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보다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조치를 내놓았다. 이사회는 40조원, 약 286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 뒤 전량 소각하기로 승인했다. 매입 기간은 2026년 8월 20일부터 11월 19일까지이며, 대상 주식은 최대 약 2,407만 주다. 이는 전체 발행주식의 약 3.3%에 해당한다.
자사주 소각은 회사가 사들인 주식을 없애는 방식이다. 전체 주식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다른 조건이 같다면 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의 상대적인 가치와 주당 지표를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결정이 현재 주가가 회사의 사업 경쟁력과 현금 창출 능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동시에 2025~2027년 누적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초과하는 금액을 주주에게 환원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주주환원 방식에는 자사주 매입·소각과 현금배당이 함께 포함될 수 있으며, 특별배당을 포함한 세부 규모와 방식은 3분기 실적 발표 때 추가로 공개될 가능성이 제시됐다.
두 회사 모두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2026년 상반기 기록적인 실적을 냈다. 삼성전자는 2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89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50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2분기 매출 79조3,187억원, 영업이익 60조5,426억원의 사상 최고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이익과 현금이 빠르게 쌓이자 투자자들의 요구도 커졌다. SK하이닉스의 순현금은 약 69조원으로 집계됐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AI 메모리 호황에 힘입어 현금성 자산이 크게 증가했다.
여기에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초과 현금 전액을 주주에게 돌려주겠다는 방침을 제시하면서 업계의 자본 배분 기준도 높아졌다. 양사의 투자자들은 막대한 현금을 설비투자에만 쌓아두기보다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으로 더 적극적으로 환원하라고 요구해왔다.
주주환원 계획은 시장에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8월 20일 SK하이닉스 주가는 12.73% 오른 169만1,000원에, 삼성전자 주가는 9.49% 상승한 27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89%, 381.41포인트 오른 6,852.58을 기록했다.
반등에는 몇 가지 요인이 함께 작용했다.
즉, 주주환원 발표만으로 시장이 움직인 것은 아니다. 금리가 내려가면 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할인율이 낮아져 성장주와 기술주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반도체주가 이미 큰 폭으로 조정을 받은 뒤 나왔다. SK하이닉스 주가는 6월 기록적인 고점에서 약 50% 하락했고, 투자자들은 AI 메모리 호황이 앞으로도 같은 속도로 이어질지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시장은 다음 변수를 주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주가 반등은 기업가치에 대한 재평가라기보다, 급락 이후 나온 대규모 자본환원에 대한 안도 랠리 성격이 강하다. 실제로 주주환원은 하방을 일부 지지할 수 있지만, AI 투자와 메모리 업황 자체가 약해질 경우 실적 전망까지 바꾸지는 못한다.
현재 확인된 사실과 기대를 나누어 보면 간단하다.
결국 SK하이닉스는 승인된 자사주 소각으로 먼저 행동에 나섰고, 삼성전자는 대규모 배당 기대를 키우며 시장의 시선을 받고 있다. 두 회사의 현금 환원 경쟁이 주가에 새로운 지지대를 만들 수는 있지만, AI 반도체 수요와 미국 금리라는 거시·산업 변수가 향후 방향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