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가 인공지능(AI) 사업 확대를 위해 단행한 102억 달러 규모의 홍콩 신주 발행은 한 번의 자금 조달을 넘어선 시험대가 됐다. 회사는 대규모 투자 재원을 확보했지만, 기존 주주들은 주식 희석과 할인 발행이라는 비용을 부담하게 됐다. 발표 직후 주가가 급락한 것은 시장이 알리바바의 AI 전략 자체보다 투자 규모, 실행 가능성, 거래 방식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
6
무엇을 발행했나
알리바바는 신주 7억1,000만 주를 주당 112.70홍콩달러에 발행해 총 800억 홍콩달러, 약 102억 달러를 조달했다.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의 유상증자 성격의 후속 공모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올해 전 세계 기준으로는 이미 상장된 기업이 새 주식을 발행한 거래 가운데 알파벳과 인텔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로 평가됐다.
2
7
발행가는 직전 거래일 종가보다 8.4% 낮았다. 할인은 새 주식을 빠르게 팔기 위한 일반적인 수단이지만,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보유 지분의 가치와 의결권이 희석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알리바바 주가는 홍콩 거래에서 약 8.5% 하락하며 2025년 초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5
6
다만 수요가 약했던 것은 아니다. 주문 규모는 약 280억 달러로 발행액의 거의 세 배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기관투자가들이 알리바바의 AI 성장 가능성을 완전히 외면한 것이 아니라, 할인된 가격이라면 투자할 의향이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6
7
마이클 버리가 던진 강한 경고
영화 **《빅 쇼트》**로 널리 알려진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알리바바 보유분 전체를 경쟁사 JD닷컴으로 옮겼다고 밝혔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나는 주식 발행을 승인할 수 없다"는 취지의 글을 남겼고, 알리바바 주가가 추가로 50% 하락해야 다시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8
버리의 발언은 단순한 종목 교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의 비판은 알리바바가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자금을 조달하는 전략보다, 그 비용을 기존 주주에게 전가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췄다. 회사가 조달금을 어떻게 수익으로 전환할지 입증하지 못한다면, 대규모 증자는 성장 투자가 아니라 주주가치 훼손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경고다.
AI 투자에는 명분이 있지만 비용도 커졌다
알리바바는 이번 증자 대금을 자체적으로 설계·개발하는 '풀스택' AI 역량과 관련 인프라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2026년부터 2029년까지 AI와 클라우드 인프라에 3,800억 위안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며, 최고경영자 우융밍은 현재 총계획의 절반가량을 이미 집행했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평균 매출총이익률을 기준으로 하면 AI 관련 자본지출이 약 3년 안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2
3
4
초기 성과를 보여주는 지표도 있다. 클라우드 인텔리전스 부문의 외부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0% 증가했고, AI 관련 제품은 외부 클라우드 매출의 30%를 차지했다. 최근 분기 AI 클라우드 및 컴퓨팅 서비스 매출도 45% 늘어난 484억 위안으로 집계됐다.
1
3
10
그러나 투자 부담은 이미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 해당 분기 자본지출은 75% 증가한 677억 위안으로 급증했고, 분기 순이익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AI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사실과 투자금이 충분한 수익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사실은 아직 같은 의미가 아니다.
3
4
왜 시장 공정성 논란으로 번졌나
이번 거래를 둘러싼 또 다른 쟁점은 정보 접근의 공정성이다. 대규모 블록딜이나 할인 신주 발행에서는 거래 전 일부 잠재 투자자에게 조건을 비공개로 설명하는 이른바 '월 크로싱(wall-crossing)'이 활용될 수 있다. 이는 그 자체로 부적절한 행위는 아니지만, 어떤 투자자에게 중요 비공개 정보가 전달됐는지, 해당 투자자가 이후 거래를 제한받았는지, 정보가 시장에 공개되기 전 매매가 이뤄지지 않았는지를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
알리바바 거래 발표 전 일부 투자자가 매도했는지 여부를 보여주는 자료가 제시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번 증자가 불법 거래였다고 단정할 근거도 없다. 다만 예상 밖의 대규모 할인 발행 직전에 거래가 이뤄졌다는 인식은 시장의 의문을 키울 수밖에 없다.
이런 우려가 홍콩에서 특히 민감하게 받아들여진 배경에는 세간의 관심을 끈 세간티 캐피털(Segantii Capital Management) 내부자거래 재판도 있다. 세간티 창업자 사이먼 새들러와 전 직원, 회사는 에스프리트의 예정된 블록딜 관련 비공개 정보를 이용해 거래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이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해당 사건은 알리바바 주식 거래와 별개의 사안이며, 알리바바 발행에서 위법 행위가 있었다는 증거를 뜻하지 않는다.
9
11
14
투자자들이 앞으로 확인할 것
알리바바의 증자는 AI 경쟁에 필요한 자금을 한꺼번에 확보했다는 점에서 전략적 선택이다. 하지만 그만큼 회사는 이제 투자 성과를 더 빠르게 증명해야 한다. 투자자들이 확인할 핵심 지표는 AI 클라우드 매출 성장률뿐 아니라 다음과 같다.
- AI 인프라 투자 대비 실제 수익성과 현금흐름
- 회사가 제시한 약 3년 손익분기점 전망의 달성 여부
- 신규 주식 발행에 따른 주당이익과 기존 주주가치의 변화
- 향후 추가 증자 없이 투자 계획을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
- 비공개 사전 마케팅과 거래 제한 절차가 시장 참여자에게 일관되게 적용됐는지 여부
결국 이번 발행은 알리바바가 AI 기업으로 전환할 자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는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8.4% 할인과 주가 급락은 시장이 그 성공의 대가를 가볍게 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기관 수요가 컸다는 점은 AI 성장 기대를 뒷받침하지만, 기존 주주가 감수한 희석을 정당화하려면 알리바바는 이제 투자금이 실제 이익으로 이어진다는 증거를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