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산 원유는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걸프 밖으로 나가고 있다. 이라크산 바스라 원유 매입은 해협을 통과하는 물량이 완전히 끊긴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항로는 안보 위협, 보험 제약, 유조선 부족에 계속 노출돼 있다.
이라크 남부의 수출항은 해협이 사실상 이용 불가능해질 경우 대체 경로가 거의 없다. CNBC가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의 생산량은 2월 하루 420만 배럴에서 6월 약 190만 배럴로 줄었다.
따라서 이라크산 바스라 원유는 즉시 인도 화물로서는 매력적이지만, 중단된 역내 공급을 완전히 대체할 안정적인 공급원으로 보기는 어렵다. 유정에서 원유가 생산되고 있더라도 정해진 일정에 맞춰 선적·보험·운송이 이뤄지지 않으면 시장에서 실제로 이용 가능한 화물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원유 도착 물량은 6월 거의 10년 만의 최저치까지 떨어진 뒤 7월 반등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7월 중국의 원유 도착량은 하루 841만 배럴로, 6월의 712만 배럴보다 늘었다. 하지만 전년 7월과 비교하면 여전히 24.3% 낮은 수준이다.
아시아 전체의 원유 및 석유제품 수입량도 7월 하루 2,282만 배럴로, 분쟁 시작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시작되기 전 3개월 평균인 하루 2,689만 배럴보다 약 15% 적었다.
즉, 7월 반등은 일부 항로가 다시 열리고 중국 정유사들이 러시아 등 중동 이외의 공급처와 현물시장을 활용했다는 뜻에 가깝다. 기존 걸프 원유 거래망이 복구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7월 걸프 국가들의 원유 및 콘덴세이트 수출량도 분쟁 이전보다 약 40% 낮았다.
선박 운항 데이터는 물류 제약의 규모를 보여준다. 로이터가 인용한 기간인 8월 첫째 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33척으로, 전주 같은 기간의 50척보다 줄었다. 이 기간 해협을 빠져나온 원유 운반선은 6척에 불과했다.
홍해에서는 또 다른 위험이 발생했다.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 이후 예멘 후티 반군의 위협이 커지면서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한 상품 운반선은 어느 일요일 11척으로 감소했다. 이는 수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었다고 로이터가 Kpler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제 정유사들이 화물을 평가할 때 고려하는 것은 원유 가격이나 품질만이 아니다. 해당 원유가 실제로 선적지를 빠져나올 수 있는지, 어떤 항로를 이용할지, 보험사와 선주가 그 항로를 받아들일지, 가격에 어느 정도의 지연 위험이 포함됐는지를 함께 따져야 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라크보다 선택지가 많다. 걸프에서 홍해의 얀부까지 원유를 운송할 수 있는 동서 송유관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기 운송 차질 당시 얀부의 수출량은 하루 약 200만 배럴에 육박했지만, 호르무즈를 통해 평소 선적하던 사우디 물량 전체를 대체하기에는 부족했다.
홍해로 나온 사우디 원유는 홍해와 수에즈 운하를 거쳐 아시아로 향할 수 있다. 다만 이 경로는 운용이 복잡하다. 만재한 초대형 유조선은 흘수가 깊어 수에즈 운하를 직접 통과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부 화물은 홍해의 아인 소크나에서 수메드 송유관으로 옮겨진 뒤 지중해의 시디 케리르에서 다시 선적된다.
홍해 우회로도 안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사우디산 원유를 싣고 아시아로 향하던 선박들이 홍해 주변의 공격과 위협 이후 항로를 되돌린 사례는 우회 수송 능력이 곧 안정적인 인도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우디 아람코는 또 호르무즈의 위험 구간을 벗어난 UAE 푸자이라 인근에서 선박 간 환적을 통해 아랍 미디엄과 아랍 헤비를 공급하는 방안도 아시아 정유사들과 논의했다. 생산자와 구매자가 하나의 정상 수출항로에 의존하기보다 화물별로 유연한 해법을 조합하고 있다는 의미다.
UAE 국영 석유회사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는 어퍼 자쿰, 움 룰루, 다스 원유를 현물 입찰 방식으로 반복 판매했다. 이 등급들은 걸프 지역에서 생산되지만, 입찰은 아시아 정유사들이 실제 공급 물량에 접근하는 동시에 선적·운송 위험을 어느 정도까지 감수할지 시험하는 장이 됐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ADNOC는 6월 아시아 정유사와 트레이딩 회사에 최소 3,000만 배럴의 현물 원유를 판매했고, 7월 말 입찰에서도 최소 1,200만 배럴을 추가로 판매했다.
현물 입찰은 구매자에게 선적 시점과 인도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주고, ADNOC에는 해상 운송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원유를 판매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이후 입찰에서는 UAE 내 저장시설에서 본선 인도(FOB)를 선택하거나 선박 간 환적을 활용하는 방식도 제시됐다.
ADNOC 화물 가격은 거래에 따라 프리미엄과 큰 할인 양쪽으로 나타났다. 일부 화물은 프리미엄에 거래됐지만, 공급자들이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경쟁한 입찰에서는 큰 폭의 할인도 보고됐다. 이는 ‘호르무즈 프리미엄’이 하나의 고정된 숫자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가격은 원유 등급, 선적지, 인도 조건, 시점, 항로와 화물의 안전성에 따라 달라진다.
중국 정유사들은 즉시 인도 방식의 사우디·이라크산 원유 매입, 비제재 중동산 대체 물량, 기회가 생길 때마다 진행되는 현물 입찰을 조합해 정유공장에 필요한 원유를 확보하고 있다. 중국의 7월 수입 반등은 일부 공급이 회복됐음을 보여주지만, 중국과 아시아 전체 수입량은 여전히 분쟁 이전 수준을 크게 밑돌았다.
걸프 원유는 여전히 아시아로 향하고 있다. 다만 공급망은 선택적인 호르무즈 통과, 사우디의 송유관·홍해 우회, 선박 간 환적, UAE의 반복적인 현물 입찰이 뒤섞인 더 비효율적이고 분절된 구조가 됐다.
선박 운항과 보험 접근성, 수출 항로가 정상화되기 전까지 중국 정유사들이 어떤 원유를 살지는 원유의 품질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것이다. 정해진 시점에 실제로 도착할 수 있는지, 즉 ‘운송 가능성’이 가장 중요한 가격 기준으로 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