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초기 AI 랠리는 사실상 반도체 랠리에 가까웠다. 이후 투자자들이 서버 장비와 냉각, 광통신 등 공급망의 다른 층으로 이동하면서 수혜 범위가 넓어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전략가들은 하반기에는 AI 공급망의 리더십이 칩에서 인프라 전반으로 보다 고르게 확산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다만 이를 신흥시장 전반의 본격적인 다변화로 해석하기에는 이르다. 자금이 이동한 곳은 AI와 무관한 소비재·금융·산업재가 아니라 여전히 AI 인프라 공급망 안에 있는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반도체에서 서버 레일과 냉각 장비로 옮겨갔을 뿐, 투자 논리는 여전히 같은 AI 설비투자 사이클에 기대고 있다.
아시아가 이 흐름의 중심이 된 배경도 분명하다. 아시아는 MSCI 신흥시장 지수에서 약 82%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관련 제조 생태계는 중국·대만·한국에 집중돼 있다. 이는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투자에 대한 아시아의 수혜 가능성을 키우지만, 동시에 지역과 지수 구성의 쏠림도 심화시킨다.
달러 약세는 신흥시장 자산과 통화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 수 있다. 또한 AI 데이터센터가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전력망과 전기화 인프라 역시 새로운 투자 테마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그동안 시장의 관심을 덜 받았던 아시아 주식과 전력 관련 공급업체로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증거만으로 신흥시장 전체가 폭넓게 참여하는 랠리가 시작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서버 부품이나 냉각 업체는 TSMC,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방어적 대안이 아니다. 이들의 매출 역시 궁극적으로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에 의존한다. 따라서 AI 인프라 투자 둔화, 공급 정상화, 거시경제 충격, 지정학적 혼란이 발생하면 반도체·냉각·서버·광통신 업체가 동시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번 랠리가 진정으로 건강한 확산인지 판단하려면 기술 인프라 안에서 종목 수가 늘어나는지뿐 아니라, AI와 무관한 업종과 아시아 밖 신흥시장으로 상승세가 번지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지수의 22% 상승률이 시장 전체의 강세를 의미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뉴버거 버먼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초 대부분의 신흥시장 구성 종목과 비기술 업종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따라서 현재의 움직임은 ‘유령 랠리’처럼 보일 위험도 있다. 소수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됐던 상승세가 더 작은 AI 공급업체로 확장되고는 있지만, 그 자체만으로 아시아 중심의 집중된 AI 랠리가 광범위한 신흥시장 상승장으로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