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야권의 마테오 렌치 전 총리와 엘리 슐라인 민주당 대표는 이 상황을 비판하고 있다. 렌치는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탈리아를 보호할 대책으로 내세운 강경한 EU 협약이 오히려 북부 유럽 국가들이 난민 신청자를 이탈리아로 돌려보내는 통로가 됐다며 “대단한 자책골”이라고 주장했다. 슐라인 역시 이를 “부메랑”이라고 표현했다. BR
비판의 요지는 분명하다. 이탈리아는 지중해를 건너 EU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주요 도착국 가운데 하나인데, 협약의 책임 규정이 엄격하게 적용되면 이탈리아는 도착 단계의 부담뿐 아니라 다른 회원국으로 이동한 신청자까지 다시 받아야 할 수 있다.
멜로니 총리는 이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사이의 솅겐 협정 관련 갈등과 EU 난민 협약은 별개의 사안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협약이 최전선 국가에 더 명확한 책임 규정, 신속한 심사와 송환, EU 차원의 연대를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도 새 체계의 목적이 이주 압박을 받는 어느 회원국도 홀로 남겨두지 않는 데 있다고 설명한다. HH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충돌은 모로코에서 스페인의 북아프리카 영토인 세우타로 대규모 인원이 몰려든 사건을 계기로 격화됐다. 스페인 내무장관은 7월 30~31일 약 7만 2,000명이 세우타에 들어왔고, 이후 약 7만 명이 모로코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B
이탈리아는 이에 대응해 스페인발 이동에 대해 한 달간 국경 통제를 도입했다. 스페인도 이탈리아에서 들어오는 항공·해상 이동에 대한 통제를 한 달간 시행했다. 다만 이 조치는 양국 간 상호 국경 확인을 강화한 것이지, 양국이 솅겐 지역의 자유 이동 원칙을 영구적으로 폐기한 것은 아니다. RB
8월 8일 이후 이탈리아에서 도착한 여행객 5,000명 이상이 스페인에서 제지됐다는 보도는 스페인 정부의 공식 통계가 확인되기 전까지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현재 더 강하게 뒷받침되는 내용은 양국이 한 달간 상호 통제를 시행했다는 사실이며, 해당 누적 인원 수 자체는 확정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B
이번 사태의 모순은 실제로 존재한다. 국내에서는 새 협약이 국경 통제력을 회복하고 이탈리아의 부담을 줄이는 수단으로 홍보됐지만, 책임 규정만 먼저 작동하면 이탈리아를 거쳐 다른 나라로 이동한 난민 신청자를 이탈리아가 다시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늘어날 수 있다.
그렇다고 협약 전체가 ‘첫 입국국으로 돌려보내기’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효과는 회원국 간 재배치와 재정 지원, EU 외부 국경 관리, 신속한 심사와 송환이 약속된 규모로 작동하는지에 달려 있다. 연대 조치가 충분히 이행되지 않는다면 이탈리아 같은 주요 도착국의 부담은 커질 수 있고, 반대로 연대와 지원이 함께 작동한다면 새 체계가 책임을 보다 예측 가능하게 나누는 장치가 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