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중앙은행가들이 8월 27~29일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을 마친 뒤에도 워싱턴과의 금융협력이 예전처럼 유지될지 확신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단일한 정책 결정이 아니라, 미국이 통화시장과 국채시장에 직접 개입하고 금융안정 수단까지 정치적 영향력의 도구로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다. 로이터통신은 유럽 관계자들이 미국과의 오랜 협력 규범이 온전히 유지될 것이라는 확신을 얻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엔화 개입이 보여준 ‘사후 통보’의 문제
가장 직접적인 마찰은 미국과 일본의 엔화 매입 개입이었다. 미국 재무부는 외환안정기금(Exchange Stabilization Fund)을 활용해 유로화를 매도하고 엔화를 매입했으며,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통해 거래를 집행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거래가 끝난 뒤에야 관련 내용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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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측이 문제 삼은 것은 일본 엔화의 안정 필요성 자체가 아니었다. 핵심은 미국이 유로화 자산을 활용한 대규모 외환시장 거래를 유로존의 통화를 책임지는 ECB와 사전에 조율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이 사건은 더 큰 질문을 던졌다. 미국이 다른 주요 통화권과 연결된 자산을 사용해 시장에 개입하면서도 해당 통화권의 중앙은행과 먼저 협의하지 않아도 되는가 하는 문제다. 유럽 관계자들에게 엔화 개입은 한 번의 거래를 넘어, 서방 주요 중앙은행 사이에서 지켜져 온 협의 절차가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였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엔화의 ‘무질서한 움직임’이 글로벌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미국 가계와 기업의 차입 비용을 높일 수 있어 개입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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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러나 유럽 측은 이 해명이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선례의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다고 봤다.
국채 바이백, 재무부와 연준의 경계도 흔들 수 있어
유럽 중앙은행가들은 베선트 재무장관이 추진한 장기물 미 국채 바이백 확대 계획도 주시했다. 재무부는 이 프로그램의 목적을 시장 유동성 개선이라고 설명했지만, 장기 국채 금리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바이백 규모를 늘리면 시장 금리를 낮추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한 번의 매입 한도는 20억 달러에서 최소 40억 달러로 상향됐다.
유럽 측의 우려는 유동성 공급 조치가 곧바로 ‘통화 발행을 통한 재정 지원’이 된다는 뜻은 아니었다. 문제는 장기 국채를 사들여 수익률을 낮추는 조치가 반복될 경우였다. 시장이 언젠가 연준에도 국채시장 지원을 요구할 수 있고, 정부의 차입 비용을 낮추려는 정치적 기대가 독립적인 통화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재무부의 부채 관리와 연준의 통화정책 사이에 그어진 선이 흐려질 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엔화 개입과 장기 차입시장에 대한 최근 재무부의 조치가 기존 규범에서 추가로 이탈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달러 스와프라인은 유지되지만, 취약한 것은 신뢰
연준과 ECB, 영란은행, 일본은행, 캐나다은행, 스위스국립은행 사이의 달러 스와프라인이 가까운 시일 내 폐지될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았다. 스와프라인은 백악관이 직접 통제하는 수단이 아니라 중앙은행 간 약정이며, 국제 자금시장이 흔들릴 때 해외 금융기관에 필요한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같은 제도적 분리는 일정한 안도감을 줬다. 하지만 정치적 위험까지 없애지는 못했다. 무역 분쟁이 격화되면 유럽 측은 달러 유동성 접근권이 다른 협상과 얽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스와프라인의 본래 목적은 국제 자금 조달시장의 긴장을 완화하고 각국의 통화정책이 금융시장에 원활히 전달되도록 돕는 것이다. 이를 무역 협상이나 양자 압박의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와 거리가 멀다.
워시는 연준과 행정부 사이에 선을 그으려 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잭슨홀 회의와 유럽 측 인사들과의 접촉을 통해 중앙은행 간 협력이 계속될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연준 정책 담당자들은 유럽 측에 연준이 기존 약속을 지키겠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미국 행정부가 앞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보장할 수 없다고 인정했다.
워시 의장의 기조연설은 미국 경제의 전반적인 강세와 연준의 정책 역할을 강조했다.
18 그의 더 큰 과제는 재무부 정책이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신뢰를 지키는 일이었다.
이런 메시지는 당장의 긴장을 낮출 수는 있지만, 연준 밖에서 내려지는 재무부와 행정부의 결정이 국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까지 없애지는 못한다.
다음 시험대는 ‘사전 협의’의 복원
유럽 관계자들이 기다리는 것은 원칙에 대한 수사가 아니라 실제 행동이다. 다른 통화권과 연결된 자산을 사용할 때 사전 협의를 복원할지, 재무부의 유동성 조치와 통화정책 사이에 명확한 경계를 유지할지, 긴급 달러 유동성 공급 수단을 무역 분쟁과 분리해 둘지가 핵심이다.
따라서 잭슨홀에서 나타난 불안은 엔화 거래 한 건이나 국채 바이백 계획 하나에 대한 이견만을 뜻하지 않는다. 국제 금융협력의 규칙이 점점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시장 개입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것처럼 보일수록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신뢰도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