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체방크가 ‘매도’로 돌아선 이유
노보 노디스크 주가가 2025년 고점 대비 약 70% 하락한 뒤에도 도이체방크는 반등 가능성보다 사업의 구조적 부담에 주목했다. 은행은 투자의견을 ‘보유(Hold)’에서 ‘매도(Sell)’로 낮추고 목표주가를 290덴마크크로네에서 265크로네로 9%가량 조정했다. 23
핵심은 2027년 성장 회복을 뒷받침할 만한 가시성이 아직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주력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의 장기적인 특허 만료 절벽까지 겹치면서, 현재의 주가 하락만으로 위험이 충분히 반영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논리다. 3
2025~2027년 매출이 사실상 제자리
시장 보도에서 인용된 외부 전망에 따르면 노보 노디스크의 연간 매출은 2025년 약 3,090억덴마크크로네에서 2026년 2,990억크로네로 감소한 뒤, 2027년 3,042억5,000만크로네로 소폭 회복하는 데 그친다. 3년 전체로 보면 매출이 사실상 정체되는 그림이다. 7
도이체방크는 판매 실행력과 처방 추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중기 매출 추정치가 추가로 하향될 수 있다고 봤다. 미국 메디케어 처방 확대 역시 실적을 크게 끌어올릴 정도의 추가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3
파이프라인에서 잇따른 경고음
질티베키맙은 후기 임상시험에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위험을 낮추는 데 실패하면서 사실상 성장 후보에서 제외됐다. 3
차세대 비만 치료제 카그리세마도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 임상에서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 대비 경쟁력이 약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카그리세마가 위고비를 잇는 후속 주자가 될 것이라는 투자 논리가 흔들렸다. 1416
여기에 REDEFINE-4 임상 차질과 미국 내 경구용 위고비의 처방·매출 증가세 둔화까지 더해졌다. 경구 제형이 기존 세마글루타이드 제품의 성숙에 따른 공백을 충분히 메우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다. 경구용 위고비 매출은 32억2,000만덴마크크로네로, 시장 예상치 33억크로네를 소폭 밑돌았다. 210
일라이 릴리와 특허 만료라는 이중 압박
경쟁 구도도 노보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일라이 릴리는 주사형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자리 잡았고, 중국에서는 경구용 비만 치료제 오르포글리프론의 출시도 추진하고 있다. 2
도이체방크가 우려하는 더 큰 문제는 시간이다. 노보가 현재의 세마글루타이드 제품군에서 얻는 매출을 새로운 제품으로 대체하기 전에 특허 만료가 본격화되면, 성장률과 수익성 모두 압박받을 수 있다. 3
9월 21일 자본시장 데이에서 확인할 것
노보 노디스크는 9월 21일 자본시장 데이를 앞두고 있다. 이번 투자의견 하향은 단순히 낙관적인 전략 발표가 아니라, 2027년의 지속 가능한 성장 경로와 세마글루타이드 이후 제품군의 경쟁력, 현실적인 실적 가이던스를 제시해야 한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38
투자자들이 확인할 핵심 지표는 경구용 위고비의 실제 처방 확산 속도, 카그리세마 이후의 대체 파이프라인, 미국과 해외 시장의 가격·보험 보장 전략이다.
중국 경구용 위고비는 반전 카드인가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이 노보의 경구용 위고비 판매 신청을 접수한 것은 분명한 진전이다. 다만 신청 접수는 시판 허가가 아니므로, 실제 출시까지는 심사와 승인, 가격 책정 및 유통 과정이 남아 있다. 217
기회 자체는 크다. JP모건은 중국의 체중관리용 GLP-1 치료제 시장이 향후 5~7년 안에 약 300억위안 규모로 성장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17 복용 편의성이 높은 경구 제형이 승인된다면 노보는 미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중국에서 새로운 판매 축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 시장 역시 자동으로 노보의 성장 해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승인 시점, 약가, 환급 여부, 현지 경쟁, 일라이 릴리의 경구 치료제 진입 가능성, 실제 영업 실행력이 모두 매출 규모를 결정한다. 따라서 이번 신청 접수는 가치 있는 ‘상승 옵션’을 추가했지만, 2025~2027년 성장 정체와 장기 특허 절벽이라는 도이체방크의 핵심 우려를 그 자체로 해소하지는 못한다. 23
결론
도이체방크의 매도 의견은 중국이라는 단일 시장의 잠재력보다 더 가까운 시기의 리스크를 중시한 결과다. 노보 노디스크가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중국 진출 계획만이 아니라, 2027년까지 이어질 성장 경로와 세마글루타이드 이후의 제품 경쟁력을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