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부는 1020년물과 2030년물 등 만기가 긴 명목 국채를 대상으로 유동성 지원 목적의 바이백 규모를 기존 회당 최대 20억 달러에서 최소 40억 달러로 두 배 이상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 조치는 9월 9일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다.
발표 직후에는 장기 금리가 하락하고 다음 날 아시아 증시가 반등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그러나 시장의 안도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바이백 규모가 인플레이션 우려와 정부 부채 증가, 민간 투자자가 떠안아야 할 국채 물량 등 채권시장에 누적된 구조적 부담을 해소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실제로 미국 국채 금리는 다시 상승했다. 10년물 금리는 목요일 거래에서 4.70%를 웃돌았고, 30년물 금리도 올랐다. 이는 바이백이 채권시장 유동성을 보완하는 조치일 수는 있지만, 재정과 물가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라는 시장의 판단을 반영했다.
국제유가도 증시에 부담을 더했다. 이란을 둘러싼 긴장이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외교적 협상이 빠른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주 초 브렌트유는 휴전 종료와 외교적 해결 기대 약화 속에 배럴당 91달러를 웃돌았다.
유가가 오르면 전체 소비자물가가 상승하고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줄어들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원재료와 운송 비용이 높아져 이익률이 압박받는다. 동시에 중앙은행은 물가가 다시 오를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므로 금리 인하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주식시장에는 특히 부담스러운 조합이다. 성장 전망은 약해질 수 있는데, 기업 이익에 적용되는 할인율은 높아지기 때문이다. 높은 밸류에이션을 유지해 온 인공지능·기술주에는 더욱 불리한 환경이다.
일본의 물가 지표도 채권시장 불안을 키웠다. 일본의 7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1.9%로 6월의 1.6%에서 높아졌다. 신선식품을 제외하고 에너지를 포함하는 근원물가 상승률은 1.8%였다.
별도로 발표된 도매물가 상승률은 7.2%에 달해 9월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관심을 이어갔다. BOJ가 통화정책을 덜 완화적으로 운영할 경우 일본 국내 금리도 높아질 수 있어, 글로벌 채권 금리 상승에 대응하던 일본 주식의 밸류에이션에는 추가 압력이 된다.
다만 이번 지표가 금리 인상을 확정한 것은 아니다. 근원물가는 여전히 BOJ의 2% 목표를 밑돌고 있으며, 실제 인상 시점과 폭은 앞으로 발표될 경제지표와 BOJ의 물가·경기 판단에 달려 있다.
단기적으로는 국채 금리와 유가가 안정될 수 있는지가 핵심이었다. 투자자들은 다음 세 가지 이벤트를 주시했다.
결국 8월 21일 아시아 증시의 하락 출발은 단일 악재보다 여러 자산시장의 신호가 동시에 맞물린 결과였다. 채권시장은 장기 자금 조달 비용 상승을 알렸고, 유가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되살렸으며, 주식시장은 높은 밸류에이션을 계속 정당화해야 했다.
미 국채 금리가 안정되고 이란 관련 에너지 위험이 완화되거나 물가 지표가 시장을 안심시킨다면 증시는 반등할 수 있다. 반대로 금리와 유가가 동시에 더 오르면 일본·한국 등 기술주 비중이 높은 시장은 당분간 외부 변수에 민감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