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8~29일 밤의 공격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군사·에너지 시설을 넘어 민간 상업 물류망까지 압박 대상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현재까지 로스토프 지역의 DNS 창고와 Ozon 물류시설에서 피해 또는 화재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전체 부상자 수와 치직 창고의 구체적 피해, 이후 물류 차질의 범위는 독립적으로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다. 9
이번에 어디가 공격받았나
보도에 따르면 드론 공격으로 로스토프주 악사이의 DNS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인근 로스토프나도누의 Ozon 물류시설도 피해를 입었다. 레닌스코예에 있는 치직 슈퍼마켓 창고 역시 오픈소스 분석에서 표적으로 지목됐다. 9
DNS는 단순한 소매점이 아니라 러시아 전역에 전자제품과 가전제품을 공급하는 대형 유통업체다. 따라서 이 시설에 대한 공격은 소비재 재고뿐 아니라 전자부품과 통신장비처럼 군수 조달이나 자원봉사 공급망에 활용될 수 있는 물자의 이동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부상자 수와 운영 차질은
이번 8월 28~29일 공격만을 놓고 신뢰할 만한 부상자 수를 하나의 숫자로 확정하기는 어렵다. 현 단계에서 확인되는 작전상 영향은 시설 운영의 일시 중단, 안전 점검, 화재 진압, 피해 규모 조사, 물류 흐름의 우회 등이다. 앞선 공격에서도 유통업체들은 피해 시설의 작업을 멈추고 주문과 배송을 다른 거점으로 돌렸다. 6
Ozon은 앞서 공격받은 일부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한 뒤 운영을 중단하거나 직원을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로스토프 공격과 관련해 모든 부상자 수와 재고 손실 규모가 공식적으로 공개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부상자 숫자나 광범위한 배송 중단 주장은 별도의 확인이 필요하다.
와일드베리스에서 Ozon으로 확대된 작전
우크라이나의 상업 물류망 공격은 7월 18일 러시아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 와일드베리스의 물류시설을 겨냥하면서 본격화됐다. 8월 초까지 최소 20개 시설이 공격받았다는 보도가 나왔고, 일부 창고에서는 대형 화재와 재고 손실이 발생해 전국 배송망이 흔들렸다. 4
이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2위 온라인 유통업체인 Ozon으로 표적을 넓혔다. 8월 말에는 사흘 동안 Ozon 물류창고 6곳이 공격받았다는 보도가 나왔으며, 회사가 피해 사실을 공개한 뒤 주가도 하락했다. 2 이번 로스토프 공격은 특정 창고 하나의 피해를 넘어, 러시아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분산 물류망 자체가 공격 위험에 노출됐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키이우가 내세우는 ‘이중용도’ 논리
우크라이나의 주장은 대형 유통창고가 민간 소비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 시설은 전자제품, 통신장비, 드론과 부품, 군복, 차량 부품 등 대량의 물자를 모아 보관하고 전국으로 재분배한다. 이 가운데 일부가 러시아군 조달이나 군 지원 자원봉사 네트워크로 흘러갈 수 있다는 논리다.
우크라이나 국방부와 일부 외부 분석가들은 와일드베리스의 물류망을 러시아 방위산업 기반과 연결된 이중용도 물류 대상으로 규정해 왔다. 8 이 관점에서 보면 우크라이나는 개별 창고가 군사기지이기 때문에 공격한다기보다, 군수 전환이 가능한 대형 물류망의 기능과 경제적 중요성을 약화하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이는 논쟁적인 주장이다. Ozon과 와일드베리스, 러시아 당국은 해당 시설이 민간 상업시설이라고 반박한다.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공격 당시 모든 창고에 군수품이 보관돼 있었다고 입증할 수 없다. 따라서 가장 신중한 평가는 ‘각 창고가 군사창고였다’는 것이 아니라, 키이우가 이들 네트워크의 잠재적 이중용도성과 경제적 영향력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곡물 수출망에도 번진 압박
상업 물류시설에 대한 공격은 러시아의 곡물 수출 인프라를 둘러싼 더 넓은 충돌과 맞물려 있다.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흑해 항구 노보로시스크의 주요 곡물 터미널들이 피해를 입었고, 대형 터미널 두 곳이 운영을 중단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이며, 곡물 상당량을 노보로시스크 같은 흑해 항구를 통해 수출한다. 10
업계 보도에 따르면 노보로시스크의 주요 터미널 세 곳이 멈추면서 피해 직후 이 항구에서 곡물을 선적하기 어려워졌다. 1 크렘린궁은 곡물 수출에 미칠 영향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2
다만 현재 자료만으로는 8월 러시아 밀 수출량이 정확히 얼마로 감소했는지, 로스토프의 곡물 저장 위기와 비상사태가 실제로 선포됐는지, 선포됐다면 그 직접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를 독립적으로 확정하기 어렵다. 항구 폐쇄와 선적 우회가 물류 병목을 일으킬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구체적인 수치와 지역 비상조치는 1차 자료나 선적 데이터로 확인해야 한다.
러시아는 다른 흑해·아조프해 항로와 발트해, 카스피해, 철도 및 육상 운송망으로 물량을 돌릴 유인이 있다. 그러나 이들 경로는 노보로시스크의 완전한 대체재가 되기 어렵다. 처리능력에 한계가 있고 운송 단계가 길어지며, 하역 비용과 보안 위험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크렘린궁이 수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언급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우회 운송과 추가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2
러시아 내부의 경제·정치적 부담
반복되는 드론 공격은 러시아에 방공망과 시설 경비, 보험, 복구, 재고 비축, 비효율적인 우회 운송 비용을 추가로 부담시킨다.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소비자와 기업도 배송 지연, 재고 손실, 비용 상승을 통해 전쟁의 영향을 체감하게 된다. 어느 한 창고의 공격이 즉각 전쟁의 판도를 바꾸지는 않더라도, 피해가 누적되면 국가 경제와 군수 유지 능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4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8월 24일, 우크라이나 공격에 대한 방호가 부족하거나 피격 뒤 복구가 지연된 핵심 인프라를 국가가 임시로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승인했다. 4 이 조치는 국가 회복력을 높이려는 정책인 동시에 에너지·운송·물류 분야의 민간 자산에 대한 정부의 개입 권한을 확대하는 수단으로도 볼 수 있다. 민간 상업시설이 국가 안보의 취약점으로 간주되기 시작했다는 공식적인 우려가 반영된 셈이다. 15
우크라이나도 큰 대가를 치러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러시아의 대형 물류망을 공격하는 것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경제·군수 압박을 가하고 러시아의 전쟁 지속 능력을 복잡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보복 공격 역시 우크라이나의 상업 인프라와 수출 기반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항만 공격으로 8월 첫 2주간 곡물 수출이 75% 감소했다고 밝혔다. 또 오데사 지역 항만에 대한 공격을 이유로 2026~2027 곡물연도 수출 전망을 최대 12% 낮췄다. 12 7
결국 현재의 전략 구도는 상호 경제 강압에 가깝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방대한 소비·물류·수출망을 전쟁 비용으로 바꾸려 하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항만과 유통시설, 산업 및 에너지망을 계속 공격하고 있다. 러시아가 당장 겪는 효과는 물류 차질과 비용 상승이며, 장기적인 결과는 우크라이나가 공격 속도를 유지할 수 있는지, 러시아가 네트워크를 보호·분산·복구·우회하는 속도가 피해 확대를 따라잡을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