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유럽 AI 인재 시장의 기준점이었던 딥마인드
구글 딥마인드는 더 이상 유럽의 엘리트 AI 연구자들이 가장 먼저 선택하는 압도적 1순위 고용주라고 보기 어렵다.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조직이자 강력한 컴퓨팅·인프라 기반을 보유하고 있지만, 지역 채용 시장에서의 지배력과 인재 유지력, 그리고 독립적인 연구소라는 정체성은 모두 약해졌다. 2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채용 점유율이다. Zeki Data에 따르면 유럽·중동·아프리카(EMEA)에서 딥마인드가 차지한 연구·고급 엔지니어링 인재 채용 비중은 20222023년 49%에서 20252026년 18.6%로 떨어졌다. 주요 AI 연구소 가운데 어느 지역에서든 기록된 하락폭 중 가장 큰 수준이다. 2
채용 우위가 무너진 이유
딥마인드는 여전히 인재를 잃는 것보다 더 많이 영입하고 있다. 그러나 유입의 규모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줄었다. 입사자 대 퇴사자 비율은 2023년 2분기 약 12 대 1에서 2026년 3분기 약 2 대 1로 하락했다. 순증은 이어지고 있지만, 한때 경쟁자들을 압도하던 흡인력은 사라진 셈이다. 5
반면 경쟁사들의 유럽 채용 확대는 가팔랐다. 오픈AI와 앤스로픽의 채용 증가율은 각각 97%와 152%로 보고된 반면, 딥마인드는 27%에 그쳤다. 1 막대한 보상과 주식 보상은 분명 중요한 요인이지만, 인재 이동을 급여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14
딥마인드의 전통적인 매력은 단기 제품 일정에 얽매이지 않고 장기 연구를 추진하며 영향력 있는 논문을 발표할 수 있다는 데 있었다. 그러나 최근 조직의 중심축은 제미나이 개발과 상용화로 이동했고, 연구 주제와 논문 공개에 대한 자율성이 줄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알파폴드 팀의 재편과 대규모언어모델(LLM), 범용 과학 자동화 중심으로의 전략 전환은 연구소의 우선순위가 좁아졌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26
다만 각 요인이 실제 이탈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는 공개적으로 수치화되지 않았다. 따라서 특정 정책 하나가 연구자들의 퇴사를 직접 초래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과도하다.
눈에 띄는 핵심 인재 이탈
최근의 변화가 더 크게 느껴지는 이유는 단순한 인원수가 아니라 이탈자의 무게 때문이다. 2026년 6월에는 제미나이 개발에 참여한 요나스 아들러와 알렉산더 프리첼이 앤스로픽으로 옮겼고, 트랜스포머 논문 공동저자이자 전 캐릭터닷AI 수장이었던 노엄 샤지어는 오픈AI로 이동했다. 24
이후 알파벳 수석과학자 제프 딘, 시니어 펠로인 산제이 게마와트, 오리올 비냘스, 쿠옥 르 등이 디스커버리 루프를 창업하기 위해 회사를 떠났다. 1 이들은 파운데이션 모델, AI 인프라, 과학적 연구 방향에 영향력을 행사해 온 인물들이다. 따라서 이들의 이탈은 전체 인력 규모보다 연구소의 의사결정 구조와 외부 신뢰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사비스의 역할 변화가 뜻하는 것
2026년 8월 데미스 하사비스는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의 일상적인 운영 책임을 내려놓고 딥마인드 의장 겸 알파벳 최고과학자로 자리를 옮겼다. 운영은 최고기술책임자(CTO)였던 코라이 카부쿠오글루가 맡으며, 그는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CEO에게 직접 보고한다. 12
이 변화는 하사비스가 알파벳 전체의 과학·AI 전략에 더 큰 역할을 맡는다는 의미일 수 있다. 동시에 딥마인드의 독립성은 낮아지고, 연구소를 대표하던 과학자가 일상적인 경영에서 분리되는 효과도 낳는다. 의사결정 속도와 제품 개발의 정렬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딥마인드가 독립 연구기관이 아니라 구글의 제품 조직으로 변하고 있다는 인식을 강화할 위험도 있다.
여전히 강한 분야와 내준 영역
딥마인드의 경쟁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과학 AI, 강화학습, 멀티모달 시스템, AI 인프라, 고밀도 연구 인재 풀은 여전히 강점이다. 단백질 구조 예측 모델 알파폴드가 과학적 발견과 생물학 분야에서 보여준 성과는 딥마인드만의 연구 역량을 입증하는 대표적 사례다. 6
다만 소비자용 AI 비서, 빠른 제품 개선, 코딩 에이전트, 출시된 범용 모델의 체감 지능을 둘러싼 경쟁에서는 입지가 상대적으로 약해졌다. 한 독립 벤치마크 평가에서는 구글의 최고급 출시 모델이 앤스로픽·오픈AI·xAI·메타와 중국의 한 연구소 모델보다 뒤처진 것으로 평가됐다. 이는 특정 시점의 평가일 뿐 절대적인 순위표는 아니지만, 시장에서 제미나이를 바라보는 경쟁 인식의 문제를 보여준다. 6
구글의 인프라 우위만으로는 부족하다
오픈AI와 앤스로픽은 강력한 모델 브랜드와 제품 추진력, 인재를 끌어들이는 서사를 동시에 갖췄다. 메타는 공격적인 보상과 거대한 서비스 생태계를 앞세울 수 있다.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 AI 슈퍼인텔리전스도 최첨단 AI 역량을 명시적으로 겨냥한 자금력 있는 경쟁자로 등장했다.
구글이 보유한 컴퓨팅 자원, 자체 TPU 칩 생태계, 폭넓은 서비스 유통망과 자본은 분명한 강점이다. 그러나 무엇을 학습시키고, 어떤 제품을 출시하며, 어떤 연구를 공개할지 결정하는 사람들을 붙잡지 못한다면 인프라 우위는 결정적인 경쟁 우위로 이어지지 않는다. 조직 개편과 핵심 인재 유출은 바로 이 지점을 위협하고 있다. 12
결국 딥마인드의 변화는 ‘약해졌다’는 한마디로 정리하기 어렵다. 핵심은 유럽에서 누려온 명성·자율성·인재의 사실상 독점적 지위가 무너졌다는 데 있다. 앞으로의 회복 여부는 제미나이를 성공적인 제품으로 만드는 동시에, 딥마인드를 세계 최고 연구자들이 다시 찾는 연구소로 유지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