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com이 제안한 시정조치는 무엇인가
현재 공개적으로 확인되는 답은 ‘시정조치를 제안했다’는 사실뿐이다.
EU 규제 관련 서류에 따르면 JD.com은 2026년 8월, 독일 전자제품 유통업체 세코노미(Ceconomy) 인수안에 대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심층 조사 과정에서 시정조치를 제출했다. 세코노미는 미디어마크트(MediaMarkt)와 새턴(Saturn)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그러나 해당 서류에는 조치의 구체적인 내용이 적시되지 않았다.
따라서 매장 매각, 가격 제한, 자금 조달 방식 변경 등이 포함됐다고 단정할 근거는 현재 없다. 공개 기록만으로는 자산 처분인지, 영업 방식에 대한 약속인지, 금융 관련 조치인지조차 확인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이번 제안은 아직 진행 중인 심사에 대응하기 위해 제출된 ‘제안’이다. EU 집행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였거나 인수를 승인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EU는 왜 외국보조금 조사를 시작했나
EU 집행위원회는 2026년 5월 28일 JD.com의 약 25억 달러 규모 세코노미 자발적 공개매수에 대한 심층 조사를 시작했다. 예비 검토 과정에서 JD.com이 EU 시장의 경쟁을 왜곡할 수 있는 외국 보조금의 혜택을 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조사 대상에는 중국과 연계된 기관이 제공했을 수 있는 우대 금융, 세제 혜택이나 면제, 보조금 등이 포함됐다. 415
이번 조사의 법적 근거는 EU의 외국보조금 규정(Foreign Subsidies Regulation·FSR)이다. 이 규정은 EU 역외 국가의 재정 지원이 기업에 부당한 이점을 제공하고, 그 결과 대규모 인수합병이나 공공조달 등에서 경쟁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집행위원회가 살펴볼 수 있도록 한다.
이번 사안에서 핵심 쟁점은 중국 정부나 중국과 연계된 기관의 지원이 실제로 있었는지, 그리고 그러한 지원이 JD.com이 세코노미를 인수하거나 인수 자금을 마련하는 데 유리한 조건을 제공했는지다.
다만 집행위원회의 우려 제기는 최종적인 위법 판단이 아니다. 규제 당국이 검토 중인 쟁점을 제시한 것이며, JD.com은 이에 답변하고 시정조치를 제안할 기회를 갖는다.
2025년 인수 논의와 ‘근거 설명서’의 의미
JD.com과 세코노미는 2025년 7월 인수 공개매수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 논의가 실제 거래와 유럽 규제 심사의 출발점이 됐다.
이후 EU 집행위원회는 2026년 5월 조사를 심층 단계로 확대했고, 7월 22일 JD.com에 ‘근거 설명서(Statement of Grounds)’를 전달했다. 이는 FSR 조사에서 집행위원회가 기업에 예비적인 우려와 이의 제기 내용을 서면으로 통지하는 공식 절차다. 문서 전달 자체가 최종 결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316
그러나 JD.com 입장에서는 거래 승인을 받기 위해 어떤 우려에 답해야 하는지가 한층 구체화된 단계였다. 이후 시정조치가 제안된 것은 집행위원회의 우려를 해소하려는 절차적 대응으로 볼 수 있지만,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그 조치가 충분하다고 판단됐는지 알 수 없다.
중국은 어떻게 대응했나
중국은 EU의 국경을 넘는 조사 조치를 ‘부적절한 역외 관할권’ 또는 ‘부당한 역외 관할권’이라고 비판했다. 2026년 8월 19일 중국 당국은 중국 내 기관과 개인에게 관련 EU 조치를 이행하거나 조사에 협조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15
이 같은 지시는 집행위원회가 조사에 필요한 자료나 증거를 중국 내 기관으로부터 확보하는 데 현실적인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동시에 중국 기업, 독일 유통업체, EU의 외국보조금 규정이 얽힌 거래에 외교·통상 갈등까지 더하는 요인이 됐다.
다만 중국의 대응과 EU의 경쟁 판단은 별개의 문제다. 중국의 지시가 JD.com의 보조금 수혜 여부나 제안된 시정조치의 적절성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영국에서 제기된 우려는 무엇인가
영국에서 제기된 문제는 현재 확인된 영국 경쟁당국의 최종 판단이 아니라 정치권의 조사 요구와 경쟁 우려에 가깝다. 야당 정치인들은 JD.com의 영국 진출이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면 영국의 오프라인 소매업체와 번화가 상권에 불공정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정부와 관련 기관의 검토를 촉구했다.
이는 EU의 공식 FSR 절차와는 구분해야 한다. 영국에서 제기된 주장은 확정된 반독점 위반 판단이 아니다. 다만 브뤼셀의 조사가 JD.com의 유럽 전반 전략에 대한 논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보여준다.
정책 담당자와 유통업계가 주목하는 지점은 JD.com의 공격적인 가격·물류 경쟁력이 일반적인 규모의 경제에서 비롯된 것인지, 국가와 연계된 지원의 결과인지, 아니면 두 요소가 함께 작용한 것인지다.
Joybuy는 유럽 전략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
JD.com은 2026년 3월 16일 영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에서 온라인 쇼핑 플랫폼 Joybuy를 출시했다. 중국을 넘어 유럽 시장에서 사업 기반을 넓히고 아마존을 비롯한 기존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경쟁하겠다는 행보다. 17
세코노미 인수는 이 온라인 확장을 오프라인 전자제품 유통망과 결합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미디어마크트와 새턴을 통해 유럽 내 대규모 매장과 기존 소매 기반을 확보하면, Joybuy의 온라인 사업과 유통·물류 역량을 함께 확대하는 전략이 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이번 FSR 심사는 단순한 기업 인수 승인 절차를 넘어선다. EU 집행위원회는 JD.com이 경쟁을 왜곡할 수 있는 금융상 이점을 확보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고, JD.com은 동시에 여러 유럽 시장에서 사업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결국 거래의 향방을 가를 핵심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JD.com이 제출한 시정조치의 실제 내용, 그리고 그 조치가 EU 집행위원회의 우려를 해소하기에 충분한지가 세코노미 인수 승인 여부를 좌우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