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모델 성능 격차가 좁아지면 경쟁의 기준은 달라진다. 유용한 작업에서 여러 모델이 비슷한 수준에 도달할수록 이용자와 개발자는 최고 점수 하나만 보지 않는다. 가격, 안정성, 맞춤화 가능성, 배포 방식, 개발자 생태계가 실제 선택을 좌우한다.
중국 AI 기업들은 최첨단 성능만 좇는 대신, 충분히 강력한 모델을 저렴하고 유연하게 제공하는 방식으로도 경쟁하고 있다. 중국 스타트업 문샷은 자사의 Kimi K3가 앤트로픽의 Fable에 근접한 성능을 낸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입력·출력 토큰 기준 Kimi K3의 가격이 Fable의 약 3분의 1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이는 기업 발표와 시장 비교에 근거한 수치이며, 모든 작업에서 두 시스템이 동등하다는 독립적인 증거는 아니다.
이런 단서는 중요하다. 특정 벤치마크나 가격 비교만으로 어느 나라의 AI 산업이 더 강한지 결론 내릴 수는 없다. 하지만 성능이 조금 낮거나 비슷한 모델도 전략적으로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설명해준다. 비용이 낮고 가중치가 공개된 모델은 개발자와 기업이 실험하거나, 자체 환경에 맞게 수정하거나, 직접 운영하기 쉽게 만든다.
미국 기업들이 오픈라우터를 통해 사용하는 토큰 가운데 중국계 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대 46%까지 올라갔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수치는 특정 모델 라우팅 플랫폼에 해당하므로 세계 AI 시장 전체의 점유율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단일 최고 순위의 폐쇄형 모델을 보유하지 않더라도 중국이 실제 사용량과 개발자 채택에서 경쟁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은 민간 자본, 최첨단 모델 생산, 컴퓨팅 자원 접근성, 기존 AI 기업 기반에서 여전히 중요한 구조적 우위를 갖고 있다. 이러한 강점은 대규모 학습과 빠른 제품 개발, 지속적인 연구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우위가 곧 영구적인 지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스탠퍼드의 수렴 분석은 초기 격차가 크더라도 경쟁자가 반복적으로 개선하고 자원을 동원하며, 대규모 제조·배포 역량을 갖추면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질문은 “누가 가장 앞선 모델을 먼저 만들었는가”에서 “누가 계속 개선하고, 널리 배포하며, 기술을 필수적인 기반으로 만들 수 있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머스크의 로켓 관련 전망과 AI 발언을 잇는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두 경우 모두 현재 순위보다 기술 발전의 방향과 산업적 역량을 경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산 오픈 웨이트 모델의 확산은 정책 논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프로톤과 와이콤비네이터를 포함한 실리콘밸리 기업 약 200곳은 트럼프 행정부에 중국산 오픈 웨이트 모델에 대한 미국 개발자의 접근을 차단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접근이 끊기면 차세대 미국 스타트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규제를 지지하는 쪽은 보안, 기술 의존, 데이터, 거버넌스 문제를 우려한다. 반대로 일괄적인 차단에 반대하는 쪽은 미국 개발자들이 저렴한 도구를 잃는 사이 다른 나라의 경쟁자들은 이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자료는 이런 논쟁이 존재한다는 점을 뒷받침하지만, 어떤 정책이 미국의 기술 리더십을 가장 잘 보호할지는 결정하지 않는다.
광범위한 금지 조치는 기술 생태계의 분리를 오히려 앞당길 가능성도 있다. 중국 모델이 독점형 제품의 성능만이 아니라 개방성과 가격을 무기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위험은 더욱 커진다.
중국은 AI 기술뿐 아니라 관련 규칙과 국제기구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세계인공지능협력기구(WAICO)를 중국이 주도하는 대안으로 제시했다. WAICO는 미국 주도의 ‘팍스 실리카(Pax Silica)’ 구상에 맞서 새로운 글로벌 AI 질서를 형성하려는 더 큰 움직임의 일부로 소개됐다.
학술 분석은 WAICO의 제안된 설계가 주권국가에 개방적이고, 가입국에 특정 가치나 체제 유형을 요구하지 않으며, 개발과 국가 간 AI 역량 격차를 주요 의제로 삼는 특징을 가진다고 설명한다.
중국은 별도로 각국의 ‘디지털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국가들이 미국과 중국 가운데 한쪽을 택하도록 압박하는 데 반대했다. 이 논리에서 AI 경쟁은 모델 성능만의 문제가 아니다. 데이터와 인프라에 대한 통제, 기술 접근성, 각국의 정책 자율성이 모두 경쟁의 일부가 된다.
이런 접근은 중국 모델이 모든 성능 지표에서 최고가 아닐 때에도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 저렴한 AI 시스템과 교육, 인프라, 거버넌스 협력까지 제공하는 국가는 자국 기술을 중심으로 장기적인 이용자와 표준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랜드스페이스의 주췌-3 회수는 중국이 우주 분야에서 미국을 추월했다는 증거가 아니다. 스탠퍼드의 AI 데이터 역시 중국이 모든 AI 지표에서 미국을 앞선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두 사례를 함께 보면 미국의 돌파구가 자동으로 길고 방어 가능한 우위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존의 가정에는 의문이 생긴다.
중국의 도전은 ‘모방’에서 ‘경쟁 가능성’으로 넘어가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하다. 우주 발사에서는 궤도급 부스터를 회수하는 능력을 실제로 보여주는 것이고, AI에서는 모델 성능 격차를 좁히는 동시에 비용과 개방성, 사용자 확산으로 경쟁하는 것이다.
앞으로 미국의 기술 리더십은 최초의 돌파구를 누가 만들었는지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지속적인 혁신, 컴퓨팅·제조 인프라의 확대, 신뢰할 수 있는 거버넌스, 그리고 전 세계 이용자를 확보하는 능력이 더 오래가는 우위를 가를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