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대규모 일자리 대체’라는 하나의 파도라기보다, 업무와 인력을 다시 분류하는 과정에 가깝다. 기업들은 AI에 노출된 직군에서 반복적인 초급 업무를 줄이거나 재설계하는 한편, AI 역량에 기술·규제·사업·대인 판단력을 결합할 수 있는 인재에게는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그 결과 미국과 영국에서는 두 갈래의 노동시장이 나타나고 있다. 기술·전문직 일부에서는 전통적인 신입 진입로가 줄어드는 동시에, AI를 활용하거나 AI 시스템을 구축·관리하는 전문 직무의 수요는 빠르게 커지는 모습이다.
미국 해고 통계에서 AI는 주요 사유로 떠올랐지만
미국의 전직 지원·인력 재배치 기업인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에 따르면 미국 기업이 2026년 5월 발표한 감원 계획은 9만7,006건이었다. 이 가운데 기업이 인공지능을 명시적인 사유로 제시한 감원은 3만8,579건으로, 전체의 40%를 차지했다. 이 회사가 AI 관련 감원을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월간 기준 가장 큰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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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원 계획은 6월 4만5,849건, 7월 3만3,429건으로 줄었다. 그러나 7월에도 AI는 기업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감원 사유였으며, AI를 이유로 제시한 감원 발표는 **1만970건, 전체의 33%**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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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수치를 실제 해고가 완료된 인원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는 기업이 발표한 감원 계획이며, 기업이 제시한 사유를 집계한 것이다. AI가 각 감원을 독립적으로 일으켰다는 인과관계나, AI가 전체 고용에 미친 영향을 직접 측정한 통계도 아니다.
기업이 AI 중심으로 업무를 재편하는 동시에 수요 둔화, 비용 압박, 외주화, 사업 구조조정 등 다른 요인에도 대응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압박은 경력 초기에 나타난다
현재 노동시장 충격을 보여주는 증거는 전체 근로자보다 AI 노출도가 높은 직군의 젊은 근로자에게서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스탠퍼드 연구진에 따르면 AI 노출도가 높은 직군에서 22~25세 근로자의 고용은 비노출 직군의 비슷한 연령대 근로자와 같은 속도로 증가했을 경우보다 약 19% 낮은 수준이었다. 반면 경력 근로자에게서는 비슷한 격차가 관찰되지 않았다. 고용 감소는 AI가 사람의 업무를 보완하기보다 대체하는 직군에 집중됐고, AI가 근로자를 보완하는 직군의 고용은 정체되거나 증가했다.
이 결과가 모든 초급 기술직이나 전문서비스 직무가 사라지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신입 직원이 경험을 쌓는 데 활용되던 감독 아래의 반복 업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단순 코딩, 자료 조사, 문서화, 분석, 고객지원 같은 업무가 여기에 포함된다.
PwC의 글로벌 분석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난다. 미국의 AI 노출 초급 직무는 판단력과 리더십처럼 전통적으로 경력직에게 요구되던 역량을 명시할 가능성이 다른 초급 직무보다 7배 높았다. 이 직무들은 2019년 이후 35% 증가했지만, 그 밖의 초급 직무는 10%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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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채용시장도 약화…졸업자 공고는 2020년 이후 최저
영국의 전반적인 채용시장 역시 2026년 상반기에 악화됐다. 채용 공고는 연초보다 11% 감소했고, 코로나19 이전 기준선보다 32%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졸업자 대상 채용 공고는 전년 대비 7% 줄었으며, 계절적 특성을 고려했을 때 2020년 이후 같은 시기 기준 가장 낮았다.
