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일로 페도로프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의 결별은 단순한 내각 개편의 후폭풍이 아니었다. 국방장관에서 물러난 페도로프는 9분 분량의 영상 연설을 통해 전시 정부의 정당성과 통치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국민이 다시 투표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하자고 촉구했다.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젤렌스키에게 제기된 내부 도전 가운데 가장 주목도가 큰 사건으로 평가받은 이유다.
3
4
이번 충돌의 핵심은 세 가지였다.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국가의 정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그리고 시민들이 언제 다시 투표할 수 있는지다.
디지털 개혁가에서 국방장관으로
페도로프는 우크라이나의 디지털 현대화 정책을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그가 공공서비스와 행정 절차의 디지털화에 관여했으며, 국방 분야로 이동하기 전부터 드론 전력 확대에도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18 정부 발표는 그가 무기와 드론 수요를 기획하고, 방공 역량 강화와 요격 드론 조달을 추진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소개했다.
17
이 경력은 페도로프에게 독특한 정치적 이미지를 부여했다. 기술과 행정 혁신을 앞세운 개혁가가 국가에서 가장 어려운 전시 기관 중 하나인 국방부를 이끌게 된 것이다.
그의 해임을 다룬 보도는 페도로프를 대중적이고 개혁적인 장관으로 묘사했다. 해임 이후에는 키이우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국방 분야 개혁과 그의 복귀를 요구하는 시위도 벌어졌다.
2
16
다만 조달 문제, 전장 성과 점검, 군 지휘관들과의 관계를 둘러싼 내부 갈등의 세부 내용이 모두 독립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현재 자료가 분명히 보여주는 것은 정치적 순서다. 페도로프의 해임 뒤 시위가 이어졌고, 후임 장관이 지명됐으며, 페도로프가 우크라이나 국민을 향해 직접 호소했다.
1
2
10
페도로프가 제기한 문제
페도로프는 8월 18일 연설에서 문제가 특정 부처나 한 자리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부패, 관료적 지연, 국민의 불신, 혁신 도입 실패를 묶어 ‘통치의 구조적 위기’라고 규정했다.
5
12
15
또한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며, 국방 의사결정이 더 효율적이고 책임 있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은 전직 장관이 제기한 정치적 주장이지, 법원 판결이나 완료된 공식 조사에서 확인된 결론은 아니다.
페도로프의 도전이 파급력을 가진 것은 행정상의 인사 갈등을 국가 운영 전반에 대한 고발로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그의 메시지는 우크라이나가 겪는 전시의 어려움이 전장 상황이나 러시아의 압박만으로 설명되지 않으며, 키이우에서 권력과 공공자원이 관리되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뜻으로 읽혔다.
왜 선거가 핵심 쟁점이 됐나
페도로프가 내놓은 가장 중요한 요구는 전쟁 중에도 ‘합법적이고 안전하며 현실적인 메커니즘’을 찾아 완전한 민주적 절차를 회복하자는 것이었다. 그는 “민주주의가 러시아에 인질로 잡혀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선거가 우크라이나가 싸우는 목적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4
7
이 요구는 우크라이나의 전시 법체계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우크라이나가 마지막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른 것은 2019년이며, 러시아의 전면 침공이 시작된 2022년 2월부터 계엄령이 유지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법은 계엄령 아래에서 선거를 실시하는 것을 금지한다.
법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러시아의 공격 속에서 투표소를 어떻게 보호할지, 전장에 있는 병사와 국내 실향민이 어떻게 투표할지, 해외 거주 우크라이나인이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지,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의 유권자를 어떻게 다룰지 등 현실적인 문제가 남는다.
따라서 선거 논쟁은 페도로프 개인의 정치적 미래를 넘어섰다. 침공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민주적 책임성을 우선할 것인지, 아니면 국가 안보와 전쟁 수행의 안정성을 우선할 것인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된 것이다.
젤렌스키의 반박: 전시 선거는 국가를 분열시킬 수 있다
젤렌스키는 적극적인 전투가 계속되는 동안 선거를 실시하자는 요구를 거부했다. 8월 23일 보도된 발언에서 그는 전시 선거가 우크라이나를 분열시켜 국가를 ‘파괴’할 수 있다고 말했고, 현재 조건에서의 선거를 정치적 ‘쓰나미’에 비유했다.
