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무부(DOJ)가 안드레essen 호로위츠(a16z)를 거의 1년째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쟁점은 벤처캐피털의 단순한 투자 활동이 아니다. a16z의 공동창업자 벤 호로위츠가 데이터브릭스(Databricks) 이사로, 파트너 마틴 카사도가 피브트랜(Fivetran) 이사로 각각 참여하고 있는 구조가 경쟁사 간 ‘이사회 겸직’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도된 조사에는 아직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으며, 무혐의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1 11
DOJ가 문제 삼는 법 조항은 무엇인가
클레이턴 반독점법(Clayton Antitrust Act) 제8조는 경쟁 관계에 있는 두 기업의 이사 또는 임원을 같은 사람이 동시에 맡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일부 예외는 있지만, 미국 법무부는 이런 ‘인터로킹 디렉터레이트(interlocking directorates)’를 그 자체로 성립할 수 있는 위반, 즉 per se 위반으로 본다. 실제 가격 담합이나 정보 유출,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먼저 입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1 7 9
통상적인 사례라면 한 사람이 두 경쟁사의 이사회에 동시에 앉는 경우다. 그러나 이번 사안에서 법무부가 검토하는 것으로 보이는 쟁점은 더 넓다. 서로 다른 a16z 파트너가 각기 다른 회사의 이사로 활동하더라도, 이들이 a16z의 대리인 또는 ‘분신’으로 기능한다면 하나의 투자회사가 경쟁사 양쪽에 이사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다. 이른바 ‘대리인 파견(deputization)’ 이론에 가까운 접근이다. 1 12
데이터브릭스와 피브트랜은 어떻게 경쟁하게 됐나
피브트랜의 핵심 사업은 관리형 데이터 수집·통합이다. 기업용 애플리케이션과 데이터베이스에 연결되는 커넥터를 통해 데이터를 고객의 데이터 플랫폼으로 자동 이동시키는 서비스다.
데이터브릭스는 전통적으로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저장·분석 플랫폼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Lakeflow 플랫폼을 확장했다. 특히 Lakeflow Connect는 100개가 넘는 기업용 데이터 소스에서 데이터를 가져오는 기능을 제공하며, 데이터 커넥터와 파이프라인이라는 피브트랜의 핵심 사업 영역에 직접 들어왔다. 6
두 회사가 a16z의 초기 투자 시점부터 경쟁사였던 것은 아니라는 점도 이번 사안을 복잡하게 만든다. 스타트업은 성장하면서 인접 시장으로 진출하고, 투자 당시에는 겹치지 않던 포트폴리오 기업들이 나중에 경쟁자가 될 수 있다. 이번 조사는 바로 이 ‘시장 변화에 따른 사후적 충돌’을 벤처캐피털이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시험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 3 13 17
왜 벤처캐피털 업계는 놀랐나
벤처캐피털이 여러 기업에 투자하고, 각 투자 파트너가 포트폴리오 기업의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은 업계에서 흔한 관행이다. 이사회 자리는 투자자가 제품 전략, 채용, 영업, 자금 조달 등에서 창업자를 돕는 통로로 여겨진다.
문제는 포트폴리오 기업 간 경쟁이 투자 이후에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가 특히 당황하는 이유는 한 명의 개인이 두 자리를 겸직한 전형적인 사건이 아니라, 같은 벤처캐피털 소속의 서로 다른 파트너들이 경쟁 기업의 이사회에 각각 참여한 경우에도 제8조를 적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이미 거의 1년 동안 진행됐다. 1 12
단순한 경쟁사 투자와 이사회 참여는 어떻게 다른가
경쟁 관계에 있는 두 스타트업의 지분을 보유하는 것과 이사회 자리를 갖는 것은 다르다. 소수 지분의 수동적 투자는 그 자체로 경영 권한이나 경쟁사의 비공개 전략에 대한 정기적 접근을 보장하지 않는다.
반면 이사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민감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
- 제품 출시 일정과 기술 로드맵
- 가격 정책과 영업 전략
- 잠재 고객 및 주요 거래 논의
- 자금 조달 계획
- 인수·제휴 등 전략적 의사결정
이사는 회사에 대한 신인의무도 부담한다. 따라서 같은 투자회사의 파트너들이 경쟁사 이사회에 나뉘어 참여하면, 정보가 실제로 오갔는지와 별개로 이해상충과 경쟁 제한의 위험이 커진다. 제8조가 일반적인 소수 지분 보유가 아니라 동시 이사·임원직을 겨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7 9
어떤 해결책이 가능한가
가장 분명한 해결책은 두 이사 중 한 명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또는 a16z가 해당 이사를 추천하거나 임명할 권리를 포기할 수 있다. 법무부는 과거에도 이사 사임이나 이사 지명권 포기를 통해 제8조 관련 우려를 해소한 사례가 있다. 8 10
실무적으로는 정보 차단 장치도 고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투자 심사팀을 분리하고, 양사의 이사회 자료와 회의 내용을 공유하지 않으며, 이해관계가 있는 논의에서 공식적으로 제척하고, 접근 권한과 제척 절차를 문서화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른바 ‘차이니즈 월(Chinese wall)’만으로 법적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DOJ가 두 파트너를 a16z를 대표하는 대리인으로 판단한다면, 핵심 쟁점은 정보가 실제로 벽을 넘어갔는지가 아니라 경쟁사 간 이사회 연결 자체가 존재하는지 여부가 될 수 있다. 7 9
이번 조사가 벤처투자에 남길 수 있는 선례
법무부가 이 이론을 바탕으로 소송이나 합의에 나서면 벤처캐피털은 포트폴리오 전반의 경쟁 관계를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할 수 있다. 투자 당시에는 경쟁하지 않던 기업들이 사업 영역을 넓혀 서로 맞붙는 순간, 이사회 권리를 축소하거나 투자회사 파트너 대신 독립 이사를 선임하고, 경우에 따라 이사회 자리를 반납해야 할 가능성도 생긴다.
이는 창업자가 투자자의 이사회 참여를 바라보는 방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사회 자리가 단순한 투자 조건이 아니라 장기적인 운영 지원의 약속으로 평가돼 왔지만, 다른 포트폴리오 기업과 경쟁이 시작되면 투자자가 해당 자리를 유지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영향은 현재 조사에서 확정된 결과가 아니라, 향후 집행 또는 합의가 이뤄질 경우 예상되는 파급효과다. 이번 사안의 본질은 ‘경쟁사에 투자했는가’보다 ‘하나의 벤처캐피털이 서로 다른 파트너를 통해 경쟁사 양쪽의 이사회에 연결돼 있는가’에 있다. 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