별도의 고용주 조사에서는 영국 기업의 36%가 지난 1년 동안 젊은 근로자를 위한 초급 일자리 수를 줄였다고 답했다. 조사 결과는 AI와 자동화가 일부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보여주지만, AI가 유일한 원인이었다고 입증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현재 데이터가 뒷받침하는 결론은 청년층의 초기 경력 기회가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지, 청년 실업이 오직 AI 때문에 발생했다는 주장이 아니다. 국가 단위 실업률은 경제성장률, 금리, 교육에서 취업으로의 이동, 구인 규모, 노동시장 정책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함께 받는다. 어느 나라에서도 전체 청년 실업률의 원인을 AI 하나로 분리해 설명할 수 있는 자료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기술·금융 분야에서 ‘두 갈래 시장’이 가장 선명하다
기술과 디지털 집약 산업은 자동화하거나 AI로 보완할 수 있는 업무가 많아 변화에 특히 많이 노출돼 있다. 영국에서는 기술·미디어·통신 산업이 2025년 AI 관련 채용 공고 비중이 가장 높은 분야였다. 전 세계적으로도 AI 역량을 요구한 공고 비중은 이 산업에서 **11.4%**로 가장 높았고, 전문서비스는 5.6%, 금융서비스는 5.4%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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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서비스는 일자리 감소와 증가가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을 잘 보여준다. 전 세계 금융서비스 채용 공고 중 AI 역량을 요구한 비중은 **2024년 3.4%에서 2025년 5.4%**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금융서비스 전체 채용 공고는 12.8% 늘었지만, AI 관련 직무 공고는 77.4%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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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금융업에서도 2025년 공석이 12% 늘었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규제 준수, 데이터 관리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결과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영국 금융서비스 기업의 절반 이상이 2026년 채용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채용은 주로 기술과 AI 분야에 집중됐다. 다만 전반적인 인력 투자와 초기 경력자 채용은 일부 영역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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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금융업이 ‘안전하다’거나 반대로 ‘사라지고 있다’고 단순화하기는 어렵다. 기업들은 AI를 도입하고, 위험을 통제하며, 규제 의무를 충족하고, AI가 내놓은 결과를 해석하는 직무 쪽으로 채용의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으로 보인다.
몸값이 오르는 역량은 ‘AI+전문성’
기업이 원하는 역량은 좁은 의미의 기술 자격증 하나라기보다 AI 활용 능력과 특정 산업의 전문지식을 결합한 역량에 가깝다. 주요 요구 역량은 다음과 같다.
- 데이터 및 AI 리터러시
- 소프트웨어·데이터 엔지니어링
- 모델 평가와 품질관리
- 사이버보안, 거버넌스, 리스크 관리
- 규제 및 금융서비스 지식
- 제품 설계와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
- 소통, 창의성, 해석 능력, 판단력
- 적응력과 지속적인 학습 능력
금융서비스 인력 보고서도 데이터, 거버넌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해석, 제품 설계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동시에 적응력, 창의성, 비판적 사고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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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범위는 넓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수백만 건의 채용 공고를 분석한 결과, 선진국 채용 공고의 대략 10건 중 1건은 새로운 역량을 최소 하나 이상 요구했다. 특히 전문직·기술직·관리직에서 변화가 컸다. 새로운 역량 수요의 절반 이상은 정보기술 분야에서 발생했으며, 가장 큰 임금 프리미엄은 IT, 비즈니스·데이터 분석, 엔지니어링 역량과 연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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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기존 직무를 바꾸는 동시에 새 직무도 만든다
일부 초급 직무의 전망이 약해지는 가운데 AI 관련 업무에 대한 수요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 영국에서 AI 역량을 요구한 채용 공고는 2025년 약 6만8,000건 증가해 전체 공고의 2.2%를 차지했다. 전문 AI 직무 공고는 61% 늘었고, AI 역량 보유자에게 지급되는 평균 임금 프리미엄은 2024년 11%에서 **34.2%**로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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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엔지니어는 최근 여러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한 초급 직무 가운데 하나였다. 미국에서는 전년 대비 62%, 영국에서는 97%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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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AI 전문직의 성장만으로 줄어든 초급 일자리가 자동으로 대체되는 것은 아니다. 전문 AI 직무는 대개 다른 종류의 준비와 역량을 요구한다. AI 엔지니어 수요가 늘어난다고 해서 반복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행정, 조사, 고객지원 업무에서 밀려난 모든 근로자를 흡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핵심 위험은 ‘인재 파이프라인’의 단절
노동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AI가 몇 개의 일자리를 없애고 몇 개를 새로 만드는지가 아니다. 기업이 경력직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충분한 초급 업무를 남겨두는지가 더 중요하다.
AI는 숙련된 직원의 생산성을 높이고 엔지니어링, 거버넌스, 규제 준수, 데이터, 제품 분야의 고부가가치 수요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신입 직원이 경험을 쌓는 감독형 업무를 기업이 지나치게 줄이면, 장기적으로는 바로 그 전문직을 맡을 인재 공급이 약해질 수 있다.
기업에는 초급 직무를 없애기보다 학습 경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업무를 재설계하는 과제가 남는다. 구직자에게는 AI 활용 능력에 산업 지식과 실제 판단력을 더하고, 이를 보여줄 수 있는 결과물을 갖추는 전략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2026년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은 보편적인 ‘일자리 붕괴’가 아니다. AI가 흡수하기 쉬운 업무와, AI를 지시하고 검증하며 책임 있게 적용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업무 사이의 간극이 커지는 노동시장의 전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