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모습만 보면 평범한 안드로이드 계열 스마트폰이다. 그러나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북한에서 반출된 스마트폰 ‘해양 701’을 분석한 결과, 이 기기는 익숙한 소비자용 기능과 강력한 국가 통제를 한데 묶고 있었다. 글로벌 인터넷 연결은 차단돼 있었고, 입력 언어에는 자동 검열이 적용됐으며, 사용자가 무엇을 보고 입력했는지 남기는 기능도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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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마트폰은 북한의 디지털 통제 방식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휴대전화는 통신과 결제, 교통 호출 같은 일상 편의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정보 접근과 개인 활동을 국가가 관리하기 쉽게 만드는 장치가 될 수 있다.
와이파이는 있어도 열린 인터넷은 없다
해양 701에는 와이파이 관련 메뉴가 있었지만, 이를 켠다고 글로벌 인터넷에 연결되지는 않았다. 사용자가 접근할 수 있는 곳은 북한 당국이 운영하는 폐쇄형 국내 인트라넷 ‘광명망’이었다. 즉,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는 사실과 세계 인터넷에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용자는 승인된 국내 서비스에는 접근할 수 있지만, 제한 없는 웹이나 일반적인 국제 통신망은 이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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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조의 핵심은 통신사 차원의 제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기와 네트워크 양쪽에서 연결을 통제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은 국내 기능에는 유용하면서도 외부 정보와는 차단된 상태로 작동한다.
사용 기록은 기본 기능에 가깝게 내장돼 있었다
WSJ의 시험과 관련 보도에 따르면 이 기기는 사용자가 입력한 내용과 본 화면을 추적할 수 있었다. 화면을 자동으로 캡처해 ‘화면 이력’ 또는 ‘시청 기록’으로 설명된 폴더에 저장하는 기능도 있었다. 사용자는 이 기능을 끄거나 저장된 파일을 삭제할 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당국이 기기를 점검할 경우 사용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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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능이 꺼림칙한 이유는 평범한 스마트폰 사용 자체가 잠재적인 증거로 남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의심스러운 앱을 따로 설치하거나 당국에 정보를 직접 제출하지 않아도, 기기의 기본 소프트웨어가 화면에 표시된 내용을 보존할 수 있다.
현재 확인된 자료가 강하게 뒷받침하는 결론은 해양 701의 감시 기능이 선택형 앱이 아니라 기기 운영 환경에 통합돼 있었다는 점이다. 다만 이 한 대의 분석만으로 북한의 모든 스마트폰이 동일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별도의 연구들은 북한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 전반이 감시와 통제 조치의 적용을 받는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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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에서도 검열이 작동한다
검열은 사용자가 무엇을 읽는지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었다. 문장을 입력하는 순간에도 정치적·문화적 언어 규칙이 개입했다.
WSJ의 시험에서는 ‘대한민국’을 입력하자 금지어 표시로 바뀌었고, ‘남친’은 승인된 표현인 ‘남자친구’로 자동 수정됐다. 김정은의 이름은 자동으로 굵게 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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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단순한 콘텐츠 필터와는 다르다. 사람들이 메시지나 메모를 작성할 때 사용하는 기본 도구 안에 이념적 규칙을 심어 놓은 것이다. 기기는 사용자가 어떤 내용을 볼 수 있는지만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표현을 써야 하는지도 직접 바꾼다.
편의 기능이 정보의 자유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해양 701에는 일반적인 스마트폰에서 볼 법한 기능도 들어 있었다. QR 결제와 송금, 택시 호출, 게임, 사무용 애플리케이션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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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능은 북한 당국이 모바일 기술을 확산시키면서도 외부 세계로 향하는 통로를 열지 않을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스마트폰은 국내 상거래와 행정 편의를 지원하는 동시에, 사용자를 국가가 관리하는 디지털 생태계 안에 머물게 할 수 있다.
북한의 전자결제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는 관련 보도에서도 모바일 결제 지갑과 관련 서비스의 이용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경제적 효용과 정치적 통제가 반드시 서로 반대되는 것은 아닌 셈이다. 결제하고, 이동하고, 국내에서 소통하는 데 유용한 기기가 동시에 접근 가능한 정보와 언어, 사용 기록을 국가가 제한하는 기반시설 위에서 작동할 수 있다.
스마트폰 시장은 커지지만 제약은 공유된다
이번 분석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북한의 스마트폰 시장 자체가 더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는 2024년 보고서에서 북한에서 이용 가능한 스마트폰의 종류가 지난 2년 동안 두 배 이상 늘었고, 최소 10개 기업이 소비자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고 밝혔다.
브랜드와 가격대가 늘어나면 겉으로는 일반적인 소비자 시장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시장 경쟁이 곧 개방적인 기술 환경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스팀슨센터는 북한 스마트폰이 여전히 기능에 제약을 받고 있으며, 기본적인 통신과 당국이 승인한 콘텐츠 이용에 한정되고 감시·통제 조치의 적용을 받는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구분해야 할 것은 하드웨어 선택권과 디지털 자유다. 소비자가 고를 수 있는 모델은 늘어날 수 있지만, 자유로운 웹 검색이나 제한 없는 앱 설치, 국제 통신이 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WSJ가 2017년부터 추적해 온 흐름
이번 결과는 WSJ가 북한의 이동통신 분야를 다룬 과거 보도와도 맞닿아 있다. WSJ는 2017년 북한 주민에게 스마트폰과 제한된 인트라넷 이용이 새로운 소통 수단을 제공하는 한편, 정권이 주민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능력도 키웠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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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반출 스마트폰 분석은 그 구조가 일상적인 소프트웨어에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네트워크는 외부 접속을 차단하고, 키보드는 승인된 언어를 강제하며, 운영체제는 사용 흔적을 남긴다.
다만 특정 보안기관의 역할이나 국제 통신 시도에 대한 처벌 등 일부 추가 주장은 이번 WSJ 기기 분석만으로 확인된 사실이 아니다. 제공된 자료가 가장 분명하게 뒷받침하는 결론은 더 좁지만 오히려 더 구체적이다. 북한은 모바일 편의 기능의 확산과 함께 정보 접근을 제한하고 표현을 바꾸며 개인적인 사용을 어렵게 만드는 기술적 통제를 결합하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에 겹쳐진 통제 장치
해양 701의 의미는 특정 기능 하나가 충격적이어서가 아니다. 여러 통제 방식이 한 기기 안에서 동시에 작동한다는 데 있다.
- 연결 통제: 글로벌 인터넷 접속을 막고 광명망 이용으로 제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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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동 기록: 화면 캡처와 열람 기록을 기기에 남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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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 통제: 정치적·문화적으로 부적절하다고 판단된 표현을 자동으로 바꾸거나 형식을 변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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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적 의존: 결제와 교통 등 유용한 서비스가 이용자를 같은 통제 인프라에 의존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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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산: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이 체계가 작동한다. 통제가 기술의 희소성이나 낙후성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결국 북한의 스마트폰은 현대화의 도구이면서 동시에 감시 장치다. 익숙한 외관은 개인의 자율성을 떠올리게 하지만, WSJ가 분석한 해양 701은 현대적인 기기가 사용자를 감시받는 국가 시스템 안에 묶어 두도록 설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