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미국 국토안보부(DHS)의 2027 회계연도 예산안에는 ICE 현장 요원이 사용할 수 있는 실시간 생체인식 기능의 스마트 안경 운용 시제품 개발비 750만 달러가 포함됐다. 이 사업은 아직 개발·예산안 단계이며, 실제 소비자용 기기가 이미 해당 시스템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기에는 정책적 긴장이 드러난다. 개인이 가져온 소비자 기기는 기록 관리와 보관·전송 통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금지하면서, 정부가 통제하는 생체인식 장비는 별도로 개발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 발급 안면인식 안경 역시 정확도, 감독, 데이터 보관 기간, 현장에서 식별되는 사람들의 권리와 관련한 별도의 시민권 문제를 낳을 수 있다.
독일에서는 디지털 권리단체 하트에이드(HateAid)가 2026년 8월 12일 메타와 레이밴·오클리 관련 법인, 그리고 독일 내 판매업체들을 상대로 형사 고발을 제기했다. 하트에이드는 일반 안경과 구별하기 어려운 외형을 갖추면서 몰래 촬영할 수 있는 스마트 안경의 판매가, 일상용품으로 위장해 사람을 알아채지 못하게 촬영하도록 설계된 기기의 유통을 제한하는 독일 법규와 충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트에이드는 특히 ‘웨이페어러 2세대(Wayfarer Gen 2)’ 모델의 판매 금지와, 당사자가 모르게 촬영되는 일을 막는 ‘안전 설계(Safety by Design)’ 의무화를 요구했다.
형사 고발은 수사와 판단을 요청하는 절차다. 유죄 판결이나 최종적인 판매 금지를 뜻하지 않는다. 독일 사례의 의미는 개별 사용자의 촬영 행위만이 아니라 제품의 판매와 설계 자체를 법적으로 문제 삼았다는 데 있다.
메타는 이에 반박했다. 해당 안경이 2022년 독일 규제기관의 승인을 받았고, 스마트폰보다 더 강한 수준의 사생활 보호 장치를 처음부터 설계에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결국 쟁점은 녹화 표시등 같은 장치와 기타 보호 기능이 충분한지다. 카메라가 일반 안경처럼 보이는 물건에 들어간 상황에서도, 주변 사람이 촬영 사실을 실질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느냐가 법적 판단의 핵심이 될 수 있다.
논란은 메타의 안경 앱에서 안면인식 관련 코드가 발견됐다는 보도와, 사람을 식별하거나 장면을 해석할 수 있는 스마트 카메라 특허가 공개되면서 더 커졌다. 특허는 기업이 고려한 기술 설계를 보여주는 자료이지, 해당 기능이 현재 판매 중인 소비자 제품에서 작동한다는 증거는 아니다.
전자프런티어재단(EFF)은 정적 분석을 통해 관련 안면인식 코드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밝혔고, 이후 메타가 공개적인 비판을 받은 뒤 후속 앱 업데이트에서 활성화되지 않았던 안면인식 코드를 제거했다고 전했다.
비판론자들이 이 문제를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단순한 촬영과 자동 식별 사이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촬영은 영상 기록을 남기지만, 식별 기술은 그 기록을 이름·프로필·기타 개인정보와 연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디지털 권리단체들은 논란을 ‘몰래 사진을 찍는 문제’뿐 아니라 감시와 공공장소에서의 실질적 익명성에 관한 문제로 본다.
논란이 커지는 동안 메타의 스마트 안경 사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레이밴과 오클리 제품을 만드는 에실로룩소티카는 2025년에 AI 안경을 700만 대 이상 판매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3년과 2024년의 합산 판매량 약 200만 대보다 세 배 이상 많은 수치다.
기기 수가 늘어나면 악의적이거나 부주의한 사용의 비율이 낮더라도 영향을 받는 사람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카메라가 달린 안경이 더 이상 특수한 장치가 아니게 되면, 영화관·식당·직장·거리에서 마주치는 평범한 안경도 촬영 중일 수 있다고 사람들이 항상 가정해야 하는지가 새로운 사회적 질문이 된다.
영국, 미국, 독일의 대응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공통된 설계 문제를 가리킨다. 기관과 시설은 촬영이 제한되는 공간, 기밀 정보가 보호되는 업무 환경, 사람들이 개별적으로 식별되지 않고 공공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영역을 유지하려 한다. 하지만 스마트 안경은 카메라를 착용자의 움직임과 시선에 결합하고, 외형상 일반 안경과 구별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 현재의 대응은 포괄적인 국제 규제보다 실용적인 제한에 가깝다. 입구에서 안경을 벗게 하거나, 직장에서는 녹화 장치로 분류하거나, 비밀 촬영 장비를 겨냥한 법률로 판매 자체를 문제 삼는 방식이다.
앞으로의 판단은 착용자가 책임감 있게 행동하겠다는 약속만으로 결정되기 어렵다. 촬영 사실을 실제로 알아차릴 수 있게 하는 표시, 촬영 영상의 식별·재유통을 제한하는 장치, 주변 사람에게 실질적인 보호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되는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