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백은 거래가 뜸한 기존 국채를 시장에서 거둬들여 유동성을 개선할 수 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정부 차입 규모, 향후 국채 공급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없애지는 못한다.
채권시장 안도감이 오래가지 못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 30년물 국채금리는 발표 뒤 5.1765%까지 떨어졌다가 이후 5.247%로 다시 상승했다. 투자자들이 바이백 프로그램이 장기적인 시장 지지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결국 바이백은 시장 기능을 일시적으로 매끄럽게 만들 수는 있어도 장기 차입비용을 결정하는 수급 구조 자체를 바꾸지는 못한다. 재무부 조치 이후에도 주식시장이 취약했던 이유다.
이번 약세는 미국 기술주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유럽 증시도 위험 회피 분위기 속에서 하락했고, 아시아 주요 시장 역시 유가 상승과 글로벌 채권시장 불안이 이어지면서 주간 하락세를 향하고 있었다.
이처럼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약세가 나타난다는 점은 단순한 업종 순환보다 거시경제 전반의 재평가에 가깝다는 신호다. 금리 상승은 전 세계의 자금 조달비용을 높이고, 원유 수입국에는 무역수지와 소비, 기업 수익성에 부담을 준다.
통화 움직임도 전형적인 ‘안전자산 선호’로만 해석하기 어렵다. 미 재무부 발표 이후 달러지수는 0.84% 하락한 98.80을 기록했고, 유로화는 0.88% 올라 1.1676달러가 됐다. 채권시장 불안이 완화되자 비트코인도 위험자산 반등과 함께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와 달러로 무조건 이동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재정 및 인플레이션 위험까지 함께 가격에 반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유가 충격이 광범위한 인플레이션 기대를 자극한다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단기적인 완화 전환은 더욱 어려워진다. 로이터에 따르면 연준 일부 정책위원들은 7월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검토할 준비가 돼 있었으며, 7월 헤드라인 및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은 모두 3%를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연준은 난처한 선택에 놓였다. 유가 충격에 너무 빠르게 대응하면 인플레이션 기대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 반대로 성장세가 약해지는 가운데 긴축적인 정책을 유지하면 가계와 기업, 주식 밸류에이션에 가해지는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운송 차질이 이어지는 동안 시장이 가장 가능성 높게 반영하는 시나리오는 즉각적인 금리 인상이라기보다 변동성 확대와 장기 금리의 ‘더 오래, 더 높게’ 유지되는 흐름이다. 금리 인하가 임박했다는 확신이 약해지는 셈이다.
향후 매도세가 깊어질지 안정을 찾을지는 다음 세 가지 변수에 달려 있다.
시장은 단순히 유가 상승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다. 에너지 공급 차질, 인플레이션, 정부 부채, 고평가 성장주의 상호작용을 다시 계산하고 있다. 따라서 장기 금리가 계속 오르면 기업 실적이 양호하다는 사실만으로 이전의 상승세를 되살리기 어려울 수 있다.
글로벌 증시가 지속 가능한 회복세로 돌아서려면 적어도 세 가지 변화 중 하나가 필요하다. 호르무즈 해협의 운송을 정상화할 신뢰할 만한 긴장 완화, 유가 충격을 상쇄할 정도의 기저 인플레이션 둔화, 또는 주요 AI 수혜 기업을 중심으로 한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실적이다.
그 전까지는 유가와 장기 국채금리가 모두 높은 상태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주식시장이 지정학적 뉴스와 물가 지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장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