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개별 사건의 의도가 불분명하더라도 반복되는 침범이 전략적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은 별개의 문제다. 러시아는 이를 통해 나토의 탐지 범위와 대응 속도, 교전 승인 절차, 동맹국 간 정보 공유를 관찰할 수 있다. 동시에 방공 부대의 피로와 정치권의 판단 부담을 키우고, 나토 국경 가까이에서 위험한 행동을 ‘새로운 일상’으로 만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서방 당국과 전문가들이 말하는 ‘회색지대’ 또는 하이브리드 위협은 전면전과 단순 사고 사이의 중간 영역을 가리킨다. 상대가 명확한 공격 의도를 부인할 여지를 남긴 채 방공망을 시험하고 비용을 부과하며 정치적 결의를 흔드는 방식이다.
비슷한 러시아 드론 관련 사건은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에서도 확인되거나 의심 사례로 보고됐다. 몰도바에서도 드론이 발견됐다. 나토는 8월 12일 북대서양이사회에서 폴란드와 루마니아의 최근 영공 침범 및 관련 드론 사건을 논의하고, 두 동맹국에 대한 연대와 지원을 재확인했다. 나토는 영공 침범에 대한 책임이 러시아에 있으며, 이런 행위가 위험하고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루마니아가 우크라이나와 맞닿은 나토의 남동부 전선에 있기 때문에 사건이 집중되는 측면이 있더라도, 위협의 성격은 특정 국가 하나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러시아의 드론 공격 역량과 발사 체계가 확대되면 폴란드·발트해 국가 등 나토 동부전선 전반의 경계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샤헤드 또는 게란 계열로 불리는 대량생산형 공격 드론의 가격은 대당 약 2만~5만 달러로 추정된다. 반면 이를 요격하기 위해 전투기를 출격시키고 공대공 미사일을 사용하면 방어 측이 훨씬 큰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 모든 요격에 성공하더라도 미사일 재고와 군사 예산이 먼저 소진될 수 있는 구조다.
따라서 대응은 전투기 초계만 늘리는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루마니아가 도입한 메롭스(Merops)와 같은 저비용 요격체는 대량의 저가 드론을 상대할 때 비용 부담을 낮추는 선택지로 거론된다. 대량 조달 시 요격 1회 비용이 약 3,000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다만 공개 자료에는 메롭스의 가격에 관한 다른 추정치도 있어, 실제 비용은 계약 규모와 운용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위성사진과 유출 자료를 토대로 한 보도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인근에 드론 발사기지 약 10곳을 건설하거나 개량했고, 59개의 발사 레일을 설치했다고 전했다. 발사 레일은 고정익 드론을 이륙시키는 기계식 가이드 장치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러시아가 나토 국경 가까이에서 더 많은 장거리 드론을 운용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기지의 존재만으로 나토에 대한 임박한 공격 계획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당장 주된 용도가 우크라이나 공격 확대일 가능성과, 향후 나토 영토에 대한 잠재적 접근성이 커지는 문제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
나토는 2026년 7월 향후 5년간 대드론 역량에 4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2027년 말까지 드론 운용 인력을 현재의 5배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나토가 시험하고 호환성을 확인한 대드론 체계를 신속하게 구매할 수 있는 공동 시장도 추진하기로 했다.
실효성 있는 방어는 여러 층을 결합해야 한다. 지속적인 레이더·센서 감시, 전자전, 저비용 요격 드론, 고성능 위협을 맡는 전통적 방공 체계, 동맹국 간 공통 교전 규칙, 국경을 넘는 신속한 정보 공유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어느 한 체계만으로는 저공·저속·대량 드론을 안정적으로 막기 어렵다.
결국 2026년의 급증세가 보여주는 것은 러시아가 당장 루마니아나 다른 나토 회원국에 재래식 공격을 개시했다는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저렴하고 반복 가능하며 의도를 모호하게 유지할 수 있는 드론 활동이 나토의 탐지·판단·요격 체계를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점이다. 루마니아의 23건 영공 침범은 그 압박이 이미 일회성 사건의 수준을 넘어, 나토 동부전선의 상시 안보 과제가 됐음을 보여주는 지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