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파리 회담은 위기 외교와 경제 협상이 결합된 자리가 될 전망이다. 양국 정상은 중동의 안정과 에너지 안보를 논의하는 한편, 보건·교통·에너지 분야의 협정 서명도 지켜볼 예정이다. 1246
가장 시급한 현안은 사실상 마비된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 운송이다. 선박 공격과 이란의 일부 선박 통과 제한 제안 이후 이 수로를 지나는 선박 운항이 급격히 줄면서, 걸프 지역 산유국과 국제 수입업체들은 특정 해상 병목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방법을 찾고 있다.
왜 호르무즈 해협 우회가 급해졌나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의 에너지 수출을 세계 시장으로 내보내는 핵심 통로다. 이곳의 운항이 위험하거나 불확실해지면 단순히 다른 항구를 선택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대체 경로에는 충분한 송유관·항만·유조선·철도·보험 capacity가 필요하고, 해당 경로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파리 회담의 현실적인 목표는 호르무즈를 빠르게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공급망의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데 있을 가능성이 크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미 동서 송유관을 통해 원유를 홍해 연안의 얀부로 보내 호르무즈를 우회하고 있다. 14 다만 현재의 대체 수단만으로는 운항이 크게 줄어든 호르무즈 해협의 물량을 단기간에 모두 대체할 수 없다.
거론되는 세 가지 대체 경로
프랑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정상회담에서 에너지와 물류 경로를 다변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해상 운송로, 송유관 사업, 역내 철도망이 포함된다. 111
1. 페르시아만 밖 오만 항만
오만의 아라비아해 연안 항만을 더 많이 활용하면 페르시아만 밖으로 화물을 내보낼 수 있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오만은 호르무즈 해협 자체의 항행 체계와 관련한 논의에도 관여하고 있다. 818
다만 오만 항만의 활용 확대가 곧바로 대규모 에너지 수출을 흡수한다는 뜻은 아니다. 항만 처리 능력, 연결 운송망, 선박 확보, 보험료와 안전 보장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2. 송유관과 수출 터미널 증설
사우디아라비아 또는 역내 국가 간 송유관 능력을 확대해 원유를 홍해·지중해 등 서쪽의 수출 터미널로 보내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사우디의 동서 송유관과 얀부 항만은 서쪽 수출 인프라의 전략적 가치를 이미 보여주고 있다. 114
그러나 현재 공개된 보도만으로는 새로운 증설 사업이 최종 승인됐다고 볼 수 없다. 구체적인 사업 목록과 투자 규모 역시 확정되지 않았다.
3. 중동-유럽 철도·물류 회랑
새로 건설하거나 기존 철도망을 개선해 걸프와 중동의 생산 거점을 더 서쪽의 항만 및 유럽 시장과 연결하는 구상도 거론된다. 111
이런 사업은 여러 국가의 국경을 통과할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 간 조정, 장기 금융, 운영 기준, 보안 보장이 필수다. 철도망이 완성되더라도 원유·가스·컨테이너 화물을 실제로 처리할 터미널과 배후 물류시설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현재 보도는 이들 방안을 ‘검토 중인 선택지’로 설명할 뿐, 호르무즈를 대체할 확정 네트워크로 제시하지 않는다. 최종 사업 목록, 금융 약정, 참여할 프랑스 기업, 착공 일정은 확인되지 않았다. 111
프랑스와 사우디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번 방문에서는 양국 관계를 보다 공식적인 전략 틀로 묶는 프랑스-사우디 전략파트너십위원회가 처음으로 열린다. 2714
양국의 관련 태스크포스는 중동과 유럽을 잇는 에너지·물류 연결망을 검토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무적으로는 여러 아이디어를 전략적 중요성과 상업적 실행 가능성을 기준으로 추려내는 과정이 될 수 있다.
프랑스의 역할은 단순히 장비를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사업이 논의 단계를 넘어선다면 프랑스 기업들이 엔지니어링, 항만, 철도, 에너지, 물류 분야에 참여할 여지가 있다. 다만 현재 보도는 향후 상업적 참여 가능성을 뒷받침할 뿐, 특정 기업에 계약이 이미 발주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호르무즈를 우회해도 위험은 사라지지 않는다
대체 경로의 가장 큰 제약은 우회로에도 또 다른 병목이 있다는 점이다. 얀부를 통해 서쪽으로 이동한 사우디 원유는 결국 홍해와 홍해 남쪽 관문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주변의 위험에 노출된다.
예멘의 후티 세력은 사우디의 해상 운송로를 봉쇄하겠다고 위협해 왔고, 선박 공격으로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공격 우려가 커지면서 사우디의 홍해 원유 수송 유조선들은 선박 식별 신호를 끄는 경우가 늘어 운항 상황을 추적하기도 어려워졌다.
이는 복잡한 전략적 계산을 낳는다. 원유를 서쪽으로 보내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직접 의존도는 낮아지지만, 그만큼 더 많은 물량이 또 다른 분쟁 수로에 집중될 수 있다. 진정한 대체 경로가 되려면 군사적·정치적·상업적 압박 속에서도 충분한 처리 능력과 안정적인 운항을 유지해야 한다.
이란의 압박과 외교적 배경
이란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과의 대립에서 해상 운송로, 무역로, 에너지 인프라를 압박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로이터가 인용한 걸프 지역 관계자와 분석가들은 테헤란이 호르무즈를 둘러싼 압박으로 분쟁 지속 비용을 높이고, 미국이 새로운 해협 운영 질서에 동의하도록 압박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이란은 미국의 추가 행동이 발생하면 걸프 국가의 석유·전력·담수 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미국의 경제전에 참여하지 말라고 각국에 경고하는 한편, 미국이 예고한 경제적 압박은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이란 당국은 오만과의 호르무즈 항행 협의가 최종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 측은 이러한 합의가 안전한 항행을 반드시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도 경고했다.
서로 충돌하는 신호 속에서 파리 회담은 인프라 개발 논의이자 외교 실패에 대비한 위험 분산 전략이 된다. 프랑스와 사우디가 새로운 회랑을 논의할 수는 있지만, 선박과 송유관, 국경 간 철도가 안정적으로 작동할지는 지역 긴장이 실제로 완화되는지에 달려 있다.
이번 방문에서 나올 가능성이 큰 결과
이번 방문이 즉시 새로운 에너지 회랑을 출범시키기보다는 정치적 방향 제시, 양국 협정, 전략 사업을 평가하는 실무 절차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두 정상은 파리에서 열리는 e스포츠 월드컵 폐막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 행사는 에너지와 지역 안보라는 무거운 의제와 함께 양국 관계의 문화·상업적 측면도 보여준다. 346
결국 핵심 질문은 걸프 산유국들이 호르무즈를 우회할 경로를 하나라도 찾을 수 있느냐가 아니다. 부분적인 우회로는 이미 존재한다. 진짜 관건은 이 경로들을 충분한 규모로 확대하고, 자금을 조달하며, 군사적 위협 속에서도 보호할 수 있느냐에 있다.
현재까지 확인되는 방향은 ‘대체’가 아니라 ‘다변화’다. 호르무즈 해협은 여전히 중심축이고, 오만은 외교와 물류 양쪽의 해법에 포함돼 있다. 사우디 송유관은 서쪽으로 향하는 기존 출구를 제공하지만, 홍해의 불안정성은 한 병목을 피하는 순간 다른 병목에 부딪힐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