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서 열린 제2회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대회는 2026년 8월 22일부터 26일까지 닷새 동안 진행된 뒤 막을 내렸다. 일부 폐막 관련 보도는 8월 27일에 나왔지만, 대회 마지막 날과 최종 기록이 확정된 날은 8월 26일이다. 가장 눈길을 끈 장면은 톈궁 울트라가 대형 로봇 100m 결승에서 8.64초를 기록한 순간이었다. 이는 우사인 볼트의 인간 100m 세계기록 9.58초보다 약 1초 빠르다.
1
9
하지만 이번 대회의 핵심은 로봇이 사람보다 빨리 달렸다는 사실에만 있지 않다. 로봇은 통제되고 측정 가능한 과제에서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제동과 균형 회복, 발열과 손상, 예측하기 어려운 물리적 환경에서는 여전히 취약하다는 점이 함께 드러났다.
대회 중 세 차례 기록을 갈아치운 톈궁 울트라
베이징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센터가 개발한 톈궁 울트라는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자신의 기록을 연이어 단축했다.
- 8월 22일 예선: 9.39초
- 준결승: 8.86초
- 8월 26일 결승: 8.64초
1
2
3
8
최종 기록은 첫 대회에서 나온 100m 최고 기록인 12초대보다도 크게 빨라졌다.
8
볼트의 기록과 비교하면 놀라운 수치지만, 로봇의 질주와 인간 육상의 세계기록은 동일한 스포츠 성과로 볼 수 없다. 로봇은 다른 규정과 신체 설계, 안전 조건에서 달린다. 따라서 이번 결과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보행·주행 능력을 보여주는 인상적인 기준점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휴머노이드가 모든 운동 능력에서 인간을 넘어섰다는 뜻은 아니다.
또 다른 로봇은 제자리높이뛰기에서 약 2.88m를 넘었다고 보고됐다. 이는 쿠바의 하비에르 소토마요르가 세운 인간 높이뛰기 기록 2.45m보다 높다. 다만 제공된 자료만으로는 이 로봇의 기록이 인간 육상과 직접 비교 가능한 규정으로 측정됐거나, 인간 기록과 동등한 공식 기록으로 승인됐다고 확인하기 어렵다.
6
달리기보다 어려웠던 ‘현실 세계’ 과제
이번 대회에는 666개 팀이 로봇 2,000여 대를 출전시켰고, 총 51개 종목에서 경쟁했다. 달리기와 축구, 탁구, 킥복싱, 줄다리기 같은 스포츠뿐 아니라 공장, 식당, 사무실, 긴급 구조 상황을 재현한 과제도 포함됐다.
5
13
스포츠 종목은 속도와 힘, 균형, 동작의 협응을 비교적 명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반면 실제 작업을 본뜬 과제는 훨씬 까다로운 질문을 던진다. 로봇이 물체를 제대로 식별하고, 몸과 손을 정확한 위치에 놓고, 필요한 만큼만 힘을 가하며, 문제가 생겼을 때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케이블이 조금 비뚤어져 있거나, 상자가 움직이거나, 물체가 손이 닿는 범위에서 살짝 벗어나는 상황은 직선 주로를 달리는 것보다 로봇의 약점을 더 잘 드러낸다. 이런 작은 오차야말로 로봇이 실제 공장과 작업장에서 마주할 가능성이 높은 조건이다.
기록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준 충돌과 화재
대회에서는 여러 로봇이 달리기를 마친 뒤 또는 달리던 중 완충 패딩으로 된 벽에 부딪혔다. 일부 로봇에서는 불꽃이 튀었고, 잠시 불이 붙은 사례도 보고됐다. 쓰러진 로봇은 들것에 실려 경기장 밖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로봇을 들것으로 옮기는 장면은 다소 극적으로 보였지만, 그 이면의 기술적 문제는 심각하다. 빠르게 가속하는 로봇은 동시에 안전하게 감속해야 하고, 보행 패턴이 바뀌는 순간에도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고출력 동작으로 구동기와 배터리·전력 시스템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는 일도 필요하다.
즉, 기록적인 주행을 마친 뒤 벽에 충돌했다는 사실은 로봇이 앞으로 나아가는 능력과 전신을 통제하는 능력이 아직 별개의 과제라는 점을 보여준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의 데니스 홍 교수는 고속 이족보행을 중요한 기술적 이정표로 평가했다. 속도가 올라갈수록 균형, 제어, 충격 대응, 구동기 성능, 기계적 내구성을 확보하기가 훨씬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잇따른 전도는 기술 발전의 부재를 뜻하기보다, 다음 단계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선명하게 드러낸 장면에 가깝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몸을 가진 AI’ 시험장
이번 대회는 **체화된 인공지능(embodied AI)**을 시험하는 공개 실험장 역할도 했다. 체화된 AI는 화면 속에서 답을 내놓는 데 그치지 않고, 주변을 인식하고 판단한 뒤 실제 신체를 움직여 행동해야 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운동 종목은 이동과 자세 제어를 시험한다. 작업 시뮬레이션은 여기에 손의 정교한 조작, 사물 인식, 힘 조절, 오류 복구 능력을 더한다.
5
관중과 참가팀은 첫 대회보다 로봇들의 동작이 더 정교하게 맞물렸다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가장 빠른 기록보다 실용 종목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 가지 경로와 바닥, 미리 짜인 동작에 최적화된 로봇은 낯선 환경에 놓이는 순간 쉽게 불안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상용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시연 영상 한 편을 성공적으로 만드는 능력이 아니다. 실제 작업장에서 반복적으로 안전하게 작동하고, 상황의 변화를 처리하며, 자신과 주변 설비를 손상시키지 않고,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
중국 로봇 산업의 규모와 미·중 기술 경쟁
베이징 대회는 기술 전시회인 동시에 중국의 산업적 야심을 알리는 무대였다. 대회는 로봇, 인공지능, 첨단 제조업을 둘러싼 미·중 경쟁이 거세지는 가운데 열렸다.
3
지정학적 긴장은 2026년 7월에도 나타났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국가안보와 사이버보안 우려를 이유로 중국산 휴머노이드 로봇과 기타 첨단 로봇의 신규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놓았다. 이 조치는 미국 내 판매가 이미 승인된 모든 로봇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새로 승인받는 모델을 겨냥한 규제다.
AP통신은 중국이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의 약 **85%**를 차지한다는 추정치를 전했다. 다만 이 수치는 보편적으로 확립된 공식 통계라기보다 시장 추정치다.
이번 대회는 두 가지 현실을 동시에 보여줬다. 중국은 로봇을 대규모로 생산할 기반과 공개적으로 성능을 겨룰 수 있는 하드웨어를 갖추고 있으며, 그 성능도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그러나 화려한 경기 기록이 믿을 만한 상업용 작업자로 이어지려면 더 안전한 제동, 견고한 하드웨어, 높은 수준의 자율성, 그리고 복잡하고 계속 변하는 환경에서의 안정적인 수행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