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겨냥한 공습을 시작한 지 약 6개월이 지났지만, 이란은 무너지거나 항복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전쟁이 해결된 것도 아니다. 군사적 충돌은 뚜렷한 승패 없이 장기 소모전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미국은 이제 금융·무역 제재를 전면에 내세워 이란의 경제적 생명줄을 끊으려 하고 있다.
그 결과 이란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변화는 전선보다 시장과 가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식료품 가격, 환율, 무역, 에너지와 생활비가 서로 맞물리면서 경제 자체가 전쟁의 핵심 전장이 됐다.
식탁을 먼저 덮친 전쟁의 충격
이란 통계당국 자료에 따르면 7월 식료품 물가는 전년 같은 달보다 128% 상승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87.9%에 달했다. 식용유·지방류를 비롯해 주요 식품군 가운데 8개 품목의 물가 상승률이 100%를 넘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810
빵과 유제품, 육류 같은 기본 식품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계는 같은 장바구니를 유지하기 위해 훨씬 더 많은 돈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단순한 물가 상승을 넘어, 소득이 가격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는 생계 위기로 번지는 모습이다.
토만화 가치 급락…달러 환율 20만4,000토만
이란의 개방시장 달러 환율은 18만7,000토만을 넘어선 뒤 약 20만4,000토만까지 올랐다. 통화 가치 하락은 수입품 가격과 생산 비용을 끌어올리고, 이미 높은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한다. 동시에 정부가 환율과 물가를 통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도 커질 수밖에 없다. 15
환율 불안은 전쟁의 비용을 국내 물가로 전가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제재와 해상 운송 차질로 수입과 결제가 어려워질수록 필요한 물품을 들여오는 비용은 더 커지고, 기업과 가계가 보유한 현금의 실질 가치는 더 빠르게 떨어진다.
미국의 전략 전환…폭격에서 금융 압박으로
미국은 8월 24일 ‘경제적 아웃캐스트 작전(Operation Economic Outcast)’을 발표했다. 이 작전은 이란의 군사 장비 조달망과 석유·석유화학 제품 거래망을 겨냥해 제재를 확대하는 내용이다. 미국 정부는 이를 통해 이란 정권에 남은 경제적 생명줄을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1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월 27일 미국이 이란과 대화하고 있지 않다고 말하면서,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들에도 경제적 불이익을 주겠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다만 전쟁을 끝내기 위한 구체적인 시간표는 제시하지 않았다. 4
따라서 현재의 압박은 단순한 추가 제재가 아니다. 이란의 원유 판매, 자금 이동, 군수 조달과 제재 회피 네트워크 전체의 비용과 위험을 높이려는 전략에 가깝다.
무역은 35% 감소…‘저항 경제’가 해법 될까
이란 대통령은 제재와 봉쇄의 영향으로 대외 무역이 35% 감소했다고 밝혔다. 전쟁과 제재가 겹치면서 원유 판매와 외화 확보, 해외 결제 모두가 압박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5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이에 대응해 국내 생산 확대와 성장, 금융 회복력을 강조하는 ‘저항 경제’를 내세웠다. 핵심 거래에서 미국 달러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낮추자는 구상도 포함됐다. 13
그러나 ‘저항 경제’는 장기적인 전략 처방이지, 당장 줄어든 무역과 공급 차질, 전쟁 비용, 급락한 구매력을 되돌리는 즉효약은 아니다. 국내 생산을 늘리려 해도 원자재와 설비 수입, 금융 결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뒷받침돼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논의도 아직은 제안 단계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이란과 오만이 임시 선박 통로를 마련하고 해협 내 기뢰를 제거하는 공동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 해협은 국제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만큼, 항행 불안이 이어질수록 이란뿐 아니라 세계 에너지 시장에도 부담이 커진다. 14
다만 해당 구상은 더 넓은 정치·안보 합의에 달려 있는 제안 단계다. 항로가 곧바로 정상화됐거나, 전쟁의 긴장이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권의 가장 큰 위험은 군사적 소모만이 아니다
이란 정권이 직면한 위험은 군사 장비와 병력의 소모에만 있지 않다. 식량난과 경제활동 위축, 통화 가치 하락, 무역 차질, 에너지 문제, 부패 의혹과 재점화되는 대중 불만이 동시에 나타날 경우 정권의 국내 대응력과 정당성이 약해질 수 있다. 8
다만 현재 보도만으로는 이러한 불만과 부패 의혹이 정권을 전복할 수 있는 단일하고 조직적인 위협으로 발전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란 정부는 여전히 상당한 군사·강압 능력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남은 것은 ‘항복하지 않은 교착’
6개월 뒤의 이란은 패배한 국가도, 정상적인 일상을 되찾은 국가도 아니다. 이란은 항복을 피했지만 경제적으로는 점점 더 좁은 공간에 몰리고 있다. 미국은 협상보다 경제적 고립을 앞세우고 있고, 이란은 자급과 달러 탈피를 강조하고 있다.
이 대치가 계속될수록 전쟁의 승패는 전선의 움직임뿐 아니라 이란 사회가 치솟는 식료품 가격과 환율, 무역 위축을 얼마나 오래 견딜 수 있는지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커진다. 현재의 모습은 한쪽의 결정적 승리라기보다, 민생을 소모시키며 이어지는 위험한 교착 상태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