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가 2026년 7월 1일부터 150유로 이하 소액 수입품에 적용하던 관세 면제를 폐지하고 임시 3유로 관세를 도입한 뒤, 중국발 직구 시장에는 즉각적인 충격이 나타났다. 초기 자료상 직접 배송되는 소액택배는 크게 줄었지만, 셰인(Shein)·테무(Temu)·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 같은 플랫폼의 국경 간 전자상거래 자체가 멈춘 것은 아니다.
중국발 소포와 주요 플랫폼에 나타난 변화
프랑스 경제부는 프랑스 세관 자료를 인용해 7월 1일 이후 EU로 유입되는 소액택배 수가 30~40%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 물량은 셰인, 테무,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계 또는 중국발 플랫폼과 특히 연관된 것으로 전해졌다. 78
이는 시행 직후 나타난 상당한 물량 감소다. 다만 이 수치만으로 플랫폼별 EU 매출이나 시장점유율이 장기적으로 어떻게 변할지까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판매자가 배송 경로를 바꾸거나 EU 내 창고에 상품을 미리 들여놓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3유로’보다 부담이 커질 수 있나
이번 관세는 소포 한 개에 일괄적으로 한 번 부과되는 방식이 아니다. 하나의 배송물에 들어 있는 상품이 세관상 서로 다른 관세 품목 분류에 해당하면 분류별로 3유로가 붙는다. 예를 들어 의류, 귀금속·액세서리, 전자제품이 한 주문에 함께 담겼다면 총 9유로가 될 수 있다. 반면 같은 품목 분류에 속하는 상품 여러 개는 3유로로 처리될 수 있다. 45
이 구조는 특히 2~10유로짜리 상품을 여러 종류 담는 ‘대량 장바구니’ 주문에 불리하다. 상품 가격보다 고정 관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판매자들은 상품을 EU 창고에서 배송하거나, 배송 전에 관세를 처리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거나, 관세를 상품 가격에 미리 반영할 유인이 커졌다.
항공화물 시장은 ‘붕괴’보다 재편에 가깝다
새 관세의 직접적인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분야는 중국에서 유럽 소비자에게 소형 포장물을 보내는 항공 운송이다. 네덜란드 항공화물 컨설팅업체 Rotate의 자료에 따르면 관세 시행 직후 중국·유럽 간 전용 화물기 공급능력이 감소했지만, 첫 주에는 감소폭이 다소 완화됐다. 18
다만 전체적인 물류 흐름을 놓고 보면 지표가 엇갈린다. 시행 직전 중국·홍콩에서 유럽으로 향한 항공화물에서 규제 전 ‘밀어내기’ 물량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었고, 이후에는 중국·유럽 항공화물 흐름과 전용 화물기 운용에 변화가 감지됐다.
따라서 현재까지의 자료는 유럽 항공화물 수요 전체가 무너졌다는 증거라기보다, 중국발 소액 직구를 중심으로 물류망이 조정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는 편이 타당하다. 2025년 EU에 들어온 전자상거래 소포가 약 58억 개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작은 정책 변화도 항공·통관·택배 업계에 큰 파장을 줄 수 있다. 3
미국 판매자는 DDU에서 DDP로 이동
미국 판매자들에게는 물량보다 배송비를 누가, 언제 부담할지가 더 먼저 바뀌고 있다. ePost Global이 취급하는 미국 판매자 사이에서는 관세 시행 직후 배송 물량이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지만, ‘관세 미지급 인도(DDU·Delivery Duty Unpaid)’에서 ‘관세 지급 인도(DDP·Delivery Duty Paid)’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6
DDP는 판매자나 운송업체가 관세를 배송 전에 계산·징수해 납부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결제 단계에서 총비용을 확인하기 쉽다. 반대로 DDU에서는 상품이 발송된 뒤 또는 배송 시점에 구매자가 관세와 수수료를 추가로 내야 할 수 있다.
DDU가 소비자에게 만드는 ‘깜짝 청구서’
문제는 광고나 결제 화면에 관세가 명확히 포함되지 않을 때 발생한다. 소비자는 배송 직전에 예상하지 못한 결제 요청을 받을 수 있고, 납부가 지연되면 통관 지연이나 배송 거부로 이어질 수 있다. 이후 반송 비용과 환불 분쟁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3
판매자에게도 DDU는 위험한 선택이다. 상품 가격이 낮을수록 고정 관세에 운송업체의 통관·처리 수수료까지 더해졌을 때 소비자가 배송을 거부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단순히 ‘3유로를 부과한다’는 정책이 결제 투명성, 반품, 고객 유지 문제로 확장될 수 있다.
2028년까지의 임시 조치와 추가 2유로 수수료
EU 공식 안내에 따르면 3유로 관세는 2028년 7월 1일까지 적용되는 임시 제도다. 이후에는 상품 종류에 따라 일반적인 관세 체계가 적용될 예정이다. 1
11월 1일부터 별도의 2유로 취급 수수료가 추가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다만 현재 공개된 자료에서는 이를 ‘예정되거나 협의 중인 수수료’로 설명하고 있어, EU 전체에 최종 확정·시행된 비용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도입된다면 운송업체 수수료나 DDU 관련 비용을 제외하고도 기본 부담이 최소 5유로로 높아져 초저가 상품에 특히 큰 압박이 될 수 있다. 11
소비자와 국경 간 쇼핑에 남길 흔적
이번 정책은 과거 면세로 유입되던 소액택배의 홍수를 빠르게 줄이는 데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고정액 관세의 부담은 주문 금액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3유로는 100유로 주문에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2유로짜리 상품에는 상품 가격 자체보다 클 수 있다. 여러 관세 품목 분류가 한 주문에 포함되면 부담은 더 커진다. 34
따라서 가장 가능성 높은 장기 변화는 중국에서 소비자에게 상품 하나씩 직접 보내는 방식의 축소, EU 내 재고·창고 활용 확대, DDP 방식의 가격 표시 증가다. 국경 간 전자상거래가 사라지기보다는 주문 건수는 줄고, 결제 단계에서 관세와 배송비를 포함한 총가격을 더 명확히 제시하는 방향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판매자가 불투명한 DDU 비용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관행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는지가 정책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