 우크라이나의 방공 준비 상황을 다룬 앞선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추운 계절에 에너지 시설을 공격해 정전을 일으키고 일부 지역의 난방을 중단시킨 바 있습니다.
문제는 미사일이나 드론 한 발이 일으키는 피해에만 있지 않습니다. 대규모 공격 파도는 지대공 미사일, 전자전 장비, 전투기, 요격 드론 등 여러 방공 수단을 동시에 투입하게 만듭니다. 러시아가 높은 발사량을 유지한다면 일부 무기만 방어망을 뚫고 들어와도 도시와 창고, 전력 시스템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값비싼 미사일 대신 요격 드론 개발
우크라이나는 값비싼 지대공 미사일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요격 드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요격 드론은 샤헤드 계열 무기를 상대할 수 있을 만큼 빠르면서도, 미사일보다 낮은 비용으로 대량 운용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스카이폴 관계자는 로이터에 신형 요격 드론을 시험했으며, 제트엔진형 샤헤드 10여 대 이상을 격추했다고 밝혔습니다. 회사는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지만, 해당 보도는 기업의 시험 결과와 생산 계획을 전한 것이며 전선 전체에서의 실제 효과를 검증한 수치는 아닙니다.
19
전투기도 우크라이나 방공의 한 축입니다. 그러나 전투기만으로 넓은 영토에 걸쳐 저고도 드론의 밀집 공격을 매일 밤 끊김 없이 막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핵심은 규모입니다. 우크라이나는 넓은 영공을 지키기 위해 충분한 탐지센서, 전투기, 미사일, 전자전 장비, 요격 드론을 확보해야 합니다.
우크라이나도 러시아 후방 기반시설을 겨냥
키이우는 방공 부담을 줄이기 위해 러시아의 공격을 뒷받침하는 기반시설을 타격하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당국과 국제 보도는 러시아 전략폭격기가 배치된 엥겔스 비행장과 러시아의 석유시설, 군사·물류 관련 목표물에 대한 공격을 전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에너지 시설 공격이 러시아군에 투입되는 자원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으로 루코일의 NORSI 정유공장이 타격을 받았고, 업계 소식통들은 이후 원유 정제가 중단됐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작전이 키이우에 즉각적인 방공막을 제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연료, 발사시설, 생산설비, 물류망을 흔들어 러시아가 고강도 공중전을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을 약화시키려는 더 넓은 전략을 보여줍니다.
하늘에서 벌어지는 산업력과 소모전
닷새간의 공세는 전쟁의 무게중심이 생산력과 지속력의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방공망을 포화시키고 주민들을 지속적인 공습 경보 속에 몰아넣는 동시에, 도시와 산업을 지탱하는 물류를 흔들려 합니다. 우크라이나는 이에 맞서 새로운 요격체계와 자체 방산 생산을 확대하고, 러시아의 군사·경제 기반시설을 장거리 공격으로 압박하고 있습니다.
제공된 보도만으로는 이번 닷새 동안 학교 휴업이나 전국적인 교육 차질, 우크라이나의 전체 드론 생산 계획이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는지 단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점은 전장이 전선에서 더 멀리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오늘날의 공중전은 최전선의 병력만이 아니라 도시를 움직이는 창고, 연료망, 전력시설, 산업 생산능력까지 겨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