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와 차이나텔레콤이 중국 광둥성 사오관에서 중국산 AI 반도체를 전면에 내세운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가동했다. 초기 클러스터에는 알리바바의 반도체 설계 조직 T-Head가 개발한 Zhenwu 가속기 1만 개가 탑재됐다. 이 시스템은 대규모 언어 모델의 **학습(training)**과 **추론(inference)**을 모두 겨냥하며, 수천억 개 파라미터급 모델을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전해진다.
8
13
이번 프로젝트의 배경에는 미국의 대중국 첨단 AI 칩 수출 규제가 있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기업의 고성능 GPU 접근성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알리바바는 외산 칩을 단순히 대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칩부터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운영, AI 모델까지 중국 내 기술 스택으로 연결하려는 전략을 택했다.
사오관 데이터센터는 어떻게 구성됐나
보도에 따르면 사오관 시설은 Zhenwu 칩 1만 개를 하나의 대형 연산 클러스터처럼 운용한다. 광역베이 지역에서 이 칩을 이 정도 규모로 배치한 첫 사례로 소개됐으며, AI 모델 학습과 서비스 단계의 추론 작업을 함께 지원한다.
8
11
13
시설의 역할을 알리바바 단독 데이터센터로 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공개된 보도에서는 차이나텔레콤이 시설을 소유하고 운영하며, 알리바바가 자체 가속기 기술을 공급하고 알리바바 클라우드가 AI·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스택을 제공하는 협력 구조로 설명한다. 즉, 통신사업자가 운영하는 인프라 위에 알리바바의 칩과 클라우드 기술이 결합된 형태에 가깝다.
5
1만 개에서 10만 개로 확대되면
알리바바와 차이나텔레콤은 클러스터를 장기적으로 최대 10만 칩 규모까지 확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계획이 실제로 실행되면 특정 기업의 연구용 시스템을 넘어 여러 기업과 공공기관이 나눠 쓰는 공동 AI 연산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다.
8
11
14
이런 규모의 연산 자원은 의료 영상 분석과 신약 연구, 신소재 탐색 및 시뮬레이션, 제조 공정 최적화, 정부의 AI 서비스 같은 계산 집약적 작업에 활용될 여지가 있다. 다만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특정 산업의 계약 고객이나 실제 배치 사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Zhenwu 자체 칩이 알리바바에 주는 이점
알리바바가 자체 AI 가속기를 설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나 공급량만이 아니다. 칩과 소프트웨어를 함께 설계하면 다음과 같은 요소를 직접 조정할 수 있다.
- 메모리와 네트워크 구성
- AI 모델 커널과 연산 방식
- 학습·추론 처리량
- 클러스터 스케줄링
- 칩 공급 안정성
- 클라우드 서비스의 단위 비용
이른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공동 최적화다. 알리바바는 엔비디아의 제품 출시 일정과 공급망에 전적으로 맞추기보다, 자사의 클라우드와 Qwen 모델에 맞춰 칩과 시스템을 조정할 수 있다. 이는 수출 규제로 인해 수입 GPU 확보가 불확실해질 때 특히 중요한 선택지다.
다만 자체 칩을 사용한다는 사실만으로 엔비디아의 최첨단 가속기와 성능이 같다고 볼 수는 없다. 사오관 클러스터의 구체적인 성능 지표가 일부 보도됐지만, 독립적인 환경에서 진행된 충분한 비교 벤치마크는 아직 제한적이다.
중국의 반도체 자립 정책과 맞물린 행보
사오관 클러스터의 의미는 ‘외국산 GPU를 중국산 칩으로 바꿨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대규모 배치는 중국산 가속기에 대한 실제 수요를 만들고, 현장 운용 경험과 소프트웨어 도구, 개발자 생태계, 설치 기반을 축적하는 효과를 낸다. 이 요소들이 쌓여야 반도체 자립이 연구실 수준을 넘어 산업 기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
13
따라서 이번 사업은 알리바바의 비용 절감 시도이면서 동시에 중국이 자국 중심의 AI 인프라를 확장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AI 경쟁에서는 모델의 성능뿐 아니라, 모델을 충분히 학습시키고 실제 서비스로 확장할 수 있는 칩과 데이터센터의 확보 여부도 핵심 변수가 된다.
Qwen과는 어떤 관계인가
알리바바의 대규모 연산 인프라는 자체 AI 모델 제품군인 Qwen과도 연결된다. Qwen은 ‘통이첸원(Tongyi Qianwen)’이라는 이름으로 2023년 4월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고, 같은 해 9월 중국에서 일반 공개됐다. 초기 Qwen은 메타의 Llama 계열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거나 밀접하게 파생된 모델로 널리 설명됐지만, 이후 세대는 알리바바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밀집형(dense), 멀티모달, 전문가 혼합(MoE) 구조로 발전했다.
2
5
알리바바는 2026년 4월 Qwen3.6-Plus를 출시하면서 에이전트형 코딩, 멀티모달 인식, 추론 능력을 강조했다.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이 모델에 기본 100만 토큰 컨텍스트 윈도우를 제공한다고 설명한다. 긴 코드 저장소나 대규모 문서 묶음을 다루는 작업, 검색 결과를 모델에 연결하는 업무에서 유용할 수 있는 사양이다.
7
14
다만 Qwen3.6-Plus를 ‘최신 버전’이라고 부를 때는 시점을 밝혀야 한다. 출시 당시에는 최신 플래그십으로 소개됐지만, 알리바바의 현재 모델 페이지에는 Qwen3.7-Plus도 올라와 있다. 따라서 현재 시점의 최신 모델이라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11
또한 Qwen3.6-Plus를 ‘RAG 최적화 모델’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검색증강생성(RAG)이나 긴 문서 검색처럼 해당 컨텍스트 창을 활용하는 업무에 적합하다고 표현하는 편이 타당하다. 공개 자료는 이 모델의 에이전트형 코딩과 도구 사용, 멀티모달 추론을 강조하지만, 기본 모델이 오직 RAG를 위해 설계됐다는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는다.
알리바바가 노리는 것은 ‘모델 하나’가 아니다
사오관 데이터센터와 Qwen을 함께 보면 알리바바의 경쟁 방식이 선명해진다. 알리바바는 단일 프런티어 모델의 성능만 겨루는 것이 아니라 반도체 설계, 클라우드 서비스, 데이터센터 운영, AI 모델을 하나의 수직 통합된 체계로 묶고 있다.
이 전략은 엔비디아와의 성능 격차를 단번에 해소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대신 칩 공급, 시스템 조정, 모델 배포, 서비스 비용을 한 회사 생태계 안에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미국의 수출 제한이 계속되고 중국의 AI 수요가 커질수록, 알리바바가 확보한 이 ‘풀스택’ 통제력은 모델 자체의 성능만큼 중요한 경쟁 자산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