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은 도네츠크 전선에서 꾸준히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특히 포크롭스크, 코스티안티니우카, 슬로비안스크 접근로에서 전투가 집중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러시아군 총참모장 발레리 게라시모프가 제시한 ‘결정적 돌파’가 실제로 이뤄졌다는 증거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확인 가능한 정보가 보여주는 상황은 대규모 방어선 붕괴라기보다 국지적 진격과 침투 시도, 치열한 교전, 그리고 우크라이나군의 저항과 반격에 가깝다. 456
게라시모프가 주장한 슬로비안스크 진격
게라시모프는 8월 27일 러시아군이 슬로비안스크·크라마토르스크 요새화 지역의 첫 방어선을 돌파했으며, 약 160㎞ 폭의 전선에서 진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군이 슬로비안스크 동쪽 외곽까지 약 4㎞ 남았다고 주장했다. 이 내용은 러시아 국방부와 러시아 국영·친정부 매체가 전한 일방의 발표다. 따라서 독립적으로 검증된 전장 사실이라기보다는 러시아 측 주장으로 분류해야 한다. 12314
독립적인 전황 분석은 슬로비안스크 동쪽과 남동쪽에서 러시아군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뒷받침한다. 다만 게라시모프가 말한 규모의 돌파까지 확인하지는 않는다.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군의 진격을 슬로비안스크와 더 넓은 ‘요새 지대’에 대한 향후 공격에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평가했다. 동시에 앞선 분석에서는 슬로비안스크 방면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진격했거나 기존 진지를 유지하고 있다는 내용도 기록됐다. 456
여기서 중요한 차이가 있다. 소규모 부대가 방어선 안쪽으로 침투하거나 일부 고립된 지점에 도달하는 것과, 연속적인 전선을 장악해 요새화된 방어체계를 돌파하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ISW의 8월 28일 평가에서도 러시아군은 일부 핵심 구역에서 공세를 이어갔지만 진격하지 못했고, 코스티안티니우카 주변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의 제한적인 전술적 진전이 보고됐다.
당장의 압박은 코스티안티니우카와 포크롭스크에 집중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8월 28일 하루 동안 250건의 교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포크롭스크 방면에서 러시아군의 공격 40건, 코스티안티니우카 방면에서 35건이 보고돼 이날 가장 높은 집중도를 보였다. 슬로비안스크 방면에서는 7차례의 공격이 있었다.
이 전투 양상은 러시아의 작전이 슬로비안스크를 향한 단일 돌진이라기보다 도네츠크 방어체계를 여러 방향에서 약화하려는 시도임을 보여준다. 코스티안티니우카에 대한 압박은 요새 지대 남부를 위협하고, 동쪽과 남동쪽에서의 움직임은 슬로비안스크를 향한 향후 공격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성격을 띤다.
ISW는 코스티안티니우카 안팎에서 러시아군의 소규모 침투 작전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앞선 평가에서는 이러한 침투가 도시를 작전상 의미 있는 규모로 점령하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봤다.
슬로비안스크의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도네츠크주 행정부는 슬로비안스크와 크라마토르스크에 대한 대규모 포격 이후 슬로비안스크를 활동 전투 지역으로 지정했고,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 지역의 방어를 강화하고 있다. 7
사상자와 영토 주장에는 신중한 접근 필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2026년 들어 26만 7,000명의 병력 손실을 입었으며, 이 가운데 약 15만 5,000명이 전사했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군 사상자의 70~80%가 코스티안티니우카 인근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공식 추산이며, 현재 उपलब्ध한 자료만으로는 독립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러시아군이 큰 손실을 겪고 있다는 더 넓은 흐름 자체는 여러 자료에서 나타난다. ISW는 우크라이나 측이 7월 러시아군 사상자를 4만 2,000명 이상으로 집계했다고 전하면서도, 전쟁 당사자가 발표하는 사상자 수는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사자와 부상자, 기타 인력 손실을 어떻게 구분하는지에 따라 수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정확한 총계는 실시간으로 검증하기 어렵다.
8월 러시아군의 영토 획득 주장도 산정 방식이 명확하지 않다면 확정된 사실처럼 제시해서는 안 된다. ISW는 8월 22일 평가에서 러시아군이 이달 들어 8.52㎢를 점령하거나 침투했다고 기록하는 한편, 같은 기간 러시아군이 통제권을 잃은 지역은 27.09㎢라고 밝혔다. 이 수치는 러시아군이 순수하게 27㎢를 새로 확보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공세의 비용을 높이려 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군사 인프라와 연료 생산시설, 보급망을 계속 공격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요 정유공장과 러시아 전략항공 전력과 연관된 비행장이 타격 대상이 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ISW도 러시아의 석유 인프라를 겨냥한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5
이러한 공격의 목적은 러시아 공세를 떠받치는 연료, 물류, 항공 전력, 방산 생산체계에 부담을 주는 것이다. 장거리 타격이 러시아의 작전 비용을 높일 수는 있지만, 코스티안티니우카·슬로비안스크·크라마토르스크를 잇는 방어선을 지키는 임무를 대신할 수는 없다.
장거리 타격 능력과 관련해서는 영국과 프랑스의 기술 지원이 중요한 변수다. 영국은 우크라이나가 스톰섀도 순항미사일을 자체 생산할 수 있도록 기밀 기술에 접근하는 것을 허용했고, 프랑스는 프랑스형 미사일인 스칼프의 기술 사용을 위한 면허 지원에 동의했다. 18
이는 우크라이나가 장기적으로 보다 지속 가능한 정밀 타격 능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이 결정만으로 우크라이나가 이미 미사일 생산을 시작했다거나, 특정 러시아 탄도미사일 시설을 공격하기로 확정했다는 뜻은 아니다.
유럽에서는 동결 러시아 자산 활용 논의 재점화
스페인, 스웨덴, 폴란드, 네덜란드는 유럽연합이 동결된 러시아 국가 자산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활용하는 방안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EU 내에 동결된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은 약 2,100억 유로 규모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산이 보관된 벨기에는 법적·금융적 위험을 이유로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1719
따라서 이 방안은 정치적으로도 법적으로도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논의의 결과가 중요하다. 안정적인 재정 지원은 탄약과 방공체계 조달, 방산 생산 확대, 장기전을 버틸 국가 재정 능력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결론
러시아군은 도네츠크의 여러 전선에서 주도권을 쥐고 우크라이나 방어체계에 상당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게라시모프가 주장한 ‘슬로비안스크까지 4㎞’와 ‘첫 방어선 돌파’는 현재 공개된 독립적 전황 평가로 확인되지 않는다. 15
가장 근거가 탄탄한 판단은 더 제한적이다. 러시아군은 일부 지역에서 진격했고 요새 지대에 대한 공격을 준비할 수 있는 위치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군은 슬로비안스크 접근로를 계속 방어하고, 코스티안티니우카와 포크롭스크에서 러시아군의 압박에 맞서고 있다.
앞으로의 관건은 단일한 전황 발표가 아니다. 러시아군이 침투와 전술적 진전을 지속적인 영토 통제로 전환할 수 있는지, 그리고 우크라이나가 방어선을 유지하면서 장거리 타격 능력과 유럽의 재정·군사 지원을 확대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