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지진이 아니라 ‘연쇄 붕괴’였다
8월 26일 네팔과 중국 티베트 접경의 랑탕 리룽(Langtang Lirung) 인근에서 발생한 재난은 처음에는 지진으로 오인됐다. 그러나 예비 위성영상과 현장 분석을 종합하면, 대규모 얼음·암석 붕괴가 토석류로 바뀌고, 다시 파괴적인 돌발홍수로 이어진 복합 산악 붕괴 사건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최초 붕괴가 정확히 무엇에서 시작됐는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125
무엇이 무너졌나
연구진의 잠정적 재구성에 따르면 빙하 아래 또는 빙하와 맞닿은 불안정한 기반암이 먼저 붕괴했을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빙하의 하부가 분리돼 수백 미터 아래 계곡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빙하와 암반이 계곡에 충돌하면서 암석, 얼음, 흙, 퇴적물, 물이 한꺼번에 동원됐다. 이 물질은 먼저 얼음·암석 눈사태를 형성한 뒤, 계곡을 따라 흐르는 고에너지 토석류로 변했다. 이후 토석류와 물이 여러 하천 계곡을 타고 빠르게 내려가 마을과 기반시설을 덮쳤다. 125
온난화는 산사태 위험을 어떻게 키웠나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를 이번 재난의 단일한 직접 원인으로 단정하지 않는다. 다만 수십 년간의 온난화가 이런 유형의 산비탈 붕괴가 일어날 ‘배경 위험’을 높였을 가능성에는 주목한다. 38
고산지대의 빙하는 가파른 계곡 벽을 지지하거나 암반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빙하가 후퇴하면 그 지지 조건이 달라지고, 빙하 주변의 암반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여기에 영구동토층까지 녹으면 균열 난 암석을 한데 묶어주던 얼어붙은 지반의 결속력이 약해진다. 3911
히말라야에서는 빙하 후퇴, 영구동토층 훼손, 극한 강수 등이 가파른 산비탈을 불안정하게 만들면서 얼음·암석 눈사태가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관측 결과 히말라야 빙하의 얼음 손실 속도 역시 최근 수십 년 동안 빨라졌으며, 21세기의 평균 손실 속도는 20세기 말보다 약 두 배 빠른 것으로 분석됐다. 34
다만 이 같은 장기적 변화가 이번 붕괴의 직접적인 순간 촉발 요인이었다고 결론 내리려면 사건별 정밀 조사가 더 필요하다.
지진계에 잡힌 신호의 정체
초기 지진 관측은 규모 4.4의 지진으로 해석됐다. 이후 분석에서는 지진계에 포착된 에너지가 실제 지진이 아니라 빙하와 암석의 붕괴, 이어진 토석류가 만들어낸 신호로 정정됐으며, 보도된 수정 규모는 5.2였다. 415
이 구분은 재난 대응에서 중요하다. 지진계는 대규모 질량 이동이 일어난 뒤 그 신호를 감지할 수 있지만, 산비탈이 무너지기 전에 주민에게 충분한 대피 시간을 제공하는 경보 장치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피해 규모와 추가 홍수 우려
피해 집계는 접근 가능한 지역이 늘면서 빠르게 변하고 있다. 로이터는 8월 28일 기준 네팔에서 최소 579명, 티베트에서 7명이 숨졌고 네팔의 실종자 수가 1,924명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앞선 보도에서는 실종자가 1,300명을 넘었으며 외국인 방문객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수치는 잠정 집계이며 최종 사망·실종자 통계로 봐서는 안 된다. 14
붕괴 debris는 물길을 막아 상류에 최소 두 개의 장벽호를 만들었다. 이 호수들이 넘치거나 제방이 무너지면 이미 피해를 입은 하류 지역에 또다시 돌발홍수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가운데 한 호수가 넘쳤다는 보고도 나오면서 감시와 대피의 긴급성이 커졌다. 67
왜 기존 경보 체계가 막지 못했나
네팔의 기존 재난 경보 체계는 주로 강우량, 하천 수위, 그리고 이미 파악된 빙하호 위험을 감시하는 데 맞춰져 있다. 이번 사건처럼 암반, 빙하, 물이 짧은 시간 안에 연쇄적으로 움직이는 복합 고산 붕괴는 사전 징후가 제한적이어서 하류 지역에 경보를 보낼 시간이 거의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
헬리콥터 승무원과 구조대, 중국·네팔 구조팀은 debris로 뒤덮인 고립 계곡에서 생존자 수색을 이어갔다. 그러나 도로 파괴, 불안정한 비탈면, 악천후, 추가 범람 위험이 구조 작업을 가로막았다. 914
장벽호의 수위를 낮추기 위해 배수로를 만들거나 물을 통제된 방식으로 방출하자는 방안은 일부 지역의 수압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작업 자체가 위험하며, 제방과 주변 산비탈의 안정성에 대한 정밀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 현재 특정 배수로 사업이 해당 현장에서 승인됐거나 실제로 시행됐다는 신뢰할 만한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
히말라야 경보 체계가 달라져야 하는 이유
이번 사건이 보여주는 핵심은 히말라야의 위험 관리가 강우계와 빙하호 지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불안정한 암반, 빙하, 영구동토층 비탈면을 대상으로 위성·지진계·지상 관측을 상시 결합해야 한다. 여기에 국경을 넘는 산악 하천을 따라 신속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대피를 알릴 수 있는 공동 경보 체계도 필요하다. 39
온난화가 모든 붕괴의 직접 원인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빙하와 얼어붙은 지반의 상태를 바꾸며, 한 번의 붕괴가 눈사태와 토석류, 홍수로 연쇄 확대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경고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