젤렌스키의 입장은 먼저 전쟁을 끝내고 독립적이며 주권적인 국가를 지킨 뒤 전국적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이 선거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면 선거를 실시할 준비가 돼 있다고도 밝혔다.
이 때문에 페도로프의 요구는 젤렌스키를 어려운 선택지 앞에 세웠다. 선거를 거부하면 기존의 전시 법체계를 유지할 수 있지만, 민주적 갱신을 무기한 미룬다는 비판에 노출될 수 있다. 반대로 요구를 받아들이면 러시아의 공격이 계속되는 가운데 막대한 안보·법률·행정적 위험을 떠안아야 한다.
페도로프의 호소는 폭넓은 지지를 얻었나
페도로프 해임 뒤 벌어진 시위는 그가 개인적으로 지지층을 갖고 있으며, 국방 운영과 부패를 둘러싼 불만도 실제로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그러나 그의 선거운동을 다룬 보도는 이를 정치적으로 위험한 선택으로 평가했으며, 즉각적인 선거 실시를 지지하는 전국적 합의가 형성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2
3
여론조사 결과도 양면적이다. 많은 우크라이나인이 정부 쇄신을 원하지만, 여러 조사에서는 대다수가 적극적인 전투가 이어지는 동안이 아니라 전쟁이 끝난 뒤 선거를 치르는 편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페도로프 개인에 대한 신뢰도는 상당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키이우 국제사회학연구소가 7월 말 실시한 조사에서는 발레리 잘루즈니 전 군 총사령관에 대한 신뢰도가 66%, 페도로프가 63%, 젤렌스키가 56%로 집계됐다. 다만 신뢰도는 실제 선거 결과나 득표율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차이는 중요하다. 여론조사는 페도로프가 유력한 정치인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그가 이미 과반의 지지를 확보했다거나 현재 조건에서 우크라이나 국민이 선거를 원한다는 뜻은 아니다.
부패 수사가 바꿔놓은 정치적 맥락
선거 논쟁은 우크라이나 반부패 당국이 현직 및 전직 의원들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이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범죄 조직에 대한 특별 작전을 발표한 시점에 불거졌다. 보도에 따르면 수사는 1억5,000만 흐리우냐 규모의 자금세탁 의혹과 관련돼 있다.
페도로프는 야당 의원 올렉시 곤차렌코가 이끄는 의회 임시조사위원회로부터 8월 31일 출석 요구를 받았다. 위원회는 계엄령 기간의 반부패 위반 가능성, 공공자금 운용, 국가 재산 사용과 관련해 페도로프에게 답변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출석 요구는 조사나 의회 절차의 한 단계일 뿐, 유죄 판결을 뜻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전 대통령실 부실장 이리나 무드라도 주목받았다. 보도에 따르면 수사관들이 그의 자택을 수색했고, 이후 젤렌스키가 그를 해임했다. 다만 인용된 보도에서는 해임의 공식 사유가 제시되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은 페도로프의 주장을 더욱 강력하게 들리게 만드는 정치적 배경이 됐다. 그러나 각각의 사안을 하나로 묶어서는 안 된다. 반부패 수사가 진행된다는 사실이 페도로프의 주장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며, 수색이나 해임, 출석 요구만으로 특정인의 범죄가 확정되는 것도 아니다. 현재 공개된 보도는 페도로프의 형사 책임을 입증하지 않는다.
이번 결별이 의미하는 것
페도로프가 젤렌스키의 도전자로 부상한 것은 여러 갈등이 한꺼번에 겹쳤기 때문이다. 고위 장관의 해임, 전시 행정 운영을 둘러싼 이견, 부패와 관료주의에 대한 대중의 불만, 그리고 선거라는 폭발성 높은 쟁점이 동시에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의 전략은 논쟁의 초점을 ‘페도로프가 국방부로 돌아가야 하는가’에서 ‘우크라이나 전시 정부가 새로운 민주적 위임을 받아야 하는가’로 옮겨 놓았다. 젤렌스키의 반응은 침공 중 선거를 국가 결속과 안정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현재 확인 가능한 근거가 뒷받침하는 결론은 양측의 정치적 수사보다 제한적이다. 페도로프는 선거 문제를 우크라이나의 주류 정치 논쟁으로 끌어올리며 전시의 금기를 깨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법적 장벽은 여전히 남아 있고, 선거 보안과 행정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공개된 여론조사 역시 전쟁이 끝나기 전에 투표하자는 폭넓은 지지를 보여주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