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스클로도프스카-퀴리 액션(Marie Skłodowska-Curie Actions·MSCA)은 연구자가 해외에서 일할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MSCA는 단순한 국제 펠로십을 넘어 국가·학문·산업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연구 커리어의 기반으로 자리 잡았다.
1996년 ‘마리 퀴리 액션’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이 프로그램은 연구자의 이동성, 훈련과 경력 개발을 지원했다. 2014년 유럽연합의 연구·혁신 프레임워크인 호라이즌 2020 출범과 함께 현재의 MSCA로 이름을 바꿨다.
현재 MSCA는 유럽연합의 박사교육 및 박사후 연구 훈련 대표 프로그램으로, 모든 학문 분야와 부문의 연구자를 대상으로 한다. 창설 이후 15만 명이 넘는 연구자를 지원했으며, 여기에는 노벨상 수상자 23명도 포함된다.
해외 연수가 커리어 인프라가 되다
초기의 핵심은 비교적 분명했다. 연구자가 다른 나라에서 일하며 경험을 쌓고, 과학적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MSCA는 이동 자체보다 이동이 만들어내는 장기적인 효과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프로그램의 범위에는 연구 훈련, 역량 개발, 국제 이동성, 경력 발전이 함께 포함된다. 개인 펠로십뿐 아니라 박사 네트워크와 연구자·직원 교류 프로그램도 운영해 대학과 기업 등 비학술 기관을 연결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MSCA가 국가, 학문 분야와 부문 사이의 이동을 지원하며 지식 이전과 혁신을 이 모델의 핵심에 둔다고 설명한다.
호라이즌 유럽 아래에서 MSCA의 2021~2027년 예산은 66억 유로다. 이는 연구자 양성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를 보여준다. 전문적인 연구 역량은 여전히 중심이지만, 대학 밖에서도 지식을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직무 역량, 전문 네트워크와 부문 간 경험 역시 중요한 성과로 간주되는 것이다.
지원금이 끝나도 이어지는 글로벌 공동체
펠로십은 일정 기간의 연구비를 제공하지만, 네트워크는 연구자의 경력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마리 퀴리 동문회(Marie Curie Alumni Association·MCAA)는 연구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도 MSCA 참여자들의 연결을 이어가는 조직이다. 현재 전 세계에 41개 지역 챕터를 두고 있다. ![]()
이 네트워크는 MSCA에 지속적인 국제성을 더한다. 동문들은 서로 다른 국가와 분야에서 일하는 동료들과 관계를 유지하고, 기회를 공유하며, 연구와 혁신을 둘러싼 논의에도 참여할 수 있다. MSCA가 개별 연구비의 집합을 넘어 국제적·융합적 연구 경험을 공유하는 연구자 공동체가 된 배경이다.
물론 모든 MSCA 참여자가 같은 길을 걷는 것은 아니다. 이 프로그램이 산업계 진출, 창업 또는 공공 부문 임용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MSCA의 더 큰 기여는 연구 성공의 기준을 하나의 대학이나 직업 경로에 가두지 않고, 다양한 진로를 현실적이고 신뢰할 만한 선택지로 보이게 했다는 데 있다.
연구자는 왜 여러 부문을 오가는가
오늘날 연구자는 대학 연구실에서만 일하지 않는다. 민간 부문의 혁신, 공중보건, 정책, 창업 현장을 오가면서도 연구 전문성을 이어갈 수 있다. 이런 이동은 과학적 방법과 근거가 새로운 현장과 독자에게 도달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MSCA는 연구 훈련과 협업, 역량 개발을 함께 설계해 이러한 부문 간 이동을 뒷받침한다. 특히 보건, 기술, 공공정책처럼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술적 언어와 제도적 현실을 모두 이해하는 인재가 필요하다.
따라서 학계 밖으로 이동하는 것은 연구를 그만두는 일과 같지 않다. 연구 방법론을 제품과 서비스, 근거 생산, 공공 의사결정과 실제 현장에 연결해 연구의 영향 범위를 넓히는 또 다른 방식일 수 있다.
오르넬라 바르디 박사가 보여준 비선형 경로
오르넬라 바르디 박사는 이처럼 확장된 연구자 모델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그는 인공지능을 의료, 특히 암 분야에 적용하는 산업형 MSCA 박사과정을 수행했으며, 여러 국가에서 연구를 진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