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를 둘러싼 거친 설전으로 시작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갈등이 이제 시리아의 군사 질서를 둘러싼 전략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직접적인 튀르키예·이스라엘 전쟁이 임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양국이 서로를 단순한 외교적 경쟁자가 아니라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있고, 시리아에서 군사 행동과 대응이 맞물릴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긴장은 이전보다 훨씬 위험해졌다.
가자지구의 설전이 시리아 안보 위기로
갈등의 정치적 뿌리는 여전히 가자지구에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했으며, 시오니즘을 테러·극단주의·점령·살인 이데올로기라고 규정했다. 이스라엘 측은 이에 맞서 에르도안을 반유대주의자, ‘피의 중상모략’을 하는 인물, 권위주의자로 비난했고, 네타냐후 총리는 그를 “반유대주의 독재자”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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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의 언어도 한층 거칠어졌다. 앙카라는 이스라엘의 일부 기관을 나치 선전 책임자 요제프 괴벨스의 선전 기구에 빗대고, 네타냐후 정부를 ‘집단학살 조직’이자 ‘거짓말 기계’라고 표현했다.
이런 표현은 단순한 수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양국 지도자가 상대를 협상 가능한 경쟁 정부가 아니라 근본적인 위협으로 묘사할수록, 위기 때 물러설 정치적 공간은 좁아지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8월 18일 시리아 북서부 알레포 인근의 아부 알두후르 공군기지를 공격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활주로와 저장 시설을 겨냥한 공습은 8차례 이뤄졌다. 네타냐후 총리실은 시리아가 튀르키예의 군사적 주둔을 허용해 이스라엘과의 안보 현상 유지를 위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튀르키예와 시리아는 이 같은 설명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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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부 알두후르 공군기지가 중요한가
시리아가 가장 위험한 충돌 지점이 된 이유는 양국이 시리아의 미래 안보 질서에 대해 정반대의 목표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튀르키예는 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시리아를 이끄는 아흐메드 알샤라 정부의 주요 후원국으로 부상했다. 앙카라는 시리아에서 영향력과 전략적 안전지대를 확보하려 하고 있으며, 시리아군을 지원하고 훈련하는 방안도 추진해 왔다. 미국은 공습 이후 튀르키예·이스라엘·시리아 사이의 ‘충돌 방지’ 체계를 마련하려 한다고 밝혔다.
반면 이스라엘은 시리아에 경쟁국의 군사 인프라나 병력이 더 남쪽으로 진출하는 것을 막으려 한다. 이스라엘 측은 튀르키예의 군사 거점이 이스라엘이 통제하는 시리아 남부 인근에 새로운 전선을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따라서 쟁점은 공군기지 한 곳에 그치지 않는다. 누가 아사드 이후 시리아의 안보 규칙을 정하고, 시리아를 둘러싼 지역 세력 균형을 어떻게 재편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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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사전 통보 논란이 키운 불신
공습을 둘러싼 미국의 사전 통보 여부도 긴장을 키웠다. 튀르키예 주재 미국 대사이자 시리아 특사인 톰 배럭은 이스라엘이 공습에 앞서 워싱턴에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공격이 튀르키예의 대응을 유도하려는 ‘미끼’였을 가능성도 거론하며, 공습을 “불필요한 긴장 고조”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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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측은 미국에 관련 정보를 전달했다며 이 주장을 반박했다. 이 논쟁은 공습의 정당성뿐 아니라 위기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신뢰 문제로도 번졌다. 미국이 동맹국 사이의 군사 행동을 사전에 조율하지 못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다음 위기에서 오판 가능성은 더 커질 수 있다.
튀르키예, 인터폴 절차로 외교 압박 확대
군사적 긴장과 함께 법적·외교적 압박도 강화됐다. 튀르키예는 8월 21일 가자지구에 인도적 지원을 전달하려던 활동가들을 이스라엘이 저지한 사건과 관련해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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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폴 적색수배는 국제 체포영장 그 자체가 아니다. 특정 인물을 찾아 잠정적으로 구금해 달라는 국제적 요청이며, 실제 인도 여부는 해당 국가의 법적 절차에 달려 있다. 그럼에도 이번 조치는 네타냐후 총리를 겨냥한 튀르키예의 국내 형사 절차를 국경을 넘는 정치·법률 캠페인으로 확대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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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에르도안 비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 조치가 나왔다는 점도 중요하다. 양국 정상의 개인적 설전이 정부 간 외교 관계와 군사적 계산까지 직접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리아 밖으로 번질 수 있는 경쟁
시리아의 대립은 더 넓은 지역 경쟁의 일부다. 튀르키예와 이스라엘은 동지중해의 영향력과 그리스·키프로스의 전략적 역할을 두고도 서로 다른 진영을 형성하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양국의 경쟁이 시리아뿐 아니라 동지중해, 워싱턴을 상대로 한 외교, 홍해·아프리카의 뿔 지역 회랑 등으로 확대된 구조적 경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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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연결고리는 한 지역의 사건이 다른 지역의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스라엘과 그리스·키프로스의 군사 협력은 앙카라에서 튀르키예를 포위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반대로 시리아나 키프로스에서 튀르키예가 군사·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면 이스라엘은 이를 더 넓은 지역 도전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긴장이 여러 전선에 동시에 쌓일수록 작은 사건 하나가 더 큰 위기로 비화할 가능성도 커진다. 시리아에서 시작된 공중 충돌이나 군사 배치 논란이 동지중해의 해상·공중 대치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당장 전쟁보다 우발적 충돌이 현실적인 위험
그럼에도 현재 공개된 정보만으로 의도적인 튀르키예·이스라엘 전쟁이 임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양국 모두 미국과 연결돼 있고, 튀르키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다. 미국은 양국의 시리아 내 병력이 직접 충돌하지 않도록 소통 채널을 만들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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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현실적인 위험은 우발적 충돌이다. 튀르키예 병력이 있다고 오인한 시설에 대한 추가 공습, 군사 배치의 잘못된 해석, 또는 제한적 보복이 시리아 밖으로 확대되는 시나리오가 대표적이다.
아부 알두후르 공습은 이 문제를 보여줬다. 양측이 전면전을 원하지 않고 억지와 압박을 택하더라도, 상호 불신과 불완전한 정보, 불확실한 소통만으로도 사태는 통제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현재 에르도안과 네타냐후의 대립은 임박한 양국 전쟁이라기보다 점점 넓어지는 전략적 경쟁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가장 폭발적인 정치적 언어는 여전히 가자지구에서 나오지만, 군사적 화약고가 된 곳은 시리아다. 그리고 바로 그곳에서 말싸움이 실제 안보 위기로 바뀔 가능성이 가장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