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에너지기구(IEA)의 8월 평가에서는 세계 재고 감소 속도가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측정 가능한 세계 석유 재고는 7월 한 달 동안 6,900만 배럴 줄었고, 분쟁이 시작된 시점보다 약 4억1,000만 배럴 낮아졌다.
재고 감소가 곧바로 세계적인 원유 고갈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전략비축유 방출, 대체 공급자, 소비 감소, 우회 수송이 충격을 일부 완화할 수 있다. 그러나 재고 여유분이 얇아질수록 추가적인 운송 중단이나 생산시설 가동 중단, 주요 수출로 주변의 긴장 고조에 대응할 완충 공간도 줄어든다.
EIA는 중동 지역의 대부분 원유 생산이 2027년 초 전쟁 이전 평균에 가까운 수준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중동 생산량 가운데 약 하루 60만 배럴은 2027년 말까지 차질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운송로가 다시 열리는 것과 모든 생산시설이 즉시 정상 가동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의미다. 보안 위험, 인프라 손상, 물류 차질, 생산 재개를 위한 복잡한 조정 과정 때문에 일부 유전이나 수출 시스템은 정상화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EIA는 호르무즈 통항이 한 번에 정상화되기보다 점진적으로 회복된다고 가정한다. 이 때문에 2027년 유가가 하락하더라도 중동 지역의 공급 차질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수 있다.
IEA의 8월 석유시장보고서는 2026년 연간 수급 전망에서 더 큰 충격을 제시한다. 세계 석유 공급은 하루 430만 배럴 감소해 1억200만 배럴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미주 지역에서 하루 140만 배럴의 공급 증가가 나타나더라도 중동과 러시아의 감소분을 일부만 상쇄하는 데 그친다는 분석이다.
수요 감소를 감안해도 공급 부족은 상당하다. IEA는 올해 현재 분기에 하루 약 180만 배럴의 부족분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중동 산유국의 누적 공급 손실은 13억 배럴을 넘어섰으며, 3~5월 호르무즈 통과량은 하루 평균 270만 배럴로 분쟁 이전의 약 2,000만 배럴에서 급감했다고 밝혔다.
EIA와 IEA의 전망은 반드시 서로 모순되는 것은 아니다. EIA는 주어진 가정 아래 유가 경로와 생산 회복, 재고 변화를 강조한다. 반면 IEA는 현재 공급 부족의 규모와 연간 공급 감소폭에 더 큰 비중을 둔다. 두 기관의 전망에는 모델, 발표 시점, 운송과 생산이 회복되는 속도에 대한 가정 차이가 반영돼 있다.
다만 제공된 8월 평가 자료만으로는 IEA의 정유 처리량 전망이나 미국 디젤 재고에 관한 구체적인 수치를 확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해당 수치를 이번 비교의 확정적인 결론으로 제시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합법적이고 안전하게 운송되는 원유의 양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해양 위험정보업체 윈드워드(Windward)는 코흐에무바라크 정박지를 제재 회피와 선박 간 환적이 이뤄지는 거점으로 분석했다. 이곳에는 관련 활동을 하는 것으로 평가된 선박이 약 20척 있었고,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 제재 선박 8척이 확인됐다.
이는 해협 주변의 선박 운송 환경이 더 불투명해졌다는 신호다. 비공식적이거나 위험도가 높은 경로를 통해 일부 화물이 이동할 수 있지만, 이런 운항에는 제재 집행, 보험, 안전, 책임 소재, 긴장 고조와 관련한 위험이 추가된다.
따라서 선박 활동이 늘어났다고 해서 정상적인 원유 교역이 완전히 회복됐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시장이 주목해야 할 지표는 단순한 통항 선박 수가 아니라, 안정적이고 보험에 가입된 투명한 운송이 지속되고 있는지 여부다.
EIA의 8월 전망은 단기적인 공급 부족 이후 불완전한 회복을 가리킨다. 브렌트유는 2026년 평균 배럴당 약 86.81달러를 기록한 뒤 생산과 재고가 개선되면서 2027년 69.39달러로 낮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중동 원유 생산 중 약 하루 60만 배럴은 2027년 말까지 차질이 이어질 수 있다.
IEA의 수치는 당장의 위험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수요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공급 손실은 상당한 부족분을 만들고 있으며, 세계 재고도 이미 빠르게 감소했다.
결국 다음 단계의 핵심 변수는 생산이 재개되는지 여부만이 아니다. 호르무즈를 포함한 역내 주요 항로가 신뢰할 수 있고, 보험이 적용되며, 투명한 방식으로 회복될 수 있는지가 원유시장의 진정한 회복을 가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